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분노의 대물림 끊을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어머니께 학대당한 30대 전업주부 “내 아이에게 내 어머니와 같은 행동을”
등록 : 2016-07-07 14:41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A.푸른나무 님 사연을 들으니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제 한 몸 지탱하기도 아직 불안한 어린아이가 엄마의 감정받이가 되어 엄마의 분노와 냉대를 모두 감당하셨군요. 얼마나 무섭고 슬펐을까요. 당연히 화가 나실 겁니다. 분노는 대물림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에게 한 행동은 모두 두뇌 회로에, 그리고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저장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하지요.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또 폭력이 육체에 저장되어 우리 안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우리를 끌어당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굳이 심리학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매 맞고 화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화낼 수 없었을 거예요. 어린아이는 엄마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자신의 전 존재를 의탁한, 온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의지한 세상을 나쁘다고 미워하는 건 아이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엄마가 힘들어서 그런 거야. 내가 참아 주고, 엄마를 도와줘야 해,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랬던 아이가 자라 엄마가 되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됐군요. 많은 엄마들이 그런 경험을 하지요. 아이 나이와 같은 시절의 자신이 떠오르면서 그 시절 감정이 활성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 않았던 여성들은 엄마가 되면 마음고생을 많이 하지요. 내 안의 심리적 아이를 살펴보세요 푸른나무 님,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사실은 기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래 밀쳐두었던 아픔을 의식의 장으로 끌어올려서 치유해 줄 수 있는 기회,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이때 엄마들은 두 차원에서 아이를 길러야 합니다. 내가 낳은 아이들과 내 마음속의 상처 입은 심리적 아이가 그들입니다. 화내고 싶은 만큼 충분히 화내세요. 충분히 원망하세요. 지금은 당신이 어린 시절 겪은 아픔에 대해 분노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그들에게 하소연하시고, 글쓰기를 통해서 분노를 표현하세요. 과거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그 기억과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모두 기록해 보세요. 이렇게 사연을 보내신 것도 좋은 시도입니다. 다양한 마음 치유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추천하고 싶네요.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화내지 마세요. 아이들에게 화낸다는 건 분노와 폭력의 대물림을 지속시킨다는 얘기이고, 어머니에게 난 화를 자신에게 돌리는 걸 의미합니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이를 때리고 또 괴로워하면서 당신의 마음은 전쟁터가 되겠지요. 결국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분노는 더욱 깊어질 겁니다. ‘네 탓이 아니다’라는 위로 필요 아직도 어머니의 관심을 받고 싶다 하셨나요? 아마 당신이 스스로 자기 문제의 어머니가 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면 당신이 자신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내게 그랬듯이 내가 나에 대해 차갑고 비판적이기 때문에 다른 이의 사랑과 지지에 매달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충분히 화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화내는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 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세요. 화난 자신과 동일시하지 마시고, 화난 자신을 보살피고 위로하는 내면의 어머니와 동일시하세요. 화내지 말라고 다그치지 마시고, 빨리 어른스러워지라고 잔소리도 하지 마세요. 그렇게 할수록 심리적 아이는 점점 더 지체될 겁니다. 앞으로도 오래 내면의 하소연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시고, 그동안 힘들었겠다고, 네 탓이 아니라고 위로해 주세요. 푸른나무 님, 당신도 잘 아시겠지만 과거 당신의 어머니는 가난과 장애가 있는 아들, 그리고 어린 딸들을 혼자 책임지느라 새파랗게 겁에 질린 젊은 여자였습니다. 어머니야말로 공포와 분노에 사로잡힌 심리적인 아이에게 사로잡혀 살았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이 들고 무력해져서 더 이상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줄 수가 없겠네요. 이제 당신이 자신의 아픔을 보살피는 보호자가 되어 주세요. 분노와 폭력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기회, 당신이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박미라 심리상담가·<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로 사연을 보내 주세요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