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도자기 빚으면서 마음 어루만지는 곳

노원구 초안산 도자기 체험장

등록 : 2021-01-14 18:15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공예 체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디아이와이(DIY)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도자기 공예는 완성된 작품을 선물하기 적당한데다 도심 속 접하기 어려운 ‘흙’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인기가 많다. 하지만 도자기 체험 명소로 알려진 이천, 여주 등은 일상 속 여가 장소로는 조금 멀게 느껴진다. 이런 가운데 노원구에 고즈넉한 분위기 속 도자기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

지난 12월 완공된 도자기 체험장은 월계2동 초안산 자락(덕릉로60타길 33)에 자리 잡았다. 대지면적 278.8㎡ 규모로 2개의 체험실과 전시실, 가마실을 갖추고 있다. 주변에는 잔디광장과 산책로, 아이들을 위한 과학놀이터로 꾸며진 생태공원이 있다.

체험장과 생태공원이 들어선 이곳은 원래 ‘재건대 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1970년대 말 폐품과 고물을 수거해 생활하던 사람들이 강제 이주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오랫동안 무허가 건물이 난립해 경관이 훼손되고, 폐기물이 쌓여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구는 2008년 정비사업을 시작해 10여 년 만에 33가구 80개 건물의 이전과 철거를 마쳤다. 불법 매립으로 환경을 오염시켰던 2200t 규모의 폐콘크리트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과거 채석 작업으로 훼손된 정상 부근 1㏊ 구간도 정비했다. 정비 과정에서이주민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와 설득으로 자진 철거를 유도했다.

재건대 마을의 도자기 체험장 조성 사업은 오랜 세월 해결하지 못했던 지역 문제를 주민들과의 협치로 풀어낸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생태공원 조성 계획을 미리 설명하고 의견을 설계에 반영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공원과 아파트 사이 노후 철제담장 60m 구간을 생태공원과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자체 시공하기로 뜻을 모아줬다.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잔토와 암석을 재활용해 9천만원의 공사비도 절감했다.

도자기 체험장은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아동반은 자연 재료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머드놀이, 오감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성인반은 식기나 컵, 화분, 접시같은 소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신이 만든 완성된 도자기는 건조, 굽기, 유약, 식힘 과정 등 한 달가량 과정을 거쳐 직접 수령하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노원구 누리집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한다. 매달 9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달 과정을 접수한다. 1개월 단위의 정기반과 일일체험을 할 수 있는 수시반 프로그램이 있다. 정기반은 아동반, 초등반, 직장인반, 성인반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유아를 위한 단체체험과 가족 단위 일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운영은 변동될 수 있어 사전에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가끔은 투박한 도자기가 주는 예스러움이 그리울 때가 있다. 주위 사람에게 내 손으로 빚은 도자기 잔에 차 한 잔 대접해 보는 건 어떨까? 힘든 시기 우리 같이 힘을 내자는 마음을 담아서.

김유신 노원구 미디어홍보담당관,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