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야, 놀자

금요일 밤을 행복하게 하는 공원 저녁상

등록 : 2016-07-07 15:22 수정 : 2016-07-13 10:20
금요일 저녁에는 어른들도 아이들도 해방감에 들뜬다.

금요일 아침마다 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서는 딸아이는 싱글벙글이다.

 “아빠, 오늘은 좋은 날이다. 늦게 자도 되고 내일 학교에 안 가도 되고.”

 어디 딸아이뿐일까!

 “아직 조금밖에 못 놀았다고요! 왜 나만 들어가야 해요! 집에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

 저녁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는 말을 들은 아이들의 항변은 한결같다. 늦게까지 마음껏 놀라고 하고 싶지만 마음 같지 않다. 겨우 집에 들어가 후다닥 씻고 먹고 나면 자야 할 시간이 코앞이다. 그래서 금요일은, 아이들은 마음껏 놀 수 있어서 좋고 어른들은 들어가자고 닦달하지 않아서 좋다. 게다가 놀이터나 공원에서 저녁을 먹는 날은 왠지 소풍 가는 기분까지 든다.

 “오늘 저녁은 공원에서 먹기로 했어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한 엄마가 소식을 전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나무가 많은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소박한 저녁상을 차렸다. 집에서라면 그만 먹겠다며 실랑이를 벌였을 아이들이 금방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가로등 아래로 몰려간다. 부모들도 ‘뭘 먹지, 늦게 들어가면 언제 저녁을 먹지!’라는 걱정을 덜어 한결 마음이 편하다.


 노란 가로등 불빛을 받은 아이들이 오늘따라 예쁘고 발랄해 보인다. 마음이 여유로워서였을까. 아이들은 땅따먹기를 하다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가 달리기 시합을 하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왔다. 수돗가에서 물을 퍼오더니 땅바닥에 뿌리고 반죽이 된 흙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드는 중이란다. 무슨 음식을 만드나 궁금해 곁으로 다가서는 순간 아이들이 흙을 뭉쳐 들고 던지려고 달려왔다. 금세 옷에 흙물이 들었어도 “빨면 되지 뭐”라며 허허 웃는 건 아무래도 금요일의 힘이라고 할 수 밖에.

 아이들이 흙놀이에 빠진 사이 어른들은 모여 앉아 맥주 한잔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고 있자니 옛날 직장 다닐 때 생각이 났다. 금요일 저녁이 주는 해방감에 들떠, 고단했던 한 주를 떠나보내려 기어코 술자리를 만들었다. 돌이켜 보면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에게, 더 놀고 싶은 아이들에게,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불금은 숨통을 트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아닐까 싶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뭔가 아쉬운 표정이었다. 역시 아이들은 “이만큼이나 놀았는데!”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래도 다른 날과 다르게 쉽게 마음을 정리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람찬 하루를 보냈을 때 밀려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쌌을 때 딸아이가 기대에 들떠 말했다.

 “아빠, 내일은 또 좋다. 늦게 일어나도 되고 맘껏 놀아도 되니까. 또 놀자.”

 불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사진 박찬희 자유기고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