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많고 흥도 많은 우리 정서가 집약된 전통음악 아닐까요?”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 <소리꾼>의 메가폰을 잡은 조정래(48) 감독은 영화의 흐름을 주도한 판소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 7월1일 영화를 개봉한 뒤 동료 국악인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의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서편제> 이후 가장 한국적인 판소리 영화가 컴백했다”는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판소리를 사랑한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한 그는 그렇게 부른 계기를 대학 시절에 작성한 리포트로 기억했다. “‘서편제2’라는 시나리오를 써서 언젠가 임권택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학생 신분으로 어떻게 다가갈 수 있었겠어요? 소심하게 있다가 제대 뒤 작법시간에 ‘회심곡’을 썼는데, 이게 영화의 모티프가 됐어요.”
영화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뒤엔 동문 후배인 최용석 소리꾼과 공동으로 설립한 ‘바닥소리’에서 활동하면서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단다. 여기에서 그는 고수를 맡았는데, 어린이 창작 판소리와 소외당한 이들을 위한 공연 등을 이어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만났고, 국악인들과 교류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미쳐 있다시피 했던 판소리 덕분에 그는 한국적인 영화를 찍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자신의 첫 영화인 <두레소리>가 국악을 소재로 한 것이라든지, ‘위안부’의 사연을 담은 <귀향>의 음악이 대부분 국악으로 채워진 것도 여기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대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위주로 상영관을 내주는 영화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코로나로 요즘같이 어렵고 힘든 시절에 힐링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한국적인 영화도 있는데, 어려울 때일수록 자본의 논리가 더 강화되는 거 같아요. 판소리에 대한 이해만큼 우리 영화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조정래는 중앙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했으며, 2000년 단편영화 ‘종기’로 데뷔했다. 제53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2016)을, 제51회 휴스턴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2018)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두레소리>(2011), <파울볼>(2014), <귀향>(2015),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 <에움길>(2019), <소리꾼>(2020)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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