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57)은 초기 활동 시기인 1987년부터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다. 이 작가가 1998년 아트선재센터에서 국내 첫 초청 개인전을 열기 전까지, 왕성했던 국내외 초기 활동을 재해석한 개인전 ‘이불-시작’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1980년대 후반 당시 국내 화단은 모더니즘이 대세였다. 상처를 일으키고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듯한 청년 작가 이불의 당시 작업은 새로운 예술적 아이콘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국내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이불의 성장은 놀라웠다. 2021년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이 차지한 비중 중에는 초기 이불의 활동이 그 자체로 지분을 지니고 있다고 할 정도다.
이 작가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2019년 국가와 인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한국인에게 시상하는 호암상(예술상)을 받았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등 전세계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전시는 ‘도대체 작가 이불이 왜 대단한가?’라고 묻는 관람객에게 답하듯 이불 작업의 모태를 차근차근 되짚는다. 초기 10여년간 집중적으로 발표했던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중심으로 전시실 1과 2를 채웠다. 기존의 조각 전통을 탈피한 재료로 인체의 재현 방식을 실험하던 대학교 재학시절 작품 관련 기록과 드로잉, 그리고 퍼포먼스 비디오를 두루 살피며 시대와 맞닿은 작가의 비판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실 3은 기록에 관한 전시다. 유실된 작품과 자료를 담은 사진기록 60여 점, 미공개 드로잉 50여 점, 오브제와 조각 10여점 등 풍부한 작품과 자료를 통해 이불의 예술행위(퍼포먼스)의 배경과 의미를 환기한다. 하나의 면을 여러 프레임으로 분절하거나,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등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받아들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로비에 설치된 작품 <히드라>는 1996년 처음 등장한 이불의 풍선 모뉴먼트 연작이다. ‘시티스 온 더 무브’(Cities on the Move) 프로젝트에 초청돼 2년간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던 이 작품은, 관람객이 펌프를 직접 밟아 10미터 높이의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참여적 조각이다.
이불만의 일관되고 독특한 서사는 남성중심의 미술사와 남성 중심 사회가 구축해온 권위, 위계, 경계를 여전히 흔들고 있다. 전시는 5월16일까지 이어진다.
장소: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
시간: 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토·일·공휴일 오후 7시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2124-8939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