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친환경 전기버스 ‘8003번’, 낮은 소음에 주민 만족도 ‘높음’

서울시, 6월25일 전국 최초로 ‘중소형 전기 시내버스’ 2대 평창동 노선 투입

등록 : 2020-07-16 16:48
최장 1시간 기다려야 마을버스 오던 곳

시위 발생하면 도심 진입도 어렵던 곳

배차 간격 13분, 매연·소음 없는 버스에

주민들, “생활이 편해졌다” 큰 웃음 보여

도심 연계 8002번 버스 추가 운행 계획

“광화문 일대 시민 불편 해소 지속 노력”


“이번 정류소는 오거리, 오거리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청계사 입구입니다.” 지난 10일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버스 정류소 ‘평창동’에서 출발한 ‘8003번’ 친환경 전기버스. ‘웅~’ 미세한 운행 소리를 내며 조용히 도착한 이 버스에 탑승하자, 이내 곧 다음 정류장을 안내하는 멘트가 울려 퍼졌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버스 노선은 대부분 좁은 도로와 북한산 자락 언덕길 등 오르막길로 구성돼 가는 길의 굴곡이 심한 편이고 대부분 산길을 달린다. 8003번 버스는 평창파출소를 출발해 소나무집, 감나무골 공원, 연화정사, 김종영미술관 등을 거쳐 평창동 마을 길을 꼼꼼히 돈다.


친환경 전기버스

주변을 둘러보니 승객 대부분 60~70대 어르신이었다. “버스가 소리도 크게 안 나고 조용하죠?” 뒷좌석에 앉아 있던 평창동 주민 이순자(71)씨가 “8003번 버스는 이 동네에 35년 만에 새로 들어선 버스다. 덕분에 생활이 편해졌다”며 웃어 보였다.

이곳 평창동 일대는 언덕 구간이 많은 동네다. 따라서 자가용이나 버스 등 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귀가하기 어려운 동네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투입된 8003번 버스 노선은 그중에서도 언덕길과 좁은 길이 많은 동네를 지나간다. 이 부근에 저소득층과 교통 약자(노인, 학생, 어린이)가 주로 거주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마을버스를 타는 게 일상이었다”는 이씨는 “기존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짧으면 30분, 길게는 약 한 시간까지 걸렸다”고 회상했다. 배차 간격이 길다보니 낮이나 밤이나 탑승객이 많았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버스가 와도 타지 못하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버스를 보내면 긴 시간을 다시 기다려야 해 버스를 놓칠까봐 노심초사 뛰어올 때도 많았다.

“젊은 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가지만, 나 같은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있는 집은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버스를 타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 생각만 하면 어떻게 생활했나 싶을 정도로 고생스러웠다”고 했다.

실제로 다음 버스가 1시간 걸려서 오더라도 참고 타는 건 예사였고, 혹시라도 다음 버스가 30분 만에 오면 ‘오늘 운이 좋았다’며 교통 불편을 일상적으로 참는 분위기가 만연한 동네였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6월25일 종로구 평창동 일대를 오가는 8003번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 운영하면서 대중교통 ‘사각지대’로 알려진 평창동 주민 사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됐다. 우선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중소형 전기 시내버스 2대를 투입한 결과, 배차 간격도 최소 13분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자연히 주민 이동 편의 증진으로 이어졌다.

또한 일반 버스가 아닌 전국 최초의 ‘중소형 전기버스’인 것도 8003번 버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무공해’ ‘무소음’이 주된 특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좁은 골목길 형태의 경사로 한쪽에 주택이 다닥다닥 밀집된 이 일대 특성을 고려해 투입했다.

전기버스 충전

이날 8003번 버스에 탑승한 또 다른 승객 김재구(68)씨는 “예전 마을버스는 너무 낡고 운행 소리가 커서 동네 주민들이 멀리서도 ‘아~ 버스가 왔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며 “반면 지금은 (친환경 전기버스여서) 승용차, 마을버스에 비해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주택 바로 앞을 지나가는 버스로는 안성맞춤”이라고 평했다. 서울시는 저소음·친환경 전기버스를 투입·운행함으로써 평창동 일대 경유 차량 운행에 따른 소음·매연 문제 등 일상생활 불편 사항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한 동네의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8003번 버스는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진행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과 관련 종로구 일대 지역주민의 불편 해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 당시 ‘광장 인근 5개 동 현장소통’에서 “집회·시위가 시작되면 버스 편이 끊겨서 도심으로 나갈 수 없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전기버스 내부

또한 서울시 온라인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위’와 ‘교통’이 현재 광장의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주민의 교통 불편(버스 노선 확충, 배차 간격 단축, 도심 집회시 이동권 보장) 개선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반영해 시내버스를 마련하게 됐다. 우선 집회·시위가 진행돼도 주민들이 도심으로 나오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인근 집회 발생시 대다수 시내버스가 종로구 자하문터널 인근에서 회차해 도심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온 평창동·홍지동 일대 주민들의 도심 이동권을 확보하고자 8002번 버스도 추가로 신설 운영을 시작했다. ‘상명대→경복궁역(회차)→필운대로→자하문로→상명대’ 구간을 운행할 방침이다. 숭례문에서 삼청공원까지 운행하는 종로11번 마을버스는 종로구와 협의해 집회·시위로 삼청동 입구가 통제될 경우 삼청공원→안국역→운현궁까지 노선 일부를 변경해 지하철 환승과 연계하기로 했다. 그동안 해당 구간 주민들은 도심 집회가 발생하면 모든 정규 노선이 임시우회(도심 미진입·회차)를 해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상황을 오랫동안 겪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앞으로 8002번 버스는 도심 집회·도로통제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노선 단절 없이 도심으로 진입해 시민들이 지하철·시내버스 등 기타 대중교통과 연계·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는 내년부터 기존 세종대로 측면에 임시 버스 정류장을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주변 차량 평균 속도는 시속 15.9㎞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시속 24㎞를 크게 밑돈다. 사대문 안에 출발지나 목적지가 없는 단순 통과 차량이 사대문 내 전체 통행량의 46.3%(하루 약 92만 대)에 이르러 차량 정체를 더욱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8003번은 서울시 최초로 도입·운영하는 친환경 중소형 전기 시내버스로 광화문광장 일대 시민들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관련 방안을 확대해나가면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8003번 버스 노선도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