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거라는 기상예보가 있다. ‘코로나 블루’로 무거워진 마음은 벌써 더위에 녹은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열섬에 갇혀 있는 답답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맑은 공기를 쐬러 6월의 마지막 토요일에 오패산 나들길로 향했다.
나들길은 강북구 번동에 있는 오패산을 빙 둘러 걷는 숲길이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미아역과도 가깝고 완만한 구릉 지대라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최적의 곳이다. 나들이 가듯 가볍게 걸을 수 있다 해서 ‘나들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7년에는 서울시 테마 산책길로도 선정됐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2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번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정면에 오패산 터널이 보인다. 회색빛 콘크리트가 가득한 풍경 앞에서 섣불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옆에 있는 계단에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숲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짙어지는 여름을 즐기고 있다. 어르신들은 그늘 벤치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멀찍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견주들은 간만의 산책에 신난 반려견을 진정시키느라 분주하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잣나무 숲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멈춰 숨을 깊게 들이쉬어 본다.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소나무, 잣나무와 같은 침엽수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우울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변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잣나무 숲 주변에는 유아숲체험장이 있어 아이들이 모래 체험, 밧줄 놀이 등을 하며 뛰놀며 자연과 교감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아이들의 숲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나들길 안에는 꽃이 샘물처럼 피어나오는 꽃샘길이 있다. 1994년 암 투병 중이던 김영산 사진작가는 이곳에 쓰레기를 치우고 꽃자리를 마련했다. 수국, 장미, 백일홍, 해바라기 등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가을이 막 시작될 때 쯤 에는 이웃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해마다 열린다.
산책로는 심신이 힘든 사람을 위한 아름다운 배려로 가득하다. “당신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길 곳곳에는 탐방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구가 쓰인 푯말이 있다. 나들길과 연결된 두 개의 자락길(실내배드민턴장 구간, 구민운동장 구간)은 거동이 불편한 보행 약자와 휠체어, 유아차 사용자들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데크의 경사가 완만하게 조성됐다.
오패산 나들길 총길이는 2.05㎞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덥지만 마음이 얼어붙은 여름, 일상을 벗어나 잠깐이라도 짬을 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다면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조은영 강북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강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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