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올가을, ‘정동1928 아트센터’에는 문화가 넘친다
복합문화공간 재탄생 1년 맞아 신진작가 초대전 등 진행
등록 : 2020-10-08 15:43
지난해 구세군중앙회관 리모델링 통해
정동 최초 갤러리 등 문화공간 오픈
오는 18일까지 작가 전예지 첫 초대전
“꽃 이용, 삶 속 소소한 재미 발견 시도”
매주 금요일 낮에는 버스킹 공연 열려 발달장애인 연주자에 연주 기회 제공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근대건축물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이 시선에 들어온다. 중구 정동 1-23번지에 있는 이 건물 근방으로 옛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등 역사문화자산이 만들어낸 근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거점 역할을 하는 이 건물은 1928년 구세군사관학교로 건립된 구세군중앙회관(서울시 기념물 제20호)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정동 지역 역사보행탐방로의 장소적 가치의 재생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4일 서울시가 주도한 민관협력형 역사재생활성화사업을 통해 구세군중앙회관은 80여 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정동1928 아트센터’로 재탄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구세군이 지역 활성화에 앞장서 역사 문화재로 보존해온 구세군중앙회관 업무 공간을 공연, 전시, 커뮤니티 등 용도로 새롭게 조성해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의 중앙회관 왼편에 지은 별관은 70여 년 전에는 구세군 한국군 사령관 사택, 사관 교육생 기숙사 등으로 사용됐다가 이번에 미술 갤러리로 변신했다. 이밖에도 역사보행탐방로와 연계한 앞마당 개방형 공지를 조성해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원래 구세군중앙회관은 일제강점기 수난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빈민 구제를 통한 선교에 주력해온 구세군의 역사가 담긴 건물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구세군 선교와 교육, 사회봉사 등을 위해 사용돼왔다. 그 시작은 1926년 조선을 방문한 구세군 대장 브람웰 부스의 일흔 살 생일을 기념해 미국 사관과 구세군 신도가 모은 성금으로 27년 11월 신축에 착수해 28년 구세군사관학교로 준공되면서다.
89년까지 구세군의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구세군사관학교로 사용됐다. 59년 1·2층 일부를 증축하고 강당 천장을 높이는 공사가 시행된 뒤 구세군 대한본영의 사무실 일부가 입주하면서 구세군중앙회관으로 불렸다. 한국 구세군 선교에서 선교와 사회사업의 본부로 활용됐던 시작점으로 역사적 의미를 가지며, 그 위치도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옛 덕수궁 영역에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건립 당시 서울의 10대 건물 중 하나로 손꼽혔을 만큼 건축학적으로도 역사가 깊다. 건물 외관은 복잡한 장식이 배제돼 단순하지만 좌우대칭의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현관 앞 정면 중앙 상부의 삼각형 박공, ‘해머빔’(Hammer Beam)이라고 하는 독특한 지붕짜임으로 이뤄져 있어 조화가 돋보인다. 또한 벽돌조의 외관과 중앙 현관의 4개 기둥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이 충실히 반영돼 있다. 일부 증축과 개조가 있기는 했지만, 건축 당시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 이에 2002년 서울시 기념물 제20호로도 지정됐다.
지난해 ‘정동1928 아트센터’로 재탄생한 이 건물에는 정동 최초 미술 갤러리를 비롯해 공연홀, 콘퍼런스룸, 이벤트홀, 예술공방 등이 마련돼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대시설로는 베이커리 카페와 꽃집, 사진관 등이 들어서 즐길거리도 가득하다. 이 밖에도 근대역사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도 시민들에게 제공해왔다.
한 예로 정동1928 아트센터 2층에는 케이티(KT)와 함께 독립영화 전용관 ‘아트무비살롱’을 열고 연중무휴로 연말까지 월 2편의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매일 낮 12시와 오후 3시에 한 편씩 상영하며 ‘제2의 봉준호를 만나다’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독립·예술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가을을 맞아 정동1928 아트센터 야외무대에서도 시민과 호흡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10월 중순부터 매주 금요일 낮 12~1시 이곳 야외무대에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윤혜정 정동1928 아트센터 실장은 “발달장애인 후원단체 ‘하트하트재단’과의 협업 공연으로, 발달장애인 연주자에게는 다양한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점심시간 덕수궁길을 지나는 시민에게는 감미로운 음악을, 더 나아가서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그동안 정동1928 아트센터 미술 갤러리에서는 연극 <대한제국의 꿈> 등의 공연과 ‘안드레아스 잉글랜드 특별미술전’ 등 다양한 전시가 열려 호평받았다. 5일부터는 신진작가를 응원하고 발굴하기 위한 신진작가 초대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18일까지 신진작가 전예지 초대전 ‘에브리싱 프롬 플라워스’(Everything from Flowers)를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일 불안과 답답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요즘이지만 우리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소하게 재밌고 감사한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전시의 주제라고 한다. 전 작가는 “대부분 사람은 특별함 없이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삶 속에서도 소소하게 다가오는 재미와 감사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며 “이런 감사한 순간을 알록달록한 식물과 꽃을 이용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식물이나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관객들이 이런 알록달록한 식물을 그린 작품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전 작가의 바람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비에프케이(BFK) 판화지에 구아슈라는 물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구아슈는 불투명한 수채화 물감으로 차분하지만 다양한 느낌을 준다. 컴퓨터로도 작품을 그릴 수 있지만 그가 손 그림을 고집한 이유다. 더 정감 가는 색감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다린 정동1928 아트센터 프로듀서는 “오직 손으로 그린 전 작가의 알록달록한 작품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일상을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잠시나마 그림 속에서 쉬어가고 마음의 치유가 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신진작가전은 오는 12월까지 진행되며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도 무료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동은 우리나라 근대사와 미술, 공연 등 문화는 물론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공간”이라며 “이 때문에 정동1928 아트센터는 시민들이 역사자산을 직접 체감하고 머무를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보고 들으며 정동의 가치를 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정동1928아트센터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매주 금요일 낮에는 버스킹 공연 열려 발달장애인 연주자에 연주 기회 제공
정동1928 아트센터 모습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근대건축물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이 시선에 들어온다. 중구 정동 1-23번지에 있는 이 건물 근방으로 옛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등 역사문화자산이 만들어낸 근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거점 역할을 하는 이 건물은 1928년 구세군사관학교로 건립된 구세군중앙회관(서울시 기념물 제20호)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정동 지역 역사보행탐방로의 장소적 가치의 재생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4일 서울시가 주도한 민관협력형 역사재생활성화사업을 통해 구세군중앙회관은 80여 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정동1928 아트센터’로 재탄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구세군이 지역 활성화에 앞장서 역사 문화재로 보존해온 구세군중앙회관 업무 공간을 공연, 전시, 커뮤니티 등 용도로 새롭게 조성해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의 중앙회관 왼편에 지은 별관은 70여 년 전에는 구세군 한국군 사령관 사택, 사관 교육생 기숙사 등으로 사용됐다가 이번에 미술 갤러리로 변신했다. 이밖에도 역사보행탐방로와 연계한 앞마당 개방형 공지를 조성해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용성을 높였다.
내부 갤러리 모습
카페 헤이다 모습
신진작가 전예지 초대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