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처럼)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르입니다.”
등단한 지 3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에스에프(SF) 소설가’ 리스트에 제일 처음으로 소환되는 김초엽(27) 작가는 소설이 과학과 다른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원 시절에 참여한 공모전에서 두 개의 작품이 동시에 입상했는데, 이후 내놓는 책마다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짧은 경력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인다는 학교에서 과학도의 신분으로 글을 썼다는 것. 이는 “문과와 이과 출신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은 일로 회자된다. “소설은 뛰어난 재능이 있어야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법서에서 본 ‘당신도 쓸 수 있다’는 문구 덕분에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소설을 습작하겠단 마음을 먹은 이후 지인들과 함께 글을 쓰고 합평하는 워크숍도 열었다. 그런데 언젠가 외국에서 들어오는 시약 배송이 3주 정도 지연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원고를 끝낼 수 있었단다. 그렇게 발간된 책은 그만의 색깔을 갖춘 SF소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인간 감정을 조형화해 소유함으로써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물성>이라든지 죽은 자의 마인드를 기록해 집적해놓은 도서관 <관내분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계’인데, 성공과 실패,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 장애와 비장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주제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고민해왔던 그의 과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를 마치면서 온라인에 공개될 소설 두 편의 매력을 이렇게 강조했다. “목표가 정해진 과학과 다르게 독자가 자유롭게 해석하고 상상할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김초엽은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관내분실>이 대상으로,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가작으로 동시에 당선됐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이 있으며 ‘오늘의 작가상’(2019)과 ‘제11회 젊은 작가상’(2020)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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