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마스크 아이들…70년 전 서울 낯설지 않다

청암 임인식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 ‘Life Goes On’…라이카 스토어 청담점에서 열려

등록 : 2020-08-06 16:58
항공사진’ 최초 촬영한 민간 사진사가

라이카 3F로 촬영한 1950~60년대 서울

고달픔 속에서도 삶의 모습 느껴지고

그 시절로 동화되어 돌아간 느낌 받아


‘경복궁과 광화문 항공사진’(1954).

‘“할아버님께서 라이카를 가장 많이 들고 다니며 애용하셨어요. 라이카로 6·25 전후 서울 모습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을 촬영하셨고요. 탄생 100주년인 올해는 6·25 70주년이기도 하잖아요. 전쟁 없는 한반도에서 독일 라이카 카메라와 협업으로 기념전을 열어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4일, 수화기 너머로 사진작가 임준영(44)씨가 설레는 소감을 전했다. 임씨는 청암 임인식(1920~1998) 사진가의 손자다. 선대의 낡은 필름을 복원해 직접 프린트까지 맡아 나선 임씨는 오는 11일부터 10월4일까지 라이카 코리아 청담점에서 열리는 사진전 ‘Life Goes On’을 기획했다. 임인식 선생 탄생 100주년이란 의미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종로2가 물난리’(1953).

6·25 전장을 누빈 라이카, 21세기 전시장으로

청암 임인식 선생은 평북 정주에서 태어났다. 서울에 가서 “사진으로 더 큰 일”을 하고자 했다. 1940년대 용산 삼각지에 자리 잡고 사진가로 활동했다. 40~60년대 서울 모습을 많이 남겼다.

스물넷 포부 가득했던 그의 손엔 독일제 라이카 3에프(Leica 3F) 카메라가 쥐여 있었다. 해방 무렵, 당시 집 한 채 값이었던 라이카 카메라를 장만해 “목숨만큼 귀중하게” 여겼다.

1950년 6월25일 전쟁이 터진 일요일 아침, 임인식은 역시 “나의 유일한 무기”라 했던 라이카 3F 카메라와 렌즈 2개를 들고 전선에 합류했다. 비상소집 회의가 열린 명동 정훈국에서 시작해 52년 예편 때까지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 대장으로 종군하며 셔터를 눌렀다.

“할아버지가 당시 전장에서 들고 다니셨던 카메라도 라이카 3F였죠. 이번에 전시장에서 공개하는 사진은 전후 50년대 서울 풍경, 그리고 그때 사용하신 이 라이카 카메라예요. 특히 라이카로 찍은 ‘항공사진’에 초점을 뒀습니다.”

격동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임인식은 ‘최초’란 수식어를 여러 개 달았다. 예로 ‘대한사진통신사’ 최초 설립, ‘항공사진’을 최초 촬영한 민간인, 훗날 인사동에서 ‘사진화랑’을 최초 개업한 사진가 등이다. 이 가운데 1954년부터 촬영한 서울 항공사진들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민간인이 촬영한 기록물로 역사적인 자료 가치 면에서 귀한 자료로 꼽히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교동초등학교 아이들’(1964).

역사자료 면에서도 가치있는 사진 20점 공개

사진 속에선 그 시절 고달팠던 생활사가 배어난다. 1953년 급작스러운 집중호우로 범람한 종로2가 거리를 건너가는 여인들, 1963년 독감 유행으로 마스크를 쓴 채 올망졸망 앉아 예방주사를 기다리는 교동초등학교 학생들 등 20점 사진이 전하는 서울은 왠지 낯설지 않다.

“프린트하며 그 시절로 동화되어 돌아간 느낌을 많이 받았죠. 제가 직접 찍지 않았고, 더구나 모든 사진이 제가 태어나기 전에 서울에서 벌어진 일들이잖아요. 그럼에도 삶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아요. 그때 도시의 냄새, 느낌, 그런 경험들을 저도 가지고 있거든요.”

임씨는 이 외에도 1952년 6월 설립한 대한사진통신사 관련 서류 등 임인식 사진가의 일상사를 꿴 자료를 공개하려고 준비 중이라 했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할아버지는 사진작가이자 아키비스트(Archivist, 기록보관자)란 생각을 했어요. 필름과 사진뿐만 아니라 일기와 신분증 등 각종 서류를 다 보관하고 간직하셨죠. 그 일부도 내어 보이려고 합니다.”

9월10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임준영 작가가 직접 전시 기획의도와 사진을 설명하고, 아버지 임정의(75) 사진가 연대까지 훑은 ‘3대 사진가’ 집안사와 작품 세계를 아울러 설명할 계획이다.

라이카 살롱 청담 개관 1주년 행사 풍성

독일 라이카 카메라는 라이카 스토어 청담 오픈 1주년을 맞아 이 밖에도 ‘라이카 살롱’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점에서 현재 정정호의 사진전 ‘Beside’(~9일)를 진행 중이며, 전시가 끝난 뒤인 24일엔 작가와 만나는 ‘아티스트 토크’를 연다. 8월 중에는 박찬욱 영화감독의 ‘라이카 M10 모노크롬 캠페인’을 공개하면서 특별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또한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에서는 사진 예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라이카 살롱’도 운영한다. 라이카 살롱은 1달에 4회(강의, 사진 읽기, 출사, 기초수업) 모임을 열고 사진 문화 연구·교류를 하는 라이카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라이카 살롱 시즌1은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다. 신청자는 1개월부터 3개월까지 기간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멤버십 신청자는 우선 예약을 받아 월 3회 무료 참석이 가능하다. 나아간 정보는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공식 누리집(www.leica-store.co.kr)에서 안내한다.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