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아파트 정글’ 속 푸른빛 돋는 텃밭 정원

양천구 양천도시농업공원

등록 : 2020-09-03 16:36

밀집된 아파트와 대형 빌딩 속 학원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건물 사이를 오가는 학생들. ‘교육 특구’로 유명한 양천구의 이런 모습에 작지만 색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회색 건물 속 녹색 텃밭. 이질적인 두 모습이 겹친 곳, 바로 양천도시농업공원이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양천도시농업공원은 기존의 농작물 생산 활동 중심에서 벗어나 텃밭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는 텃밭 정원으로, 2019년 4월 개장했다. 2만4078㎡(약 7300평) 규모의 공원은 숲속마당, 힐링숲과 산책로 등 시민들 휴식공간과 친환경 텃밭, 도시농업교육센터 등 도시농업 활동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불법 쓰레기와 무관심, 불법 경작이 이뤄지던 장소가 도시 속 여가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서남권 최초의 도시농업공원이자 주거지 가까이에서 농업 활동을 하거나 볼 수 있는 특성화 공원이라는 매력이 더해져 개장 뒤 월평균 방문객이 26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구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반텃밭과 교육용 텃밭 총 100구좌, 유니버설 텃밭 2곳으로 구성된 텃밭은 양천구 18개 동 주민센터의 텃밭가꿈이, 나비남 멘토-멘티단, 양천어르신요양센터, 양천 지역자활센터 등에서 맡아 운영하고 있다. 텃밭 가꿈이들은 텃밭 계획, 식재, 관리, 수확과 기부를 통해 공동체 활동, 봉사, 안전한 먹거리, 심신 안정 등 도시농업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는 상추, 근대, 케일 등 채소, 로즈메리, 라벤더 등 허브식물, 한련화, 마리골드, 비올라 등 식용꽃 등을 다품종 소량생산을 목표로 다양하게 심는다. 먹거리 생산뿐 아니라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즐기는 건강한 여가활동을 통해 생활 속 원예문화를 경험함으로써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체험하고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양천도시농업공원의 일반텃밭은 수확물 기부를 원칙으로 운영한다. 기부된 수확물 일부는 양천구에서 운영하는 양천푸드뱅크마켓센터로, 일부는 동 주민센터의 마을사랑방, 경로당, 홀몸노인 등에게 전달돼 지역공동체의 유대감 향상에 기여한다.

도시농업공원 한편에 터줏대감처럼 자리잡은 도시농업교육센터는 다양한 도시농업 교육과 체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식물 식재 경험이 부족한 구민들을 위해 농업기술을 보급하는 도시농부학교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식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꼬마농부 체험교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미뤄지고 있지만, 생애주기별 특성화 도시농업 프로그램 운영도 계획돼 있다.

교육센터 안에는 씨앗도서관, 스마트 수경재배기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도시농업의 종류를 배울 수 있다. 밖으로 나가면 논체험학습장, 수생정원, 박터널, 버섯재배장, 곤충호텔 등이 있는, 도심에서 보기 힘든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배움의 장소이다.

양천구는 앞으로 신월동 350-31 일대에 제2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할 계획인데, 도시양봉, 스마트팜, 약용식물원 등 다양한 도시농업 기반시설을 추가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와 공동으로 2021년 제10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를 열어 양천구 특색에 맞는 도시농업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축제를 통해 도시농업 확산을 도모하고자 한다.

양천도시농업공원은 모든 이에게 개방돼 있다. 처서를 보낸 여름 막바지에 들어선 요즘, 숲길 따라 살랑살랑 바람 따라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임민경 양천구 공원녹지과 자연생태농업팀 주무관

사진 양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