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가계빚이 심각하다는 진단이 많다. 지난달 가계빚 총액은 1224조 원으로 한국은행이 2002년 가계신용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빚을 내 부동산을 사거나 사업자금으로 쓰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생활 빈곤층이 늘어서 생활비로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가계빚 총액을 줄이려는 근본 정책은 내지 않고, 금리인하 같은 조치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런 부채 상황은 얼마 전 발표된 ‘서울서베이 2016’의 조사 결과에도 반영되어, 서울의 부채율이 48.4%로 나왔다. 부채율 자체도 문제지만, 빚의 이유를 보면 더욱 답답해진다. 가계빚의 주된 이유는 주택 임차와 구입(66.0%)이고, 그다음이 교육비(13.1%)다. 이 자료는 한국의 가계빚이 곧 주택문제이며 교육문제임을 알려 준다.
이 자료를 연령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30대가 특히 가계빚 중 주택 임차와 구입 비율이 높다. 청년실업과 저임금 문제로 청년들의 소득이 높지 않기에 이런 문제는 공공주택의 확대 등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가계빚 중 교육비가 치지하는 비율이 40대는 20.5%, 50대는 17.8%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 아이들을 중·고등학교, 대학에 보내려면 교육비가 가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60대는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9.6%로 높게 나타난다.
아울러 시기별로 비교해 보았을 때, 가계빚의 이유 중 교육비 때문이라는 비율이 2010년 10.9%에서 13.1%로 올라갔으며, 의료비 때문이라는 비율이 2010년 2.5%에서 5.6%로 올라갔다. 빚내서 집 사는 것이야 수긍할 수 있겠지만, 빚내서 교육비와 의료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참 답답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주거문제는 모든 연령층이 공통으로 느끼는 심각한 문제이다. 주거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가계빚을 지고, 이를 갚아 나가려면 평생토록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비싼 부동산값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가계빚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비싼 임대료 때문에 비싼 물가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고려해도 빚까지 내서 아이들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의료비는 말할 필요도 없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가계빚이지만, 그것을 푸는 방식에는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가계빚의 빨간불을 끄려면 직접 빚을 갚을 수 있게 국민들의 소득을 높여 주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득 수준에 맞는 값싼 주택을 제공하려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 공교육 강화와 공평한 입시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하며, 노인들에게 의료비 부담이 적은 국민의료보장 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서울시의 가계빚 통계가 함축하는 정책 방향이다. 정치인들은 이 통계를 어떻게 읽어 낼까? 상상력 있는 독해를 기대한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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