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21대 국회, 잘못된 도시공원일몰제 관련 법률 조속히 해결해야
이전 국회, 입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무시…20대 국회도 방관
등록 : 2020-08-20 15:36
헌재는 “도시공원 지정은 위헌 아니고
공원 지정 소유자가 감수” 명시했는데
국회, 사유 대지 건설한 학교와 동일시
잘못된 입법으로 공익 가치 큰 훼손
공원일몰제 근본적 해결책 못 찾으면 2025년까지 서울 면적만큼 해제 예정 21대 국회의 전향적 자세 필요한 시점
서울, 20년간 118㎢ 공원 모두 지켜내 ‘도시계획+보상’ 총동원해 이룬 성과 공원 지키기에 실패한 정부 참고해야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20년 동안 매입하지 않은 도시공원에 대해서 자동실효 규정이 있으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도 도시공원 지정 뒤 10년 이내에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거나 매입계획이 없다면 우선 해제하도록 ‘도시공원일몰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99년 서울 강남에 인접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지목이 대지)이 도시계획시설인 학교부지로 지정된 뒤 어떠한 보상도 없이 장기간 방치되자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로부터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로 인정받은 것이 배경이 됐다.
하지만 도시공원의 해제는 억울하다. 왜냐하면 헌재의 결정은 대지에만 해당하며, 헌재는 산과 논밭의 경우, 도시공원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산과 논밭 그대로 이용이 가능한 만큼 위헌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공원 지정으로 땅값이 떨어져도 토지의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사유재산권과 달리 토지 소유자가 이를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임야가 97%이고, 사유재산권 침해와 무관한 국공유지가 평균 26%, 최대 93%까지 포함된 도시공원을 마치 사유 대지에 건설되는 학교 등과 같은 도시계획시설처럼 동일하게 취급해 실효토록 했다.
시민사회는 2019년 말 20대 국회가 2020년 6월이 오기 전에 20년간의 ‘도시공원일몰제 폭탄 돌리기’를 제발 끝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의원들 대부분은 총선 전에 토목사업 유치에 혈안이 돼 국토교통부의 눈치 보기에 바빴고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은 외면했다. 그 이후 2020년 6월30일로 20년이 도래하자, 혹자는 공원일몰제가 아예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도시공원일몰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2025년까지 최소 164㎢에서 최대 592.7㎢(서울시 면적 605㎢)의 도시공원이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다. 잘못된 법 때문에 이미 2015년에 357.9㎢(여의도 면적이 2.7㎢)의 도시공원이 해제된 적도 있다.
시민사회는 전국의 일몰 대상 장기 미집행공원 738㎢에 대한 보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해왔다. 이에 서울시는 2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도시공원 118.5㎢를 모두 지켜냈다. 서울시의 대응 방식은 헌재 결정에 따라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 대상인 대지와 난개발 우려 대상 24.5㎢(20.7%)에 대해 3조2406억원을 투입해 도시계획시설공원을 지정하고, 그렇지 않은 69.2㎢(58.4%)의 임야와 논밭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24.8㎢(20.9%)는 북한산국립공원으로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 및 보상 수단을 총동원하여 토지 소유자와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정부가 실효유예를 통해 10년간 제한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91㎢의 국공유공원보다도 큰 규모다. 전북 전주시도 2025년까지 지방채와 도시공원 구역지정을 통해 미집행 도시공원 전체를 지킬 예정이다.
왜 도시공원 일몰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도시공원이 지속적으로 해제되는 것인가? 반면 서울시는 어떻게 국가보다도 많은 면적의 도시공원을 지켰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울시는 우선매입이 필요한 핵심부지 20.7%를 자체 예산과 지방채 발행을 통해 미래 세대와 비용을 분담한 뒤 선제로 매입해 나머지 79.3%의 도시공원을 지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방식은 전혀 달랐다. 2009년 도입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개발 압력이 높은 공원을 10만㎡ 이상의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해 ‘30% 개발, 70% 공원기부채납’이라는 방식을 쓴 것이다. 하지만 해제 뒤에는 불가능한 수천 세대의 고밀 아파트 개발을 토지강제수용으로 30%나 허용하고, 공원으로 기부채납되는 70%는 급경사지나 문화재, 자연보전가치가 높아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보니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시공원 일몰로 사실상 개발 압력이 높거나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우려되는 곳은 국공유지를 포함해 약 30㎢뿐이라는 점이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여기서 국공유지를 제외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정부가 최소 핵심부지 지원을 통해 갈등이 심각한 민간공원특례사업 없이 서울시처럼 도시공원 전체를 지킬 수 있다.
물론 이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병행할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 일본이 지자체가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할 때 정부 차원에서 매입비의 3분의 1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예산의 한계로 매입하지 못한 도시자연공원구역에 대해서도 상속세와 재산세를 무려 80%나 감면해주고 있다. 이는 부자감세정책이 아니라 도시공원을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보상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도시공원 부지 매입비용이 아닌 지방채 발행시 이자의 70%만을 지원하고 있고(서울시는 25%), 관련 예산은 220억원이 전부다. 이뿐 아니라 지난 7월 4685필지의 국공유지를 우선 해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해제 근거도 국공유 도시공원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거나 국토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로 이는 보호지역의 입법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코로나19 이후 도시공원을 찾는 시민 발길은 30% 증가했다. 도시공원은 인구의 90%가 모여 사는 정주 공간인 도시에서 미세먼지, 폭염을 줄여주고 홍수를 예방하는, 없어서는 안 될 ‘그린 인프라’이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직도 도시공원을 택지예정지구로 여기는 등 도시공원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도시공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과 보전을 위해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처럼 도시공원부지 매입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도 중앙정부가 지원하도록 하고,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임차비용 명목으로 상속세와 재산세의 80%를 감면해줘야 한다.
국공유 도시공원은 10년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도시공원일몰제 대응을 위한 관련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맹지연(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도시계획박사)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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