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찾동’ 간호사 전원 정규직 “만족도 최고”

강남구, 가장 늦었지만 앞서가는 찾동 방문간호사 인력 정책 펼쳐

등록 : 2020-11-05 16:00
34명 전원 정규 간호직 공무원 채용

비정규직 채용한 타 자치구와 차별화

내년 44명으로 늘려 동마다 2명 배치

‘작은 보건소’ 역할 담당하도록 할 것

강남구 찾동 방문간호사들이 10월29일 삼성동에 있는 강남구보건소 2층 로비에서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기간제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아 업무 연속성이 부족하더라구요. 정규직 간호사는 업무 연속성이 높죠.”

이순옥 강남구보건소 건강관리과 방문보건팀장은 10월29일 “서울시 찾동을 늦게 시작한 만큼 빠른 정착과 기간제 간호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간호사 전원을 정규 간호직 공무원으로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2018년 6월 6개 동에서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을 시범 운영한 뒤, 2019년 7월 전체 22개 동으로 확대했다.


강남구는 찾동 사업 중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지난해 4월 시작했다. 현재 총 34명의 찾동 방문간호사가 있는데, 육아 휴직 등으로 휴직한 간호사를 뺀 27명이 활동하고 있다. 동마다 1명, 취약 지역에 2~3명씩 배치돼 강남구 지역 노인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시작한 찾동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직접 찾아가서 돕는 서비스이다.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가 2인 1조로 방문해 복지 서비스 안내, 신생아·산모 건강 평가, 아동학대·가정폭력 예방, 노인 건강상태 점검, 복지·건강지원 상담·설계 등을 제공한다.

강남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늦게 찾동 사업에 합류했지만 다른 자치구와 달리 방문간호사 전원을 정규직 간호사로 채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구는 기간제 간호사를 채용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없앴다.

사실 강남구가 방문간호사제를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강남구는 2013년부터 허약 노인 예방 프로그램을 서울 자치구 중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 방문간호사들이 65살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진행하는 허약 노인 예방 프로그램은 타 자치구로 확산되기도 하는 등 우수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허약 노인 예방 프로그램은 65~84살 노인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운동, 영양, 구강, 인지, 요실금, 우울 등을 검사해 영양제와 고칼슘 우유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팀장은 “서울시와 전국에 전파되는 등 어르신 건강 관리에 많은 도움을 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찾동을 시작하면서 ‘간호사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모범을 보였다. “복지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2인 1조로 방문하니 각자 맡은 업무를 서로 의논하고 즉시 해결할 수 있어서 더 효율적이죠.”

정규직 공무원으로 이뤄진 강남구 찾동 간호사는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팀장은 “정규직 간호사는 복지사와 현장 업무를 협의해 원활하게 추진할 뿐만 아니라 업무 만족도 매우 높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8월 말부터 강남구 찾동 방문간호사들은 고유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선별진료, 자가격리 등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팀장은 “취약계층 어르신 건강이 항상 염려된다”며 “최근 일부가 다시 업무에 복귀했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남구는 찾동 방문건강관리사업 1년을 기념해 지난 9월 사례집 <강남구 방문간호, 찾동으로 피어나다>를 발간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주민이 원하는 건강프로그램인 소모임 교육과 허약 예방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시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며 “새로 온 직원들이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올해 안으로 업무 매뉴얼도 만들겠다”고 했다.

이 팀장은 “20, 30대 젊은 간호사들은 경험이 부족해 어르신들 상담을 어려워한다”고 지적한 뒤, 강남구가 이런 젊은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경험이 많은 간호사와 경험이 적은 간호사를 각각 1명씩 모든 동주민센터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구 조화를 이뤄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구는 내년 1월부터 찾동 방문간호사를 44명으로 늘려 동주민센터마다 2명씩 근무하게 하고, 여기에 15명을 더 증원해 59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또한 취약계층이 많은 동주민센터에는 방문간호사를 3명 이상 배치해 ‘작은 보건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보건소의 다양한 건강 사업과 연계해 치매, 정신, 영양, 운동 등 건강 안전망을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강남구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내년 7월께 역삼동방문건강관리센터를 열 예정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확산으로 찾동 방문간호사들의 개별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민들이 직접 주민센터를 찾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과 장비를 마련한다. 구는 이를 통해 찾동 방문건강관리사업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22개 동에 충분한 간호 인력이 배치돼 동주민센터가 ‘작은 보건소’ 역할을 담당해 주민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방문건강사업으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이 팀장은 “지금은 보건소 중심의 보건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22개 동주민센터에 방문보건팀을 만들어 ‘작은 보건소’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면 한다”며 “각 동 주민 특성을 살려서 주민 요구에 맞는 보건사업으로 찾동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