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성북구, ‘청년 일자리’-‘노인 주거 지원’ 연계한 작은 도전 빛났다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 2년 활동 마무리
등록 : 2020-12-17 15:40
‘청년 취·창업’ 지방정부 일자리 사업과
노인들의 주거복지 문제 연계해 진행
청년들에 집수리·청소·방역 기술 전수
민관협력으로 서비스 대상자 발굴
지난해 7월부터 활동, 1천 건 서비스 “친절하고 실력 좋다” 높은 평가 받아 구에 주‘ 거복지문화 대상’ 안겨줘
내년부터 돌봄SOS 서비스로 바뀌어
“밤에 번쩍거리니 놀라지는 마세요. 이 야광 손잡이가 효자 역할을 해요.(웃음)”
지난 11월27일 오후 성북구 동선동 한 단독주택 지하방에선 낙상 예방을 위한 집수리가 한창이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백영자(80) 할머니를 부축해 사용 방법을 알려줬다. 홀로 사는 백 할머니는 파킨슨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하다. 할머니는 “입구 계단에서 두 번이나 넘어졌다”며 “전등이 없어 늘 불안했는데 안전해져 다행이다”라며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성북구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 소속 청년 4명은 오전엔 대문에서 지하방까지 가는 길에 경사로를 두 곳 설치했다. 미끄럼 방지 테이프도 붙이고 입구에 전등도 달았다. 오후엔 화장실 안팎에 안전 손잡이를 달고 높낮이를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성북구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 고령친화 주거관리 서비스를 하는 청년 사업단 운영에 나섰다. 청년 취·창업을 위한 지방정부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문제 해결 영역과 접목을 꾀했다.
사업단 활동으로 성북구는 최근 ‘2020 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대상’ 기관 부문 종합대상을 받았다. 창의적 발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노후주택 개선을 넘어 안전 중심의 노인 주거복지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영상 수상 소감에서 이 구청장은 “주거 지원과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는 성북구의 작은 도전과 성공이 지역 사회 곳곳으로 퍼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성북 지역은 고령 인구가 많고, 노후주택 비율이 높다. 많은 노인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바라는데, 안전사고 대부분이 집에서 일어난다는 한국소비자원 통계가 있다. 이런 문제점에 주목한 구는 청년 20여 명에게 집수리와 청소 방역, 정리 수납 등 전문기관의 기술교육을 제공한 뒤 사업단을 만들었다.
사업단은 지난해 7월부터 지역 노인의 안전한 주거 환경을 위한 서비스를 해왔다. 서비스 대상자 발굴은 민관협력으로 이뤄졌다. 동주민센터, 보건소, 주민자치회, 동복지협의체 등이 참여했다. 2년 동안 사업예산은 서울시와 자치구 매칭으로 마련하고, 서비스 비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으로 이뤄졌다.
참여 청년들은 처음엔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이 하는 일이라 어른들이 꺼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일처리를 본 많은 어르신이 ‘친절하고 실력도 좋다’고 사업단을 평가했다. 사업단의 김진구 매니저는 “어르신 대부분이 좋아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고 어르신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거주자 특성과 주거 환경을 사전에 꼼꼼하게 분석하는 점이 사업단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개 2~3회 사전 방문해 어르신과 얘기를 나누고 눈으로 불편사항을 직접 확인한다. 이 과정이 어르신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을 자신들의 손주처럼 여기며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도 느꼈다고 한다.
사업단 손길은 255가구에 1천 회 넘게 닿았다. 올해는 잔손 서비스 ‘후따닥’을 추가했다. 문고리, 전등, 수전, 배관 교체 등 생활의 소소한 불편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신청 방식을 카톡으로도 열어 이용자가 훨씬 많았다. 낙상 예방 집수리 등 기존 서비스는 대상자 요건을 확인해야 해 공문으로 이뤄졌다. 후따닥 서비스 신청은 현장 생활 지도사, 동주민센터 직원, 복지관 담당자가 주로 한다. 코로나19로 방역 서비스 희망자도 많았다.
사업단의 주거관리 서비스는 지난해 본격화된 서울시 돌봄SOS센터 서비스 계획에 포함됐다. 노인과 청년의 세대 통합 사례로도 관심을 받았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홍보방송에도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달 말 사업단은 해단식을 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사업단이 해온 서비스는 돌봄SOS센터 사업으로 이어진다. 현재 사업단에서 활동하는 청년은 9명이다. 취·창업을 하거나 39살을 넘은 이들은 그사이 사업단을 떠났다. 남은 청년들은 현재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창업해 돌봄SOS센터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진구 매니저는 “창업하거나 협동조합을 만들더라도 공공사업 이외에 추가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사회적 기반이 약해) 쉽지 않아 고민이다”라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해 7월부터 활동, 1천 건 서비스 “친절하고 실력 좋다” 높은 평가 받아 구에 주‘ 거복지문화 대상’ 안겨줘
내년부터 돌봄SOS 서비스로 바뀌어
성북구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 소속 청년 4명이 11월27일 성북구 동선동 지하방에서 사는 백영자 할머니의 안전을 위해 집수리에 나섰다. 지하방 입구에 야광 손잡이 설치.
대문에서 지하방으로 들어가는 길 경사로 설치.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백영자 할머니에게 화장실 안팎 손잡이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