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집 그릇 가져오시면 떡볶이 더 드려요”
성북구 주민실천모임들, 쓰레기 줄이기 운동 펼쳐
등록 : 2021-02-18 15:41 수정 : 2021-02-19 14:03
종암 봄봄, ‘식당 포장’ 때 집 용기 사용
동선 너머, 세제 소분 ‘나눔점방’ 열어
돈암 아파트 자치회, 분리배출 안내
“자원순환 마을 만들기에 주체 역할”
성북구 종암동에 있는 분식가게 ‘부산어묵’에는 담을 용기를 갖고 가면 반겨주고 양도 넉넉히 준다. 1월29일 부산어묵을 찾은 주민실천모임 ‘봄봄’ 회원 신소연씨의 그릇에도 떡볶이가 넉넉하게 담겼다. 신씨는 “처음에는 그릇을 내밀기 쑥스러웠지만 환경에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했다.
부산어묵은 봄봄의 ‘용기내샵(#)’ 캠페인 1호 가게다. 용기내샵은 포장 음식을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집에서 가져온 용기에 담아 오는 캠페인이다. 봄봄 회원들이 지난해 9월부터 동네 식당들을 찾아 취지를 설명하고 가게에 미니 포스터(인증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해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 생활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택배와 음식 배달이 크게 늘었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배출량도 덩달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24일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지만 선언을 넘은 구체적인 실행 속도는 더디다. 이런 가운데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퍼지고 있다. 봄봄 등 성북구 주민실천모임들이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활동에 나선 것도 이런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봄봄은 ‘나를 돌보고 서로를 돌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6년 환경 교육을 함께 받은 10여 명 주민으로 시작했다. 현재 20여 명 회원은 대부분이 종암동과 인근 지역 30~50대 주부들이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활동으로 시작해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를 위한 작은 실천을 이어왔다. 2018년부터 회원으로 활동해온 양혜영씨는 “코로나19 위기로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크게 늘어 이전부터 기획해왔던 용기내샵을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가게 사장님들이 참여해줄까’ 걱정도 했지만 한 달 만에 동네 식당 20곳이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 회원의 단골가게인 식당들은 환경에도 좋고 일회용기 비용 절감도 되니 좋다며 흔쾌히 참여해줬다. 봄봄을 만들 때부터 지금껏 함께해온 김효순씨는 “참여 가게를 늘려가며 주민자치회나 주민센터에 가게를 소개하고 알리려 한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도 용기내샵 캠페인이 퍼져갈 수 있길 바라며 힘을 보태려 한다”고 덧붙였다.
동선동 주민센터에서는 1월15일 주민자치회 사무실 한쪽에 ‘동선 나눔점방’이 문을 열었다. 나눔점방은 주민실천모임 ‘너머’가 운영한다. ‘너머’는 지난해 11월 만들어졌다.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인 나눔점방은 친환경 세제와 천연 수세미 등 생활용품을 작게 나누는 ‘소분’ 등을 해서 판매한다. 이곳 물건을 사려면 개인 용기와 장바구니를 가져와야 한다.
앞서 동선동 주민자치회 교육마을활력분과는 지난해 기후위기 문제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공론장을 주민자치회 유튜브 채널에서 세 차례 열었다. 그 뒤 8명이 참여해 너머 팀을 꾸렸고 ‘소소한 실험이라도 해보자’며 나눔점방을 준비했다. 나눔점방은 평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씩, 너머 회원이 번갈아가며 운영한다. 이양희 너머 간사는 “아직은 초기라 하루 이용자가 10명 안팎”이라며 “앞으로 성북구 공정무역센터 등 동네의 다른 기관들과 손잡고 활동을 늘려가려 한다”고 했다.
돈암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여성자치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리배출 안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쓰레기양을 줄이고 분리배출 비율을 높였다. 이 활동은 입주민인 김명옥씨의 솔선수범으로 시작됐다.
아파트의 500여 가구는 임시 야적장에서 주 1회 배출하는데, 별도 분리수거함이 없어 분리배출이 잘 안 되고 있었다. 동 대표를 맡은 김씨는 목요일 저녁마다 분리배출 현장에 나가 안내했다. 처음엔 ‘왜 관여하냐’며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꾸준한 활동에 여성자치회 회원들도 나서면서 분리수거 쓰레기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평균 재활용 마대 3개 이상이던 투명 페트병은 현재 1~2개 분량으로 나오고 있다.
생활 속 실천모임 활동은 주민의 주도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포장 음식 용기 사용, 세제 소분 구매 등이 별난 행동이 아니고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비 형태가 돼야 한다”며 “자원순환 마을 만들기 주체로 주민의 자발적인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야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가 동네마다 만들어지고, 주민이 주도하며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마을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으로 자리 잡도록 공공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코로나19 위기 속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퍼지는 가운데 봄봄 등 성북구 주민실천모임들이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활동에 나서고 있다. 1월 29일 성북구 종암동 한 분식가게(부산어묵)에서 봄봄 회원 신소연씨가 떡볶이를 용기에 담아 가져가고 있다. 부산어묵은 봄봄이 펼치는 ‘용기내샵’ 캠페인 참여 가게 1호점이다.
봄봄은 ‘나를 돌보고 서로를 돌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6년 환경 교육을 함께 받은 10여 명 주민으로 시작했다. 현재 20여 명 회원은 대부분이 종암동과 인근 지역 30~50대 주부들이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활동으로 시작해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를 위한 작은 실천을 이어왔다. 2018년부터 회원으로 활동해온 양혜영씨는 “코로나19 위기로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크게 늘어 이전부터 기획해왔던 용기내샵을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가게 사장님들이 참여해줄까’ 걱정도 했지만 한 달 만에 동네 식당 20곳이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 회원의 단골가게인 식당들은 환경에도 좋고 일회용기 비용 절감도 되니 좋다며 흔쾌히 참여해줬다. 봄봄을 만들 때부터 지금껏 함께해온 김효순씨는 “참여 가게를 늘려가며 주민자치회나 주민센터에 가게를 소개하고 알리려 한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도 용기내샵 캠페인이 퍼져갈 수 있길 바라며 힘을 보태려 한다”고 덧붙였다.
1월15일 성북구 동선동 주민센터 주민자치회 사무실에 ‘동선 나눔점방’이 운영을 시작했다.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인 나눔점방은 친환경 세제 등 생활용품을 작게 나누는 ‘소분’ 등을 해 판매한다.
봄봄 ‘용기내샵’ 캠페인 누리집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