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골목 누비며 550건 주민제안 검토·실행한 ‘동네 아저씨 구청장’

주민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 기반 만들어가는 이승로 성북구청장

등록 : 2020-08-13 16:42
51건 공약 94% 추진, 25건 이행 완료

현장구청장실 운영해 주민 제안 받고

월곡 하향램프 설치, 적환장 개선 등

주민숙원사업, 내외부 협력으로 풀어


주민들 고르게 편의시설 누리도록

길음·월곡·장위 등엔 문화복합시설,

삼선·동선·보문 등엔 복지시설 확충


2022년까지 설치해 운영 시작 목표


캠퍼스사업, 뉴딜 연계 규모 키우고

종암·월곡권역, 혁신 성장거점 조성

5일 낮 성북구 길음동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어르신들과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길음복지관이 한 달 전 새로 지은 건물로 옮겨와 어르신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사계절 내내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이다. 그에겐 훈장이나 다름없다. 당선 뒤 지난 2년 동안 ‘동네 아저씨’를 자처하며 20개 동의 골목골목을 누볐다. 현장구청장실을 운영해 주민 의견을 들었다. 550여 건의 주민 제안을 검토하고 실행 가능한 제안(약 400건)은 예산을 반영해 진행했다. ‘성북의 미래, 현장에서 답을 찾다’라는 구정 기치를 내걸고 달려온 이 구청장은 남은 2년을 위해 신발 끈을 더욱 조여매고 있다. 주민들 살림살이 등 넘어야 산이 아직 많은데 코로나19 방역 장기화로 어려움이 많다. <서울&>은 지난 5일 성북구 길음동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 구청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었다.


‘현장에서, 주민 소통으로, 작은 문제부터 해결.’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민선 7기 정책 기조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운동화 밑창이 닳는 만큼 공약 이행 성적도 비례해 올라갔다. 그는 51건의 공약을 내걸었다. 2년 동안 25건은 완료했고, 23건은 진행하고 있다. 3건(성북동 무소유 기념관 건립, 장위동~북서울꿈의숲 구름다리 설치, 보문동~상왕십리 마을버스 노선)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장기 검토로 넘겼지만, 못내 아쉽고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공약 중에는 해묵은 지역 숙원사업이 많다. 월곡 지역의 상습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하향램프 설치(내부순환로 구조개선) 공사는 9월 시작된다. 2년 뒤 완공 예정이다. 동북선 경전철(왕십리역~상계역)은 올해 말쯤 땅에 구멍을 뚫고 파일을 박는 천공작업을 한다.

강북횡단선 도시철도(목동~청량리)는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많은 주민의 관심사이다. 조기에 시작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서울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에 포함돼 6월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에 심의 상정됐다. 그 후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설계,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서 착공까지 2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숙원사업 대부분은 중앙정부, 서울시, 국회, 시의회, 구의회의 협력 없이는 풀기 어렵다”고 이 구청장은 말한다. 그는 이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고 있다.

‘부족한 주차장 확보하기’ ‘주민 편의 공간을 균형 있게 늘려가기’도 노력이 꽤 필요한 공약 사업이다. 성북구는 서울에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만큼 주거환경 개선 수요가 많다. 환경 개선을 위해 그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시설은 늘리고, 낮추는 시설은 줄이는 두 방향으로 진행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시설을 확충하면서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길음·월곡·장위 등지엔 문화복합시설, 삼선·동선·보문 등지엔 복지시설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선 권역에는 소규모 노인복지관 센터 건립, 종암동에는 지역 문화커뮤니티 시설 ‘이육사 기념관’ 건립을 마쳤다.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새 건물을 지어 한 달 전 옮겨 왔다. 인근 30년 된 낡고 좁은 건물에서 연면적 2605㎡(약 790평) 4층 건물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어린이집, 주간보호센터, 상담실, 강당, 프로그램실, 어르신일자리카페 등을 갖췄다. 10월쯤에는 길음 문화복합미디어센터가 문을 연다. 도서관, 시청각실과 더불어 지하엔 수영장과 헬스장도 있다. “올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변화가 많다”며 이 구청장은 뿌듯해했다.

