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서울시민이 행복해할 기술 개발할 것”
‘빨아 쓰는’ 마스크 개발한 서울기술연구원 고인석 원장
등록 : 2021-01-07 17:20
신기술접수소 열어 새 기술 제안받고
데이터센터에선 빅데이터 연구 진행
유니콘 기업 만들 ‘기업형 연구원’ 지향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 만들 것”
서울기술연구원은 2018년 3월 설립된 신생 연구기관이다. 서울시 출연 연구재단으로 서울시정의 다양한 기술정책 분야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서울을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고인석(62) 서울기술연구원장은 2018년 10월 초대 원장으로 취임해 2년 2개월 동안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는 1987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18년 6월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서울기술연구원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터라 초대 원장으로 발탁됐다.
고 원장은 “서울기술연구원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닌,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서 ‘실용’의 기조가 묻어난다. 한겨레 <서울&>은 지난 12월30일 마포구 상암동 디엠시(DMC) 산학협력연구센터 8층 서울기술연구원 원장실에서 고 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들었다.
“미세먼지와 황사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마스크는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친환경적이고 통기성이 좋은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 12월 빨아 써도 성능이 유지되는 마스크를 개발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마스크라는 점에 착안해 고 원장이 직접 ‘서울 에코마스크’라고 이름 지었다. “서울시에서 새로운 마스크 필터 소재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총상금 1억원을 걸고 크라우드소싱 기술 공모를 했습니다.” 정전기 방식의 기존 필터와 달리 물세탁 뒤에도 여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Polytetrafluoroethylene) 필터에 주목했다. 쉽게 말해서 고어텍스로 알려진 멤브레인 소재다. 기존 멜트블로운(MB) 필터는 미세먼지를 더 잘 걸러내기 위해 정전기를 띄워놨다. 세탁하거나 물에 닿으면 정전기가 사라져 필터링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필터는 애초부터 정전기가 없는 필터라서 물로 씻어 사용해도 기능에 별 차이가 없다. 이미 크라우드소싱 공모로 선정된 필터 개발 업체와 서울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시제품이 나왔다. 고 원장은 “곧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그것을 상용화하고 사업화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기술 개발해서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뭐 합니까. 현장에 적용돼야죠.” 2019년 6월 문을 연 ‘신기술접수소’는 민간 기술을 제안받고 검증하는 서울시 기술혁신 플랫폼이다. 온라인으로 365일 접수해 곧바로 평가와 심사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총 811개 기술이 접수돼 122개 기술이 서울시를 대상으로 하는 실증연구를 하거나 문제 해결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신기술접수소는 민간 기업의 기술을 토대로 서울시라는 거대한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실증 비용을 지원한다. 기술 연구개발(R&D) 지원형에 선정되면, 테스트베드 제공과 제안 건당 5억원 미만 실증 비용을 지원해준다. 고 원장은 “공무원 입장에서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술이라도 선뜻 도입하기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따른다”며 “신기술접수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과 실용화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시민을 위해 개발하거나 연구한 기술은 에코마스크에 그치지 않는다. 잠실환승센터에서는 위성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제대로 수신할 수 없어 버스정보시스템(BIS)이 무용지물이다. 서울기술연구원은 터널이나 지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에스디아르(SDR)를 이용한 가상 지피에스 신호 생성 기술을 공모로 발굴해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고 원장은 “이 기술을 잠실환승센터와 남산1호터널 등에 적용하면 시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서울기술연구원은 2019년 가을 열수송관 첨단 손상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실용화했다. 고 원장은 “기존 육안 점검을 통한 사후 유지관리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선제적 유지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사례”라고 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빅데이터가 중요해졌습니다. 지능화되고 스마트한 연구 자산을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 12월 데이터사이언스센터를 열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도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데이터사이언스 체계를 구축해 앞으로 모든 빅데이터 기반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고 원장은 서울기술연구원이 단순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형 연구원’으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는 창업 밸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직원들의 벤처 창업 유전자를 키우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아이디어 공모도 하고 있다. 지난해 미세먼지 센싱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내 벤처 1호’를 선발해 올해 1월부터 적극 지원에 나선다. 