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토마토 안 먹던 아이, ‘도농상생 급식’ 토마토는 맛있대요”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4년차 성과와 과제

등록 : 2020-12-03 15:10 수정 : 2020-12-07 12:07
서울 시민에 안전·친환경 먹거리 제공

농촌, “판로 안정” 지속가능 농업 보장

코로나 재난 속 위기 대응 가능하게 해


강동·서대문 등 13개 구에서 사업 추진

식재료 전 품목 다루는 10개 센터 운영

공공급식 점심 식단.

11월30일 낮 12시15분. 강동구 그라시움 물빛 어린이집 유아반 아이들 9명이 점심 급식을 시작했다. 쌀밥에 미역국, 돈육김치두루치기, 온두부, 깍두기 등이 밥상에 올랐다.


이날 새벽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에서 배송받은 친환경 식재료로 조리한 식단이었다. 지난해 12월1일 문을 열어 개원 1년 차를 맞이한 어린이집 원생 95명은 지난 1년 동안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지원사업 시스템으로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받아왔다.

“우선 과일과 채소 당도가 높아요. 예를들어 아이들이 방울토마토를 원래 잘 안 먹잖아요. 그런데 도농상생 공공급식센터에서 보내온 건 먹어요. 신맛이 덜하고 단맛이 강하거든요.”

배윤경 원장이 말을 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엔 부모님 대상으로 ‘고추장 만들기’ 등 친환경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와 식재료 구분법 등을 강의한 적도 있어요. 어머니들이 참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이 역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통해 진행한 프로그램인데, 친환경 식재료 교육은 현장에선 상당히 인기가 많아요. 아이들 먹거리 관심은 늘 높을 수밖에 없어요.”

서울시가 2017년 전국 최초로 공공급식 식재료에 공적조달체계를 도입한 뒤 강동구 역시 공공급식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 실행했다. 강동구 공공급식센터로 식재료를 보낸 산지는 전라북도 완주군. 보통 산지에선 급식 하루 전 해당 자치구 공공급식센터로 현지 검수를 마친 식재료를 배송해온다.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와 완주군 ‘(재)온고을 로컬푸드 공공학교급식 지원센터’가 일대일 협약을 맺은 이래, 완주군은 강동구 관내 공공급식 식재료를 도맡아 생산하고 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이처럼 서울시 자치구와 농촌 지자체가 한 지역씩 연결해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 등 공공급식시설에 직거래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목적은 ‘소비자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나고, 생산자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적정 가격을 보장받는데’ 있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 관계’를 맺고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2%에 불과한 오늘날, 먹거리를 매개로 농촌경제를 살리고 친환경 농산물을 밥상에 올려보겠다는 취지다. 공공급식에 조달되는 산지 식재료는 제철에 생산된 비유전자조작(Non-GMO), 무제초제 등 위해 요소에서 자유로운 안전한 식재료를 대상으로 한다.

시행 4년 차, 농촌 산지 반응은 어떨까. 대체로 “판로 확보가 ‘안정적’ 소득으로 이어져 농가 만족이 높다”는 입장이다. 이충은 (재)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센터 매출비용이 완주 학교급식 다음으로 서울 강동구가 높다. 농가에서 당장 수익보다 안정적 소득을 위해 움직이게 되니 자연스레 매출이 늘어나고, 이 점이 다시 농가 소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완주는 군에서 직접 나서 ‘완주로컬푸드’를 인증할 정도로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높습니다. 볶은 참깨, 고춧가루 등 완주 농산물이나 가공품 등은 정말 질이 좋아요. 더구나 저흰 비영리재단이라 수익에 대한 부담 대신 안전한 농산물 재배에 관심을 쏟을 수 있죠. 서울시와 2017년 협약(MOU)체결 이후 해마다 120%로 생산 확대를 해올 정도로 매출이 좋았습니다.”

단 올해는 코로나 재난과 호우 피해로 농가 시름이 깊었다고 덧붙였다. “소농들은 하우스 하나에서 상추, 쌈채소 등을 재배하며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지향합니다. 서울의 단일 급식 메뉴로 재료 쏠림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갑작스러운 재난에 물량 부족이 생길 수 있죠. 이 지점을 고려해주시면, 앞으로 더 나은 건강한 식재료 생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전라북도 전주시와 일대일 협약을 맺은 서대문구는 올해 닥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발 빠르게 판로를 늘리기도 했다. 각 자치구에서 실행한 ‘서울시 꾸러미’ 사업 외에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직거래 장터’를 두 번 열어 산지와 자치구 시민을 곧장 연결했다.

탁현배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장은 “전주시와 서대문구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외에도 지역 단위 푸드플랜 정책을 따르는 등 도시 특성이 잘 맞았던 덕”이라며 “옥수수, 달걀, 당근, 감자 등 전주시 중소농들의 직접적 피해를 나누고자 했다. 농가는 물론 위기 상황에 가공식품 대신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저렴히 공급받은 시민들 호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농촌과 도시가 밀접히 연결돼 코로나란 재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계기를 저는 공공급식 사업으로 보거든요. 평소 도시와 농촌이 상시로 교류하고 물류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현재 관내 130여 개 공급처 외에도 다양한 판로를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윤병선 교수(건국대·현 서울시 공공급식위원회 위원장)는 “먹거리 주권을 도시와 농촌이 함께 지켜나가는 건 미래 세대를 위한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지금도 아이들 먹거리 관련 사고가 종종 벌어지는데, 2017년 이후 서울 시내 친환경 농산물 사용 비율이 많이 높아진 것을 먼저 고무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산지에서 지역인증을 거친 농산물이나 친환경 농산물로 아이들 밥상을 안전하게 지켜낸다는 것, 그리고 대규모 생산지 중심으로 편재됐던 유통 환경을 중소농 농가들에도 열어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는 건 도농상생의 가치가 실현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산지 친환경 농산물 재배 품목 다양화와 판로 개척이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지원사업은 2017년 6개 자치구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13개 자치구(강동·금천·강북·노원·도봉·성북·서대문·동작·은평·중랑·송파·동대문·영등포)에서 공공급식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북4구 통합센터 한 곳을 포함한 10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공급 품목은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등 식재료 전 품목이다.

서울시는 도농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양질의 급식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미참여 자치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산지 지자체와 일대일로 결연하여 참여 시설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1월30일 낮 12시께 강동구 그라시움 물빛 어린이집 유아반 아이들이 점심 급식을 시작하고 있다.

글·사진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