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25년, 무엇이 달라졌나

기고 ㅣ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

등록 : 2020-07-16 16:09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7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백화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단 20초 만에 지상 5층에서 지하 4층까지 무너져 내린 이 사고로, 대한민국은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라는 역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사고 수개월 전부터 균열과 누수 등 건물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영진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형식적인 보수공사만 거듭했다. 안전을 무시한 부실시공과 불법 용도변경, 관리 감독 부재는 예고된 참사로 이어졌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앞서 50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준공된 지 3개월 만에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한 동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사고로 33명이 사망했고 38명이 다쳤다.

두 인재 사고가 발생한 지 각각 25년, 5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서울에서는 용산 상가건물 붕괴,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 등 시민 생명과 직결되는 크고 작은 건축물 재난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건축물 유지관리 소유자에게만 맡겨져와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성장해온 서울은 급속히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개발과 공급 위주의 주택·건축 정책에 집중해왔다. 반면 건축물 유지관리는 소유자 책임과 의무에 맡겨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고도 성숙 도시 단계에 들어선 서울은 건축물 안전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도시화를 거치며 대량으로 지어진 건축물의 노후화,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 규모 건축물, 수시로 발생하는 공사장 사고 위협, 늘어나는 대형·복합 건축물, 각종 화재와 지진 발생 등 건축물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전체 건축물 가운데 30년 경과한 노후 건축물은 무려 46%(27만 동)에 달한다. 갈수록 건축물 노후도와 대형화가 심화할 것을 고려하면, 건축물 시공부터 해체까지 전 생애주기 동안 안전하게 사용하고 유지·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전국 최초로 ‘지역건축안전센터’ 신설

그 첫 번째 대안으로,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건축물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인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신설하고, 올해 1월 25개 모든 자치구에 센터 설치를 완료했다. 그동안 관리자의 점검의무가 없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중소형 노후 건축물과 위험공정 공사 현장은 센터의 관리 감독 아래 안전관리 사전예방이 한층 강화됐다. 건축 분야 전문가의 집중 점검을 통해 정밀점검, 보수보강 등을 안내하고, 위험 정도가 심한 경우 사용 제한 등 행정조치를 내린다. 필요에 따라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고, 지진·화재 안전을 위한 보강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건축사, 구조기술사 등 44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해 건축허가부터 유지관리 전 단계에 걸쳐 검토·점검과 공사감리 관리 감독, 주택 유지관리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해오고 있다. 철저한 사전예방을 통해 뼈아픈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5월1일 ‘건축물관리법’ 처음 시행

아울러 지난 5월1일, ‘건축물관리법’이 처음 시행됐다. 건축물 소유자의 건축물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점검기관의 전문성과 공정성 강화, 해체안전 강화, 공공의 건축물 관리지원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건축물 생애이력 관리를 통해 건축물 사용 가치를 향상하고 건축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서울시 또한 건축물관리법 시행에 발맞춰 전국 최초로 건축물관리조례(안) 및 자치구 표준조례안을 마련해 입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민간건축물 안전관리가 좀더 체계적이고 촘촘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온 국민에게 공포와 충격, 슬픔을 안겼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이 시각, 언제 어디서든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그러나 아픈 과오를 계기로 철저한 사전예방과 관리 감독에 집중한다면, 건축물 재난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더는 없어야 한다.

서울시 서초대로 일대의 다양한 건축물 전경.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