고 원장은 “숨 쉬는 연구원이 되면 인재들이 몰려올 것으로 본다”며 “그럼 지속 가능한 연구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기술연구원은 2021년에는 ‘35대 과제’를 선정해, 서울시 현안을 기술로 뒷받침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 위탁 등 기관 사이 협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할 계획이다. 고 원장은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융복합적인 기술 대안을 제시해 시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 서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장이 12월30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기술연구원 원장실에서 한겨레 과 만나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마스크는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친환경적이고 통기성이 좋은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 12월 빨아 써도 성능이 유지되는 마스크를 개발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마스크라는 점에 착안해 고 원장이 직접 ‘서울 에코마스크’라고 이름 지었다. “서울시에서 새로운 마스크 필터 소재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총상금 1억원을 걸고 크라우드소싱 기술 공모를 했습니다.” 정전기 방식의 기존 필터와 달리 물세탁 뒤에도 여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Polytetrafluoroethylene) 필터에 주목했다. 쉽게 말해서 고어텍스로 알려진 멤브레인 소재다. 기존 멜트블로운(MB) 필터는 미세먼지를 더 잘 걸러내기 위해 정전기를 띄워놨다. 세탁하거나 물에 닿으면 정전기가 사라져 필터링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필터는 애초부터 정전기가 없는 필터라서 물로 씻어 사용해도 기능에 별 차이가 없다. 이미 크라우드소싱 공모로 선정된 필터 개발 업체와 서울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시제품이 나왔다. 고 원장은 “곧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그것을 상용화하고 사업화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기술 개발해서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뭐 합니까. 현장에 적용돼야죠.” 2019년 6월 문을 연 ‘신기술접수소’는 민간 기술을 제안받고 검증하는 서울시 기술혁신 플랫폼이다. 온라인으로 365일 접수해 곧바로 평가와 심사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총 811개 기술이 접수돼 122개 기술이 서울시를 대상으로 하는 실증연구를 하거나 문제 해결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신기술접수소는 민간 기업의 기술을 토대로 서울시라는 거대한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실증 비용을 지원한다. 기술 연구개발(R&D) 지원형에 선정되면, 테스트베드 제공과 제안 건당 5억원 미만 실증 비용을 지원해준다. 고 원장은 “공무원 입장에서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술이라도 선뜻 도입하기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따른다”며 “신기술접수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과 실용화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시민을 위해 개발하거나 연구한 기술은 에코마스크에 그치지 않는다. 잠실환승센터에서는 위성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제대로 수신할 수 없어 버스정보시스템(BIS)이 무용지물이다. 서울기술연구원은 터널이나 지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에스디아르(SDR)를 이용한 가상 지피에스 신호 생성 기술을 공모로 발굴해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고 원장은 “이 기술을 잠실환승센터와 남산1호터널 등에 적용하면 시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서울기술연구원은 2019년 가을 열수송관 첨단 손상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실용화했다. 고 원장은 “기존 육안 점검을 통한 사후 유지관리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선제적 유지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사례”라고 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빅데이터가 중요해졌습니다. 지능화되고 스마트한 연구 자산을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 12월 데이터사이언스센터를 열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도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데이터사이언스 체계를 구축해 앞으로 모든 빅데이터 기반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고 원장은 서울기술연구원이 단순 연구소가 아니라 ‘기업형 연구원’으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는 창업 밸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직원들의 벤처 창업 유전자를 키우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아이디어 공모도 하고 있다. 지난해 미세먼지 센싱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내 벤처 1호’를 선발해 올해 1월부터 적극 지원에 나선다. 고 원장은 “숨 쉬는 연구원이 되면 인재들이 몰려올 것으로 본다”며 “그럼 지속 가능한 연구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기술연구원은 2021년에는 ‘35대 과제’를 선정해, 서울시 현안을 기술로 뒷받침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 위탁 등 기관 사이 협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할 계획이다. 고 원장은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융복합적인 기술 대안을 제시해 시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 서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