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신진 미술인’ 지원을 응원한다
기고 ㅣ 김노암 파주아트벙커 이사장
등록 : 2020-07-30 16:09 수정 : 2020-07-30 16:14
서울시, 작가 300명 작품 공매로 구매 계획 서울시에 따르면, 작가 300여 명의 작품을 공모로 구매해 어려움을 겪는 ‘신진 미술가’의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화, 회화, 사진, 서예, 판화·드로잉, 조형, 뉴미디어 등 7개 분야의 작품을 공개 모집하며, 구매한 작품은 다수의 시민이 방문하는 서울 시내 공공 유휴 공간에 걸려 소개된다. 병원 로비, 자치구 문화재단 로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유휴 공간 등을 활용해 전시를 열고, 시민에게 신진 미술인들을 소개하는 ‘작가와의 대화’ ‘작품 설명회’ 등 행사도 운영할 예정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청년 예술가들은 힘들고 지치는 환경에서 창작에 몰입한다. 얼마 전 공립미술관에서 멋진 전시를 기획했던 젊은 독립기획자는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한다. 하루는 물건을 사기 위해 동네 마트에 들렀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려던 기획자는 자신이 기획했던 전시에 참여했던 청년작가와 만났다. 청년작가는 생계를 위해 마트 계산대에서 알바로 일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창작자 지원이 지속되고 확대된다면 이들 젊은 예술가들은 알바로 보낼 시간에 창작에 더 많은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코로나로 청년 예술가 ‘알바생’ 내몰려
돌아보면 전시기획자로서 내 오랜 주제는 ‘청년’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감정과 정신이 그리고 감각과 문화가 청년의 왕성한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나 청년 문제를 결코 지식이나 이론, 또는 과거의 경험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식민지 시절이나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청춘을 예찬하던 과거의 청년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청년은 과거 청년과는 다른 문제를 안고 산다. 나는 그들의 문제를 온전히 느낄 수가 없다. 청년작가들의 문제 또한 직업적 전시기획자로서 내가 느끼고 아는 데 무력하다. 나는 과거의 청년과 과거의 청년작가와 과거의 예술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더욱더 창작 환경은 무정해졌고, 이번 코로나19로 더욱더 잔인한 조건에 떠밀려 간다. 많은 청년이 예술계를 떠났고 또 현재도 떠나고 있다. 애초에 예술 현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적 기획자로서 나는 여전히 ‘청년’이라는 주제에 매달려왔다. 1999년부터 독립예술제(현 서울프리지페스티벌)를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만들었고, 레드페스티벌, 헤이리판페스티벌 등을 통해 예술가들과 어울렸다. 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한 백남준 전시의 주제도 청년 시기 백남준을 회고하는 것이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18년간 쉬지 않고 대안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결국 이 ‘청년’의 문제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 예술’ 없다면 정신세계 메말라갈 것 지하철을 타보면 임산부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어 다른 시민들의 배려로 항상 비어 있다. 그런데 이 임산부를 위한 좌석은 노인과 약자를 위한 좌석과 의미가 많이 다르다. 임산부는 결코 약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임산부는 새로운 미래세대를 잉태한 생산자이고 창조자라는 특별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러니 임산부를 위해 마련된 자리는 다른 시민들이 배려하는 자리가 아니라 본래 존중받아야 할 존재를 위한 자연스럽고 타당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의 청년작가 지원사업 또한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게 된다. 청년 예술가들은 결코 약자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미래를 상상하고 창조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만일 청년작가들이 새로운 감각과 예술세계를 펼치지 못한다면 우리 정신세계와 문화 전체는 주춤거리고 메말라갈 것이다. 인류 문화는 새로운 감각과 인식의 확장을 통해, 그리고 점점 인간과 세계와 긴밀하게 만나는 이해와 공감능력을 통해 성장해왔다. 청년작가들은 인류의 공존을 위한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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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