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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도가 그려낸 모습, 종로 ‘경제 1번지’ 중구 ‘안전 1번지’

등록 : 2020-09-03 16:06 수정 : 2021-01-22 17:04
국회미래연, 행복의 개념화·지수화 시도한 국민행복지도 그려

강북의 종로·중구·용산·서대문·마포 포함 서울 10개 구 A등급

서대문구는 건강, 용산구는 환경에서 높은 점수 받아

경제·건강·교육 등 총 8개 영역 측정

서울은 건강 기반시설·경제력 높지만

환경·여가 등 행복역량은 지방에 뒤져

국회미래연구원이 행복의 개념화와 지수화를 시도한 결과물로 전국 시군구별 행복 분포도를 그려냈다. 지난 4월 말, 전국 228개 시군구의 행복역량지수와 삶의 만족도를 종합해 국민행복지수를 분석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행복지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행복역량지수에는 건강, 안전, 환경, 경제, 교육, 관계 및 사회참여, 여가 등 7개 영역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주관적 척도인 삶의 만족도를 추가한 총 8개 영역으로 국민행복지수를 측정했다.

‘한국인의 행복 연구’는 국민행복지수 측정 결과에 따라, 전국 228개 시군구를 5단계로 구분했다. 에이(A) 등급은 행복지수 기준 상위 20%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이며, 비(B) 등급은 20~40%에 해당하는 지자체이다. 시(C) 등급은 행복지수 기준 40~60%, 디(D) 등급은 60~80%, 이(E) 등급은 최하위 20%에 속한 지자체를 의미한다.

국민행복지수는 원수치에 전문가 대상 계층분석(AHP)을 통해 가중치를 부여해 구했다. 이채정(사회정책·박사)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8월31일 “행복지도에 나와 있는 행복역량지수나 삶의 만족도 지수는 상대 점수로, 전문가 구성이나 조사 시점이 달라지면 가중치가 달라져서 국민행복지수의 그림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서열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행복지수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수치라는 의미이다.

서울시는 ‘성적’이 좋은 편이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10개 자치구가 A등급에 속했다. 이들 자치구는 기존 도심인 종로구와 중구를 비롯해 최근 들어 도심 기능을 수행하는 강남 3구, 그리고 마포구와 서대문구, 영등포구와 양천구 등이다.

‘한국인의 행복 연구’는 “서울의 행복지수는 경제적 여건이나 그에 따른 세수 등의 영향을 받는 것을 암시하는데, 경제 영역의 지수를 보면, 이들은 국내 최상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들 10개 자치구 중에서 강북에 있으면서 A등급을 받은 자치구는 종로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 모두 5곳이다. 대한민국 상위권에 속하는 부자들이 사는 강남 3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을 것 같은 강북 지역 자치구들이 국민행복지수 A등급을 받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종로구, 경제 영역에서 전국 첫손가락 꼽혀

종로구는 경제(1), 건강(0.9228), 관계 및 사회참여(0.7425) 등 세 영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영역별 지수의 최대 값은 1, 최소 값은 0)

경제 영역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 속한 지자체가 상위권에 많이 속했고, 남부 지방의 농어촌 지역 지자체가 하위권에 많이 속해 있다. 전국 최상위권 5개 지자체에는 서울 자치구가 4곳이나 포함됐다. 강북 지역에서는 종로구와 중구, 강남 지역에서는 강남구, 그리고 영등포구가 포함됐다. 종로구는 이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전국에서 첫손가락에 꼽혔다.

종로구는 관계 및 사회참여(0.7425) 영역에서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국 단위로 보면 종로구의 관계 및 사회참여 지표는 20위권 안에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서울 지자체는 40위권 밖에 머물렀다.

종로구는 안전(0.7470), 교육(0.6839), 여가(0.6331) 영역에서도 각각 서울 자치구 중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0.4437)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중구, 안전·경제 영역 전국 최상위권 5개 지자체 포함

중구는 안전(0.9320) 영역에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중구는 경제(0.9806) 영역에서 서울 강북 지역 자치구로는 종로구와 함께 전국 최상위권 5개 지자체에 포함됐다.

