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여느 때라면 해외로 떠날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있을 우리지만,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은 근거리에서 재충전 방법을 찾기를 요구한다.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심의 상징 ‘송파’에서도 자연이 선물하는 휴식처가 있다. 바로 송파둘레길이다.
‘송파둘레길’은 송파구가 발표한 민선 7기 역점 사업 중 하나이다. 송파구 외곽을 따라 흐르는 성내천, 장지천, 탄천, 한강 4개의 물길을 잇는 총길이 21㎞의 순환형 산책로다. 숲길인 장지천길을 제외하고는 ‘물길’을 활용한 서울의 유일한 수변 산책로다. 2019년 10월 착공해 노후화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벤치, 운동 기구 등 각종 편의 시설을 보강하고 나무와 꽃을 심어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코스는 모두 네 가지다. 도시 경관과 농촌 풍경이 공존하는 성내천 코스(6㎞), 숲속 푸른 길을 테마로 한 장지천 코스(4.4㎞), 생태경관보전지역을 낀 탄천 코스(7.4㎞), 휴식과 레저 중심의 한강 코스(3.2㎞)로 나뉜다. 각 코스에는 야간조명을 뽐내는 은하수길, 메타세쿼이아길, 벼농사체험장 등 이색 공간이 조성돼 있고 유아숲체험원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둘레길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생태계와 수변 습지 공간은 참붕어, 청둥오리, 개망초 등 책에서만 보던 동식물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21㎞ 송파둘레길을 모두 걸으면 약 5시간30분이 소요된다. 송파둘레길은 송파 외곽을 순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석촌호수와 올림픽공원, 남한산성 등 송파 주요 명소와 전통시장, 상가와도 속속들이 연결돼있다. 사통팔달의 둘레길은 송파 전역의 매력을 도보로 찾아내는 재미가 있고 여행 범위 역시 무한대가 된다.
무더위가 싫다면 초저녁 어스름을 틈타 걸어도 좋다. 성내천길에는 돌계단을 걸으며 팔뚝만한 잉어에 놀란 아이의 함박웃음 소리가 들리고, 장지천길에는 중년 부부가 손잡고 소담한 산책길을 도란도란 대화 소리로 채운다. 사람 키보다 두세 배는 큰 버드나무가 운치있게 고개를 떨구고 그 그늘 아래로 늙은 어머니의 허리를 받치는 아들이 보폭을 맞춘다. 탄천길에는 강남을 지나 돌아오는 직장인들의 경쾌한 발자국이 이어지고 운동 삼아 한강길을 조깅하는 사람도 있다.
도심에서도 송파둘레길만 찾으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조용히 별을 볼 수도 있다. 장지천길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경사진 언덕도 없다. 오롯이 평지로 이어진 산책길은 부담 없는 피서지가 된다. 지친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하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마스크와 운동화만 있다면 송파둘레길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를 찾을 수 있다.
이학림 송파구청 혁신도시기획과 주무관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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