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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옷 버리지 말고 바꿔 입어요”

순환패션 생활문화 캠페인 펼치는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

등록 : 2021-02-18 15:08
환경오염 알리고, 옷 쓰레기 덜 내게

나눔 활동 돕는 가이드라인 툴킷 배포

‘서울시NPO지원센터 지원사업’ 선정

“순환패션 허브 역할 하고 싶다” 꿈꿔

‘다시입다‘는 순환패션 생활문화 캠페인이다. 친구나 지인들과 재밌게 옷을 바꿔 입어 보면서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생활 전반으로 스며들게 해 옷 쓰레기를 줄이는 프로젝트다. 5일 중구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가 캠페인 포스터를 배경으로 웃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교환할 옷의 정보를 담은 태그.

‘옷 한 벌 만드는 데 한 사람이 7년 마실 수 있는 물을 쓴다.’

‘다시입다’의 정주연(47) 대표는 몇 년 전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물 7천 리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뉴스에서 접했다. “의류산업이 석유산업 다음으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라니.” 기사를 읽으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이 컸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순환패션 생활문화 캠페인을 생각했다. 순환패션은 옷의 생산, 유통, 소비, 수거가 원형을 이뤄 돌아가 최대한 오랫동안 사용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 대표는 옷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2019년 캠페인 ‘다시입다’를 기획했다.


지난 5일 중구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그는 “궁극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움직여야 풀어갈 수 있는 거지만, 소비자가 인식해야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든 재밌고 거부감 없이 인식할 수 있게 해보자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 대표는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일하며 틈틈이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을 5년간 만들어오고 있다. 독립잡지를 함께 만들었던 팀원 3명이 뜻을 같이해 참여했다.

처음에는 중고 매매나 재활용보다는 옷을 바꿔 입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밌게 옷을 바꿔 입어 보면서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생활 전반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멀쩡한데 입지 않는 옷을 친구나 지인들과 바꾸어 입으면서 환경 문제를 알아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가이드라인 툴킷을 제공했다. 툴킷에는 가이드북, 포스터, 교환 티켓, 옷 태그 등이 담겨 있다. 가이드북에는 운영 팁, 필수 물품, 진행 순서, 남은 옷 처리할 기부 업체 안내 등이 적혀 있다.

교환할 옷의 태그에는 ‘굿바이 & 헬로’라는 인사말이 적혀 있다. 떠나보내는 옷에 대한 작별과 새로 옷을 입게 될 사람에 대한 인사이다. 태그 뒷면에는 옷 정보를 쓰는 칸이 있다. 언제 얼마에 사서, 몇 번 어떻게 입었는지를 간단히 쓸 수 있다. 떠나보내는 옷에 전하는 인사말도 곁들인다. 정 대표는 “옷에 대한 정보도 주면서, 옷을 떠나보내는 사람의 마음도 전해지는 것 같아 반응이 좋다”고 했다.

캠페인은 ‘다시입다’ 프로젝트로 지난 한 해 서울시엔피오지원센터의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으로 추진됐다. 인스타그램(@wearagaincampaign)을 운영하며 해시태그 운동, 카드뉴스, 뉴스레터로 콘텐츠를 퍼뜨렸다. 콘텐츠는 환경 관련 소식, 에코 레시피, 실천 팁, 환경을 지키며 옷 입는 방법, 빨래와 수선 방법 등을 다뤘다.

중고 의류에 대한 인식, 입지 않는 옷 처리 방식 등을 묻는 설문조사도 2차례 진행했다. 각 300명 정도 참여했다. 중고 옷을 입어본 적이 있는 응답자의 약 70%, 입어본 적이 없는 응답자의 40% 정도가 앞으로 중고 옷을 입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프로젝트 진행에 긍정적인 신호였다. 응답자의 약 90%가 입지 않는 옷을 옷장에 두고 있거나 헌 옷 수거함에 버린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옷 쓰레기를 줄이며 긍정적으로 변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오프라인 활동은 4차례 했다. 코로나19로 추진이 여의치 않았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며 10명 이내로 두 차례, 30여 명과 60여 명이 각각 모인 자리는 입장객 수를 나눠 진행했다. 옷 교환과 더불어 환경 관련 영상 보기, 수선, 스타일링 코칭 등의 프로그램 운영도 곁들였다.

참여자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관심이 많고 행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나름대로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자주 사는 옷이 환경에 이 정도로 (악영향을) 주는지 몰랐다”는 참여자가 많았다. “입지 않는 옷을 처분할 생각으로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많은 옷이 예쁘고 좋아 놀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독서모임 등 동호회 회원들끼리도 가볍게 교환해볼 수 있겠다는 걸 알게 됐다”거나 “입지 않는 옷을 바꿔볼 생각을 못했는데, 친구들과 당장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다.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멋진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인 정 대표는 캠페인을 좀 더 넓혀가는 걸 고민하고 있다. “인식 개선에 초점을 두고 시작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선, 중고 의류 판매, 업사이클링을 함께 해서 옷 쓰레기를 줄이는 순환 패션의 허브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