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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줄 서야 했던 동네극장

등록 : 2016-07-14 15:24 수정 : 2016-07-15 16:34
1963년 은평구 대조동 6-9번지에 자리했던 옛 불광극장 모습
불광역 7번 출구 골목, 오래된 사철탕 집에서 소주를 기울이는 70대 남성 둘은 대조동 6-9번지 일대를 가리키며 “이 자리가 옛날 불광극장 자리였어. 1981년에 이상훈이라는 탈주범이 영화 보다가 잡혔는데 그때 극장에 사람이 제일 많이 몰렸을걸? 이 동네는 건물 모양새만 바뀌었지, 크게 변한 게 없어”라며 지난 세월을 추억한다.

불광동 토박이 조익환(70) 씨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불광극장의 단골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에 자리 잡은 동네극장이었지만 늘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 단관극장이라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지만, 불광동 버스 종점의 중간회차 지점이어서 약속 장소로 잡기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사복경찰과 학교 선생님들이 합동단속반을 꾸려 불시에 극장을 찾아오곤 했는데, 조씨도 남학생 무리 옆에 앉았다가 영화가 시작된 뒤 하나둘 누군가에게 귓불을 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더러 목격했다 한다.

조씨는 이제는 사라진 불광극장 앞을 지날 때면 영화가 끝나고 길 건너 태극당에서 단팥빵 사들고 집으로 가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극장은 사라졌지만 빵집은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이라며 불광극장 자리를 바라보는 조씨의 얼굴에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16년 옛 불광극장 자리의 현재 모습. 건물이 사라지고 빌딩이 들어섰다.  서울시, 기억발전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