반백 년간 철저하게 장막에 가려져 있던 유진상가 지하가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지난해 3월 유진상가 지하 한쪽 편에 산책로 ‘열린홍제천길’이 개방된 뒤, 서울시는 올해 초 맞은편에 있는 길이 250m 구간을 문화예술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홍제천 산책로 11㎞ 중 유일하게 단절돼 있던 곳으로, 이번 전시장 개장으로 단순한 환경 정비 차원을 넘어 공공미술의 날개를 달고 환골탈태하게 됐다.
이곳을 설명하면서 현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진상가를 빼놓을 수 없다.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김신조 사건)과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겪으면서 안보 의식은 극에 달했다. 유진상가는 1970년 당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시작했지만, 1층 기둥은 유사시 대전차 기지 역할을 겸하기 위해 설계될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50년간 땅속에 숨겨졌던 유진상가 지하를 특별한 예술 경험이 녹아든 장소로 바꾼 공공미술 프로젝트 ‘홍제유연’을 지난 1일 대중에게 처음 공개했다. 홍제유연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문화예술로 화합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공간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했다. 거기에 빛·소리·색·기술 등을 활용해 새로운 공공미술을 시도했다. 유진상가와 상부 도로를 떠받치는 100여 개의 기둥이 가로지르는 지하터널엔 설치, 조명,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등 8점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어둠, 울림, 잔잔한 물 위에 흔들리는 빛처럼 작가의 영감을 뒤흔든 작품으로 ‘미장센-홍제연가’(진기종·사진), ‘흐르는 빛-빛의 서사’(뮌), ‘온기’(팀코워크), ‘숨길…’(윤형민), ‘두두룩터’(염상훈) 등이 있다.
특히 ‘미장센’은 공공미술 최초로 3차원(3D) 홀로그램을 시도했다. 중앙부에 설치된 길이 3.1m, 높이 1.6m의 거대한 스크린은 서로 다른 9개 화면이 연동되어 홍제천 생태를 입체적인 풍경으로 연출한다. 또한 지정된 센서에 체온이 전해지면서 조명 색이 변하는 기술을 활용한 ‘온기’는 물길 한가운데로 들어가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코로나로 인한 문화 공백을 문화예술로 메울 수 있도록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소: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 지하 홍제교
시간: 오전 10시~오후10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2231-7205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