삶의 질을 낮추는 시설을 줄이는 일은 주민들과 함께했다. 삼양로에 밀집한 20~30여 년 된 불법 유해업소(일명 맥양집)를 정비해나가는 데는 주민 참여의 힘이 컸다. 이들 업소의 불법 영업은 단속, 처벌 등 강력한 행정력으로도 근절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자진 폐업 형태로 없어지고 있고, 나머지 업소도 폐업하든지 업종을 바꾸든지 한다. 이 구청장은 “정책 기획과 집행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지역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협치성북’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생긴 빈 곳을 성북구는 청년창업 공간으로 조성해갈 계획이다.

신월곡 지역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도 없어진다. 이 구청장은 “집창촌 철수는 관리처분 예정이고 행정력을 동원해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했다. 이 지역은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정체됐다. 하지만 사업 추진을 바라는 주민과 구가 함께해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월곡 청소차고지 지하화는 민원 최우선 사업이다. 하월곡동의 월곡적환장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네 한가운데 있다 보니 악취와 소음 등으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내년 7월에는 공사를 시작한다. 쓰레기차 주차장은 지하화하고, 지상엔 복합문화체육시설을 만든다. 하반기에 설계 공모와 주민 공청회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성북구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후반기 초점은 균형발전의 달성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 2년간 추진 기반을 다졌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속도를 내 사업 마무리를 지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한다. 보문동(옛 세무서 터) 성북체육문화센터, 한성대입구 연극창작문화센터 건립은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다. ‘동북권 시민청’도 하월곡동 거주자 우선 주차장에 1595㎡ 규모로 조성해 시민의 참여·문화 공간이 될 예정이다. 현재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거쳐 11월쯤 기본계획을 세우고, 투자심사와 예산 반영 뒤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힘을 쏟아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대학이 많은(8곳) 지역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 한다. 대학 4곳(고려대, 한성대, 서경대, 동덕여대)과 캠퍼스타운 사업을 하고 있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대학과 지역의 융합을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서울시와 공동으로 한다. 올해 연말 고려대 사업은 끝난다. 현재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고려대와 함께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응모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구청장은 “캠퍼스타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산 규모가 중요하다”며 “국토부 사업에 선정되어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로 추진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특구 사업과 연계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거점 조성도 모색한다. 성북구는 종암·월곡 권역을 혁신 성장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홍릉 일대(성북구, 동대문구, 노원구)를 강소연구개발 특구(강소특구)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이번 지정을 통해 홍릉 지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고려대·경희대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중소기업 육성에 나선다. 올해 하반기 월곡동 ‘생명공학기술(BT)-정보기술(IT) 융합센터’, 종암동 ‘서울 바이오 혁신 커뮤니티센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구는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한 도시관리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 종암·월곡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9월쯤 서울시와 합동 보고회를 연 뒤 주민 열람공고를 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2030 서울생활권 계획’에 맞춰 홍릉 특구와 연계한 거점과 배후 주거지 조성 등 여러 각도에서 시와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성북구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 대비에도 나선다. 이 구청장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공동체의 가치를 재삼 확인했다”고 한다. 구는 행정·민간기관·주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일상적이며 촘촘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민간기관과 주민들의 자율방역단 활동, 마스크·도시락·꾸러미 등 나눔 활동도 거의 매일 이뤄진다. 그는 이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게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응원한다.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를 위해 이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리고 싶어 한다. 구의회와 적극적으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업 제안에서부터 실행, 평가까지 주민 참여가 이뤄질 수 있게 기반도 조성하려 한다. 그는 “주민이 모두 구청장이었으면 좋겠다”며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도울 일은 돕고 누릴 것은 누리길 바란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