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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하고 있어요”…SNS 멘토들, 코로나 블루 위로하다
등록 : 2020-09-10 15:49 수정 : 2021-01-22 17:03
코로나 세대, 온라인 팔로잉 등 통해 극복의 힘 얻어
‘원더걸스’ 출신 우혜림씨, 아나운서 임현주씨 주목
“자기 효능감 중요” 강조하는 그의 인스타 계정은 치유의 샘
혜림씨, 작가 변신 진정성으로 다가와
현주씨, ‘고민 상담’ 20대의 댓글 빗발쳐
자치구들도 청년 치유 프로그램 운영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에게 위로나 조언을 듣고 현재의 고민을 해결해본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을 두고 나온 사회심리학 용어다. 1975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직 루빈이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언급한 이 말은 ‘낯선 이로부터 자신의 고민을 위로받고 싶은 심리’를 뜻한다. 저자와 독자의 관계처럼 비대면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인간관계가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처럼 삶에 필요한 격려와 조언을 건네는 낯선 이를 ‘중요한 이방인’이라고도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취업이 좌절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여행의 기회마저 잃은 ‘코로나 세대’(취업을 앞둔 23~29살)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를 겪는 등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청년들의 코로나 블루 치료를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다. 젊은이 가운데는 이런 프로그램을 찾는 한편 온라인 세상에서 직접 소통의 해답을 찾는 이도 늘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적관계망에서 만난 ‘중요한 이방인’이자 멘토와 소통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멘토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여전히 꿈을 따라 헤엄치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매일 조금씩 더 용기 낼 수 있다. 지금처럼 마음이 향하는 곳을 따르고 순간순간 나의 선택을 신뢰하면서 조금씩 나아갈 거니까. 적어도 내 마음을 감동시킨 선택이라면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달려도 외롭지 않을 테니까. 불완전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선택을 하는 것, 무엇이 됐든 제자리걸음보다는 나으니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발을 떼는 연습을 하는 것. 그러면 우리는 내일 조금 더 불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우혜림 지음,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 펴냄) 중). 유명 아이돌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방송인 겸 통번역가 우혜림씨가 쓴 에세이의 일부다. 2010년 치열한 아이돌 세계를 거쳐 2017년 한국외대 EICC(국제회의 통·번역 커뮤니케이션 학과)에 합격해 통번역가의 길을 택하고, 최근 작가로의 활동도 시작한 그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강한’ 행보로 주목받아왔다. 그랬던 그가 최근 위로를 담은 에세이 책을 선보여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27일 서울 장충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우씨는 “그동안 대중에게 받은 사랑과 선한 에너지를 나누고 싶어 ‘사랑’과 ‘응원’을 담은 글을 쓰게 됐다”며 최근 작가로서의 변신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코로나 시대에 또래에게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멘토로 꼽히는 이유는 인기 아이돌 가수에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간 뒤 학업에 매진하고 통번역가, 작곡가, 작가 등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진정성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정상에 있다가 내려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던 진로에 변화를 주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씨는 그간의 경험을 담아 틈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wg_lim)에 “당신은 잘하고 있고 잘할 거다”라는 격려의 말을 올린다. 그처럼 도전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고독을 느꼈던 또래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반응은 뜨거웠다. “풍랑 뒤의 고요가 더 깊고 아름다우니 그 쉼을 즐기자” 등 그의 위로 메시지를 필사해 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는 이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집콕’으로 우울해진 20대에게 그는 다정한 조언을 건네는 온라인 친구다. “코로나 시대에 모두 힘들지만, 불완전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선택을 하자”는 그의 격려가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우씨는 “올라가는 것보다 잘 내려오는 게 더 중요하다. 넘어져도 다시 잘 일어나 걷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환경이 다소 어렵게 바뀌더라도 자신이 온전히 지키고 싶은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의 아이돌 가수에서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학업에만 매진했을 때 그가 불안하지 않았던 그만의 노하우라고 한다.
이어 그는 “코로나 블루로 소통이 줄어든 코로나 세대에게 어른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돼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가 더 오래 살았으니까 이렇게 해야 돼’가 아니라 이들이 삶을 헤엄쳐나가는 그 과정을 잘 지켜봐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20대는 이미 똑똑하고 자신의 답을 잘 알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응원이다.” 기성세대를 향한 우씨의 당부다.
‘자기 효능감에 주목하라’고 조언하는 멘토도 있다. 지상파 뉴스에 안경을 쓰고 나와 주목받았던 임현주 <문화방송>(MBC)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임 아나운서가 2018년 4월 <문화방송> ‘뉴스투데이'에서 안경을 끼고 진행한 것을 두고 당시 국내 언론은 물론 영국 <비비시>(BBC), 미국 <뉴욕 타임스> 등 수많은 외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누구나 각자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답이었다.
