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중한 책임감이 주는 스트레스를 즐기고 있어요.”
초연 당시 전 좌석이 매진됐을 뿐 아니라 그해 열린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베르나르다 알바>(~3월14일, 정동극장)의 장영주 배우가 3년 만에 재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엔 주연으로만 참여했는데 이번엔 주연을 맡으면서 직접 프로듀서까지 맡아 무대 안팎의 살림을 책임졌다. 그때와 지금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배우들이 더블캐스팅이고, 무대디자인과 연출이 크게 바뀌었어요. 독립적이며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이죠. 그러나 차별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색깔로 또 다른 <베르나르다 알바>가 만들어지길 고민했어요.”
1930년대 스페인 한 농가를 배경으로 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면서 다섯 딸에게 극도의 절제를 강요하는 가정을 그렸다. 외부와 단절된 채 진행되는 억압과 통제가 결국엔 파국을 맞는다는 이야기인데, 원작에 등장하는 10명의 여성 캐릭터에 맞춰 10명의 여자 배우만 무대에 오르는 보기 드문 시도를 하기도 했다.
“광적인 페미니즘에 속하지 않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인간 군상이며, 가족 간의 관계, 갈등을 나열한 모녀의 속내가 드러납니다.” 첫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새롭게 뽑은 배우들의 오디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단다.
“20여 년간 응시자 위치였는데, 심사하는 곳에 있으니 쉽지 않네요. 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본 것이 좋은 경험이 됐죠. 이젠 적재적소에 자리해줘 든든합니다.” 무엇보다 2021년 정동극장의 첫 작품으로 선정될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장씨는 공연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극장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또 코로나를 뚫고 공연장을 찾을 관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숨은 그림, 다른 그림을 찾아보세요. 초연을 보신 분은 복기의 기쁨을, 처음 보신 분은 심장의 떨림을 느끼길 바랍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정영주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했다. 뮤지컬에는 <브로드웨이 42번가>(2020), <베르나르다알바>(2018), <레베카>(2017), <모차르트!>(2016) 등에, 방송에는 <열여덟의 순간> <황금정원> <열혈사제>(2019),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참여했다. 제5회 서울 웹페스트 영화제 여우조연상(2019),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2019)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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