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길을 묻다
“노후자금 준비, 본인은 물론 자녀에게도 최고 선물”
신중년, 길을 묻다 ② 재무 영역 첫번째 이야기: 조현섭 노후설계연구소 소장
등록 : 2021-02-25 14:26 수정 : 2021-04-15 17:17
노후자금을 재무설계 목표 1순위로
예상 생활비 통해 노후 필요소득 가늠
공적·퇴직·개인 3층 연금소득 ‘기본’
부족자금은 주택·즉시 연금 활용을
국민연금 받기 전인 소득 공백기에는 실업급여와 퇴직급여·개인연금 활용 “자금 부족분 준비 시간 갖출 수 있게
은퇴 5년 전 재무 점검 하는 것 필요”
“위험을 확인해 대비하고 대안을 찾는 것.”
조현섭 노후설계연구소장은 노후자금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조 소장은 2010년부터 국민연금공단에서 노후 준비 지원서비스 업무로 강의와 상담을 해왔다. 지난해 연말 정년퇴직해 1월부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현장에서 “노후자금으로 얼마가 필요한가요?” “노후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들었다. 2월3일 서대문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조 소장을 만나 그의 대답을 직접 들어봤다.
그는 먼저 공공기관의 노후자금 관련 지원 서비스에 대해 알려줬다. 국민연금공단의 노후 준비 지원서비스는 2010년 교육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는 개별 상담으로 넓혀졌다. 2015년 노후준비지원법 시행으로 모든 국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별 상담에서는 재무는 물론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의 진단을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대안까지 조언받는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듯 노후 준비에 대해 점검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도 은퇴·노후 준비를 상담받을 수 있다. 서민의 안정적 금융생활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전문가가 자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부채 관리, 소득과 지출 관리 등 재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대면(금융감독원 본원 1층 금융민원센터), 전화(1332번에 건 뒤 7번 금융자문서비스 선택), 온라인 등으로 이뤄진다.
조 소장은 신중년의 재무설계에서 노후자금 계획을 최우선 목표로 둘 것을 당부했다. 자녀 교육비, 결혼자금 지원 등에 앞서 자신의 노후자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대부분은 자녀의 은퇴 시기까지 살아 있게 된다. 자녀가 은퇴해 안정적인 소득이 없을 때, 부모가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녀의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는 “본인의 노후 준비가 자녀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강조했다.
가정마다 지출액이 각각 다르듯 필요 노후자금도 다를 수밖에 없다. 조 소장은 “현재 사는 곳, 생활비 지출 정도에 따라 나름의 노후 적정 생활비를 가늠해보는 게 좋다”고 했다. 주요 항목별(주거비, 차량유지비, 식료품비, 통신비, 의료비 등)로 정리해 지출 규모를 파악하면 된다. 여기에 은퇴 생활 기간(대부분은 90살까지)을 곱하면 필요 노후자금이 나온다.
노후 필요자금을 가늠할 때 국민연금공단의 내연금 누리집(csa.nps.or.kr)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노후재무설계 코너에서 나이만 입력하면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월 생활비 필요액은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노후보장 패널 조사(2017년)에서 나온 월 154만원(1인 기준 적정 생활비)으로 입력돼 있다. 수치는 바꿀 수 있다. 참고로 조사에서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는 243만원으로 나왔다.
노후 필요자금 규모가 나오면 현재 준비 상태에서 얼마나 부족한지,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계획해봐야 한다. 은퇴 뒤 매달 받을 수 있는 소득은 국민·퇴직·개인 ‘3층 연금’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내연금 누리집의 내 연금 알아보기에 가면 현재 자신의 연금 가입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3층 연금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조 소장은 “부족분은 목돈보다는 연금 형식으로 마련하라”고 권했다. 은퇴 뒤엔 매달 일정 금액을 받아 생활하고 돈에서 벗어나 취미, 여가를 즐기고 건강을 관리하며, 원만한 대인관계 등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목돈을 지니고 자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으로 투자처를 찾아다니느라 온 시간을 돈 걱정하면서 보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수령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국민연금공단 가까운 지사 방문) 현재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달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노후 소득이다. 은퇴 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공백 기간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1957~60년생은 62살부터, 1961~64년생 63살, 1965~68년생 64살, 1969년생 이후는 65살부터 지급된다. 퇴직 뒤 2~5년의 소득 공백기가 생긴다.
국민연금을 받기 전 소득 공백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조 소장은 “실업급여와 퇴직·개인연금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선 최대 9개월간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를 챙겨야 한다. 정년퇴직은 비자발적 퇴사로 실업급여 대상이다. 지원 금액은 직전 임금의 60% 수준으로, 하루 최대 6만6천원 한도로 월 198만원까지다. 고용보험 상실신고와 이직 확인, 온라인 교육과 워크넷 구직 신청, 고용센터 방문(서류 지참)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용보험(www.ei.go.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실업수당 수령 기간에는 4주마다 재취업 활동 신고를 해야 하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퇴직금은 연금과 일시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연금으로 받는 경우 퇴직소득세의 30%를 줄여준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55살 이상이고, 수급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추가납입은 안정적인 노후생활 준비를 위해 정부가 장려하기 위해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연간 납입액 최대 700만원 한도(연금저축과 통합 한도, 2022년까지 50살 이상 900만원)에서 개인이 추가 납입할 경우, 16.5%(연봉 5500만원 초과 13.2%)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에서 깎아준다. 연간 최대 115만5천원의 세금을 돌려받는 셈이다.
조 소장은 IRP 계좌를 2개 이상 개설하는 ‘팁’을 알려줬다. “퇴직금이 일시에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퇴직금 수령 IRP 계좌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위해 납입한 IRP 계좌는 구분해 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마다 IRP 계좌 개설을 할 수 있다.
3층 연금으로도 노후 필요자금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조 소장은 “주택연금은 노후자금이 부족하거나 상속권자가 없는 경우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주택연금은 55살 이상 부부 기준으로 9억원 이하 집인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담보로 맡긴 집에 살며, 연금 총수령액과 집값은 부부 사망 뒤 주택을 처분해 정산한다. 연금 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고, 반대로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넣고 연금으로 나눠 받는 금융상품이다. 1억원 정도의 여윳돈을 즉시연금에 넣고 매달 30만원(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음)가량을 종신 수령할 수 있다. 조 소장은 “중도 해지 때 손실이 있으며 특히 종신형은 1회 수령 뒤 중도 해지를 할 수 없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 소장은 노후자금은 늦어도 은퇴 5년 전에는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자금 점검은 빠를수록 부족 자금에 대한 준비가 쉬울 수 있다. 특히 노후자금의 기본인 연금에 관한 한 너무 늦으면 보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후자금 점검에 늦은 나이는 없다”며 은퇴 준비 때 놓치지 말고 챙기길 당부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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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받기 전인 소득 공백기에는 실업급여와 퇴직급여·개인연금 활용 “자금 부족분 준비 시간 갖출 수 있게
은퇴 5년 전 재무 점검 하는 것 필요”
조현섭 노후설계연구소장은 노후자금을 목돈이 아닌 매달 일정 금액이 생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권했다. 은퇴 뒤엔 돈에서 벗어나 건강을 관리하며, 원만한 대인관계 등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2월3일 서대문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실에서 조현섭 소장이 상담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