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취약계층 이불 세탁하니 마음도 ‘뽀송’”
6년 된 동작구 무료 세탁소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
등록 : 2021-03-04 16:54 수정 : 2021-03-05 15:06
빨랫감 수거부터 세탁과 배달까지
자활근로자가 모든 일 맡아서 처리
지난해 824가구 방문 세탁 서비스
매월 신규 이용자 2~3명 꾸준히 늘어
“취약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아요.”
동작구 본동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에서 만난 최아무개(49)씨는 두 달 전부터 이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최씨는 2월24일 “나도 힘든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일할 기회가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동작구는 2015년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다.이 빨래방은 몸이 불편한 홀몸노인과 중증장애인의 빨랫감을 무료로 수거해 세탁, 배달까지 해준다.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을 위탁 운영하는 본동종합사회복지관의 김호진 사회복지사는 “빨래방은 주거 공간이 좁아 세탁기를 들여놓지 못한 주민이나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랫감을 세탁하기 힘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은 50㎏짜리 대형 세탁기 1대와 건조기 1대, 25㎏짜리 건조기 1대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신발 건조기와 장난감 건조기까지 있다. 이 빨래방은 2018년까지 이불뿐만 아니라 의류나 신발, 장난감 등도 세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류, 신발이나 장난감 세탁은 안 한다. 김 사회복지사는 의류 세탁을 하려면 소재에 따라서 세탁법을 달리해야 하는데, 전문 세탁소가 아니다보니 모든 세탁물을 세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의류는 세탁하면서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작구는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을 지역 자활사업과 연계해 운영한다. 자활근로사업은 수급자나 저소득계층에 근로 기회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자활노동자’이다. 구의 추천을 받아 일하는 자활노동자들은 빨랫감을 수거·배달하는 일과 세탁,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 등을 맡아 한다. 이곳 빨래방은 정원은 6명이지만 현재 4명이 근무한다. 최근 5명이 근무하다가 한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뒀다. 서류 정리와 세탁을 맡아 하는 도아무개(49)씨는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도씨는 “이곳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데, 정원을 채운 적이 없어 일손이 항상 모자라지만 모두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주로 세탁물 수거·배송 차량을 운전하는 김아무개(62)씨는 잦은 이직이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근무시간에 비해서 급여가 워낙 떨어지니까 오래 못 버티고 나간다”며 “숙달되고 만족하는 사람은 계속 남아서 일하지만,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고 했다. 김호진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져 휴관도 했고, 이외 여러 요인이 맞물려 정원이 다 찬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앞으로 2명을 더 충원할 계획으로 동작구에 인력 추천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은 지난해 824가구를 직접 방문해 무료 빨래 서비스를 제공했다. 빨래방 직원들은 매주 동작구 내를 돌면서 빨랫감을 수거해 온다. 김 사회복지사는 “일주일에 평균 빨랫감 수거 건수는 25~30건 정도 되는데, 가구당 빨랫감은 2~3개 정도”라며 “어르신 만족도도 더 높아져, 매월 신규 이용자가 2~3명씩 꾸준히 늘어난다”고 했다. “빨래방에서 빨래 맡길 것 있냐고 연락이 오죠. 또 내가 필요할 때 전화하면 빨랫감을 수거하러 옵니다.” 주민 권아무개(72)씨는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 근처에서 3년째 살면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권씨는 “보통 2주에 한 번 꼴로 세탁 도움을 받고 있다”며 “주로 이불과 요, 방석 등 직접 세탁하기 힘든 빨랫감을 맡긴다”고 했다. 그는 “빨래방 덕분에 빨래도 자주 하고 이전에 비해 훨씬 깨끗하게 산다”며 고마워했다. “그분들이나 저희나 서로 의지해가며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맡은 김씨는 “반지하에 세탁기가 없는 집도 많고, 이분들이 사는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세탁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가져다 드릴 때마다 무척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 왠지 나도 힘이 난다”고 했다. 이곳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강아무개(44)씨는 일보다는 홀몸노인이 한 명씩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가슴 아프고 마음이 씁쓸해진다고 했다. 