지난 5월에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anna_hyunju)에 “무엇에 얽매이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 위함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앞으로 입고 싶은 대로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톡톡 튀는 그의 말은 코로나 세대의 감성과 맞아떨어져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사회적관계망에서 실용적인 조언으로 신뢰를 주는 멘토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20대 사용자의 댓글이 빗발친다. 그 가운데 임 아나운서가 건넨 주요 조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19로 취업도 막막한 상황에서 집에만 있어야 한다면 자연히 마음도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뭘 하면 좋을까. 임 아나운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읽을 책과 감상할 영화를 조금 더 일찍 본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코로나 시기를 내면의 힘을 기르는 시기로 바꿔보자”고 권한다. 막연히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고민이라는 이들에게 그는 오히려 ‘꼭 거창하게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임 아나운서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게 내면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그의 경우 휴일 아침에 산책하고 두유라테 한 잔을 마시며 글 쓰는 시간이 우울함을 털어내는 비법이라고 한다. “나를 편안하게 하는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건 인생이 행복해지는 지름길과 같다”며 그는 “요가, 향초 피우기 등 나 홀로 소박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덧붙였다.
요즘 20대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쓸모’라고 한다. 이에 대해 임 아나운서는 “현실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쓸모’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누구나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런데 정작 선택은 생각과 정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안전한 길을 고르거나 이미 정해진 기준을 따르는 거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괜한 분란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의심하고 한계를 정하기 때문이다.”
임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하며 “나이, 성별, 연차 등 사회적 기준을 확고하게 정해놓지 말라”고 재차 당부했다. 너무 빨리 인생의 모든 것을 안정권으로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만 버려도 막막한 코로나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내가 한때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느꼈을 때 당신은 내가 모든 것이 될 수 있게끔 느끼게 한다.” 우혜림씨의 에세이집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이 말처럼 갑작스러운 변수로 위기에 놓인 코로나 세대는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가운데에서도 온라인 세상에서 자신들이 발견한 ‘중요한 이방인’의 위로에 치유받으며, 오늘도 열심히 삶을 헤엄치는 중이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아이돌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통번역가 겸 작가 우혜림씨가 8월27일 인터뷰에서 “코로나 블루로 소통이 줄어든 코로나 세대에게 어른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돼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에게 위로나 조언을 듣고 현재의 고민을 해결해본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을 두고 나온 사회심리학 용어다. 1975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직 루빈이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언급한 이 말은 ‘낯선 이로부터 자신의 고민을 위로받고 싶은 심리’를 뜻한다. 저자와 독자의 관계처럼 비대면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인간관계가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처럼 삶에 필요한 격려와 조언을 건네는 낯선 이를 ‘중요한 이방인’이라고도 일컫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취업이 좌절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여행의 기회마저 잃은 ‘코로나 세대’(취업을 앞둔 23~29살)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를 겪는 등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청년들의 코로나 블루 치료를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다. 젊은이 가운데는 이런 프로그램을 찾는 한편 온라인 세상에서 직접 소통의 해답을 찾는 이도 늘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적관계망에서 만난 ‘중요한 이방인’이자 멘토와 소통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멘토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여전히 꿈을 따라 헤엄치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매일 조금씩 더 용기 낼 수 있다. 지금처럼 마음이 향하는 곳을 따르고 순간순간 나의 선택을 신뢰하면서 조금씩 나아갈 거니까. 적어도 내 마음을 감동시킨 선택이라면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달려도 외롭지 않을 테니까. 불완전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선택을 하는 것, 무엇이 됐든 제자리걸음보다는 나으니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발을 떼는 연습을 하는 것. 그러면 우리는 내일 조금 더 불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우혜림 지음,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 펴냄) 중). 유명 아이돌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방송인 겸 통번역가 우혜림씨가 쓴 에세이의 일부다. 2010년 치열한 아이돌 세계를 거쳐 2017년 한국외대 EICC(국제회의 통·번역 커뮤니케이션 학과)에 합격해 통번역가의 길을 택하고, 최근 작가로의 활동도 시작한 그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건강한’ 행보로 주목받아왔다. 그랬던 그가 최근 위로를 담은 에세이 책을 선보여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27일 서울 장충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우씨는 “그동안 대중에게 받은 사랑과 선한 에너지를 나누고 싶어 ‘사랑’과 ‘응원’을 담은 글을 쓰게 됐다”며 최근 작가로서의 변신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코로나 시대에 또래에게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멘토로 꼽히는 이유는 인기 아이돌 가수에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간 뒤 학업에 매진하고 통번역가, 작곡가, 작가 등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진정성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정상에 있다가 내려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던 진로에 변화를 주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씨는 그간의 경험을 담아 틈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wg_lim)에 “당신은 잘하고 있고 잘할 거다”라는 격려의 말을 올린다. 그처럼 도전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고독을 느꼈던 또래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반응은 뜨거웠다. “풍랑 뒤의 고요가 더 깊고 아름다우니 그 쉼을 즐기자” 등 그의 위로 메시지를 필사해 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는 이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집콕’으로 우울해진 20대에게 그는 다정한 조언을 건네는 온라인 친구다. “코로나 시대에 모두 힘들지만, 불완전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선택을 하자”는 그의 격려가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우씨는 “올라가는 것보다 잘 내려오는 게 더 중요하다. 넘어져도 다시 잘 일어나 걷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환경이 다소 어렵게 바뀌더라도 자신이 온전히 지키고 싶은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정상의 아이돌 가수에서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학업에만 매진했을 때 그가 불안하지 않았던 그만의 노하우라고 한다.
지상파 뉴스에서 안경을 쓰고 나와 주목받았던 임현주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