안전 영역은 대체로 상위권에 농어촌 지역, 하위권에 대도시 지역이 집중된 편이다. 보고서는 안전 영역을 구성하는 주요 지표에 주민들의 안전 인식이나 교통사고·화재 수 등 대도시 지역에 부정적인 지표가 포함돼 발생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중구는 경북 울릉군, 강원 양구군, 영월군, 정선군과 함께 최상위 5개 자자체에 포함됐다.


안전은 다른 역량 영역보다 특히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그만큼 해당 지자체의 공공 영역에 대한 관심과 정책 수행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구는 여가(0.6690) 영역에서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전국을 두고 보면 그다지 좋은 성적은 아니다. 여가 영역의 최상위 10곳은 모두 농어촌이나 산간 지역에 속한 군들이다. 중구는 건강(0.6742)과 교육(0.5013) 영역에서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서대문구, 건강 영역 전국 최상위 5개 지자체 포함

서대문구는 건강(0.8437) 영역에서 종로구와 함께 전국 최상위권 5개 지자체에 포함됐다.

건강 영역은 좋은 신체 건강 상태를 유지하면서 평균 기대 수명까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한 수치다. 주관적 건강 수준 인지율, 인구 1천 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 인구 1천 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 건강생활 실천율,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증진기관 수를 부문별로 나눠 산출했다.

건강 영역을 구성하는 주요 지표들은 이처럼 의료 접근성과 건강실천 시설 접근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건강 영역의 상위권에 속한 지역은 대부분 대도시 지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마포구, 대다수 영역 상위권에 올라

용산구는 환경(0.5030) 영역에서 행복지수 A등급을 받은 강북 5개구 중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환경 영역의 지수 분포는 안전 영역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대체로 상위권에는 농어촌 지역, 하위권에는 대도시가 분포한다. 이는 환경 영역을 구성하는 주요 지표가 녹지비율, 산업폐수 방류량, 생활폐기물 배출량 등 도시 지역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마포구는 삶의 만족도 영역에서 강북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0.6487)를 받았다. 대체로 군 지역이나 중소도시의 삶의 만족도가 광역시에 속하는 대도시 지역의 자치구들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건강 기반시설이나 경제력 등 물리적인 여건은 대도시가 높게 나타나지만, 환경이나 여가 등 질적인 면에서 행복역량이 지방의 농어촌이나 중소도시 주민들의 주관적 삶의 만족도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구와 종로구, 실제 행복 수준이 예상 행복 수준보다 낮아

한강 이북에서 종로구와 중구를 포함한 5개 지자체의 실제 행복 수준이 예상 행복 수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행복 수준이 예상 행복 수준보다 높은 지역은 대부분 한강 이남에 몰려 있다. 한강 이남에서는 금천구를 제외하고 모든 구가 실제 행복 수준이 예상 행복 수준보다 높다.

‘한국인의 행복 연구’는 “어느 지역에서 객관적 환경을 고려한 예상 행복 수준에 견줘 실제 행복 수준이 낮다는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이 객관적 환경을 충분히 활용해 주관적 만족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 자원의 투입이 계속된다면 이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자원 활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에서는 그 원인을 찾아서 자원 투입과 동시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채정 부연구위원은 “국제적으로 행복을 줄 세우는 나라가 없는 것처럼, 시군구를 줄 세우려는 의도는 없다”며 “국민행복지도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노원구, 교육영역 최상위 1등급

서울 자치구 중 유일 기록 ‘기염’

교육 영역은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서울에 표준 점수 기준 최상위 1등급에 속하는 지역이 노원구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행복 연구’는 “10만 명당 학교 수에서 인구 집중이 심한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과 부산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서울의 지자체 중에서 교육 영역 지수에서 1등급에 속한 자치구가 한 곳에 불과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채정 부연구위원은 “비율로만 보면, 서울 학생들이 지방 학생들보다 월등하게 공부를 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는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서울이나 지방이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 그 안에서 학생들끼리의 학업 성취도 격차는 대도시가 높을 수 있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