강씨는 “빨래 서비스를 하다보면 1년에 두세 분씩 꼭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가시거나 해서 슬퍼질 때가 있다”며 “내가 이불 빨아주고는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고 힘들어진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휴관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중단 없이 빨래방을 운영해 많은 주민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호진 사회복지사는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이곳을 직장으로 여기기보다는 복지 사업에 참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사회복지사는 “여기 계신 분 모두 빨래방에서 일하는 데 대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며 “최대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동작구 본동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에서 일하는 두 명의 자활노동자가 2월24일 세탁이 끝난 이불을 세탁기에서 꺼내고 있다.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은 50㎏짜리 대형 세탁기 1대와 건조기 1대, 25㎏짜리 건조기 1대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신발 건조기와 장난감 건조기까지 있다. 이 빨래방은 2018년까지 이불뿐만 아니라 의류나 신발, 장난감 등도 세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류, 신발이나 장난감 세탁은 안 한다. 김 사회복지사는 의류 세탁을 하려면 소재에 따라서 세탁법을 달리해야 하는데, 전문 세탁소가 아니다보니 모든 세탁물을 세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의류는 세탁하면서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작구는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을 지역 자활사업과 연계해 운영한다. 자활근로사업은 수급자나 저소득계층에 근로 기회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자활노동자’이다. 구의 추천을 받아 일하는 자활노동자들은 빨랫감을 수거·배달하는 일과 세탁,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 등을 맡아 한다. 이곳 빨래방은 정원은 6명이지만 현재 4명이 근무한다. 최근 5명이 근무하다가 한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뒀다. 서류 정리와 세탁을 맡아 하는 도아무개(49)씨는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도씨는 “이곳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데, 정원을 채운 적이 없어 일손이 항상 모자라지만 모두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주로 세탁물 수거·배송 차량을 운전하는 김아무개(62)씨는 잦은 이직이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근무시간에 비해서 급여가 워낙 떨어지니까 오래 못 버티고 나간다”며 “숙달되고 만족하는 사람은 계속 남아서 일하지만,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고 했다. 김호진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져 휴관도 했고, 이외 여러 요인이 맞물려 정원이 다 찬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앞으로 2명을 더 충원할 계획으로 동작구에 인력 추천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은 지난해 824가구를 직접 방문해 무료 빨래 서비스를 제공했다. 빨래방 직원들은 매주 동작구 내를 돌면서 빨랫감을 수거해 온다. 김 사회복지사는 “일주일에 평균 빨랫감 수거 건수는 25~30건 정도 되는데, 가구당 빨랫감은 2~3개 정도”라며 “어르신 만족도도 더 높아져, 매월 신규 이용자가 2~3명씩 꾸준히 늘어난다”고 했다. “빨래방에서 빨래 맡길 것 있냐고 연락이 오죠. 또 내가 필요할 때 전화하면 빨랫감을 수거하러 옵니다.” 주민 권아무개(72)씨는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 근처에서 3년째 살면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권씨는 “보통 2주에 한 번 꼴로 세탁 도움을 받고 있다”며 “주로 이불과 요, 방석 등 직접 세탁하기 힘든 빨랫감을 맡긴다”고 했다. 그는 “빨래방 덕분에 빨래도 자주 하고 이전에 비해 훨씬 깨끗하게 산다”며 고마워했다. “그분들이나 저희나 서로 의지해가며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맡은 김씨는 “반지하에 세탁기가 없는 집도 많고, 이분들이 사는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세탁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가져다 드릴 때마다 무척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 왠지 나도 힘이 난다”고 했다. 이곳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강아무개(44)씨는 일보다는 홀몸노인이 한 명씩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가슴 아프고 마음이 씁쓸해진다고 했다. 강씨는 “빨래 서비스를 하다보면 1년에 두세 분씩 꼭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가시거나 해서 슬퍼질 때가 있다”며 “내가 이불 빨아주고는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고 힘들어진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휴관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중단 없이 빨래방을 운영해 많은 주민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호진 사회복지사는 여기서 일하는 분들은 이곳을 직장으로 여기기보다는 복지 사업에 참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사회복지사는 “여기 계신 분 모두 빨래방에서 일하는 데 대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며 “최대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나눔손 뽀송뽀송 빨래방의 빨래감 수거·배송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