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관악산 서쪽 끝 봉우리, 산세가 북쪽 한양을 바라보는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 해서 호암산이라 불린다.
호암산에는 호암산성과 한우물, 석구상, 호압사, 불영사 등 많은 사적과 유서 깊은 전통 사찰이 있으며, 도심에서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이 중에서 특히 사람들 발길이 잦은 곳은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호암늘솔길’이다.
호암늘솔길은 호암산 자락에 장애인, 노약자 등 보행 약자가 산림의 아름다운 경관과 휴양, 치유와 같은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호압사에서 호암제1터널까지 1.2㎞ 구간에 조성한 무장애 숲길이다. 언제나 솔바람이 부는 길이라 하여 호암늘솔길로 이름 지었다. 서울둘레길 관악산 구간과 맞닿은 이곳은 도심속에서 시간이 멈춘 비밀의 옛 정원처럼 사계절 내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천구 시흥2동에 있는 호압사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주차장 옆 커다란 잣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옛 정원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서 있다. 이곳이 호암늘솔길의 시작점이다. 잘 놓인 데크길을 따라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금천구 도심과 호암산의 경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쉼터가 나온다. 전망쉼터에서는 호암산 능선과 구도심의 경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초월자의 입장에서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관망하는 듯하다.
전망쉼터부터 잣나무산림욕장과 호암산폭포까지 이어지는 호암늘솔길 2구간에서는 자연이 주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호암늘솔길의 필수 코스인 잣나무 산림욕장에서는 호암산의 꿋꿋한 절개를 자랑하듯 웅장한 잣나무 군락이 사람을 맞는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잣나무 산림욕장에는 주민과 등산객들이 자연과 함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쉼터와 작은 북카페가 여러 개 마련돼 있다. 쉼터에 앉아 살살 불어오는 솔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다보면 가슴속 상념은 솔바람에 흘러가고 평온함이 찾아온다.
잣나무 산림욕장을 지나 잣나무와 소나무가 의좋은 형제처럼 사이좋게 늘어서 있는 길을 지나면 호암늘솔길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호암산폭포의 우렁찬 낙수소리가 사람들을 반긴다. 시흥계곡으로 이어지는 호암산폭포는 2011년 산사태로 노출된 자연암반에 폐약수터 물을 활용해 만든 인공폭포다. 호암산폭포의 우렁찬 낙수소리를 듣고 있자면, 가슴속에 쌓인 고민마저 씻겨나가는 기분이 든다.
호암산폭포에서 100여m만 이동하면 제8쉼터인 노을쉼터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서쪽으로 뻗은 호암산 능선 뒤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은 호암늘솔길의 마지막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구는 호암산 자락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행 약자를 포함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도록 2014년 호암늘솔길 조성을 시작했다. 사업은 총 3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지난해 마지막 구간인 호암산폭포~호암제1터널까지 200m를 연장하며 호암늘솔길 조성을 완료했다.
호암늘솔길에는 총 12개의 쉼터가 있어 누구나 쉽게 호암산만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전 구간에 야간 조명이 설치돼 잠 못 이루는 여름밤 야경을 즐겨보는 것 또한 좋을 듯하다.
삭막한 도심 속 빡빡한 일상에 숨 돌릴 틈없이 바쁘게 생활하는 직장인이나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서로에게 마음마저 인색해져버린 듯한 가족과 이웃들이라면, 솔 내음 가득한 ‘호암늘솔길’을 걸어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챙겨보길 추천한다.
박상호 금천구 홍보디지털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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