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회적금융 전문은행 창설에 힘 보탤 것”
대안금융기관 ‘사회연대은행’의 새 수장 김용덕 이사장
등록 : 2021-03-25 16:23 수정 : 2021-03-25 18:10
2009년 합류, 12년부터 대표 맡아와
단체,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로 출발
청년·시니어 사업 등 활동 확대해와
“직원들과 조직 미션 재정립 노력 중”
‘사회연대은행-사단법인 함께만드는세상’은 2002년 설립한 사회적 금융 기관이다. 사회적 금융 기관은 사회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자본을 조성해 가용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적용한다. 사회적 금융의 대표적인 유형은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지역개발금융, 사회목적투자, 풀뿌리 관계 금융 등이다.
2009년 정부가 주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미소금융’이 출범한 뒤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사회연대은행도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창업을 통한 여성 가장의 자립 지원에서 출발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저소득 취약계층 창업 지원과 사회적 경제 조직 육성·지원 분야로 넓혀졌다. 또한 세대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시니어 대상 사업을 해왔다. 대학생의 고금리 부채 상환을 지원하면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연계하고, 시니어의 사회공헌을 돕는 사업 등이다.
사회연대은행 설립 뒤 18년 동안 김성수 전 성공회 대주교가 이사장직을 맡았다. 김 대주교는 그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최근 그의 뒤를 이어 김용덕(68) 이사장이 새로 취임했다. 3월19일 종로구 혜화동 사회연대은행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대외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이 더 커져 부담감을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말했다. 김성수 대주교라는 큰 울타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2012년부터 대표상임이사로 조직을 운영해와 사회연대은행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안팎의 기대감이 크다. 김 이사장은 30년 넘게 영리기업에서 일했다. 2005년엔 ‘신용위험 관리’ 등을 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만들었다. 개인 신용평가 시장이 활성화되면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조건으로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허무함과 함께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즈음 한 선배가 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라는 책을 운명처럼 접하면서 답을 찾게 됐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창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전 그라민뱅크 총재의 자서전이었다. ‘우리도 이런 것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6년 사회연대은행 후원의 밤 행사를 신문에서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이종수 대표와 김성수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후원회원이 됐다. 2009년엔 사외이사로 참여했고, 2012년부터 대표상임이사직을 맡았다. 첫 3년을 아주 힘들었던 시기로 그는 기억한다. 조직 안팎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규정과 운영 시스템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사무소 4곳을 정리했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떠나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사업 면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그는 “자원이 제한된 비영리기관의 역할은 사회문제를 찾아 공공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사회적 인식을 퍼뜨려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해 사업 대상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했다. 사회연대은행은 더디지만, 차근차근 성과를 내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투명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금융복지 부문 ‘삼일투명경영대상’을 받았다. 사회적 금융 기관으로서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추기 위한 기반 작업도 진행했다. 사회적 금융 전문 시스템을 마련하고, 금융 소외 계층 가운데 자립 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찾아 지원하기 위한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금융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출 신청부터 심사, 약정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현재 사회연대은행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과제는 조직 미션 재정립이다. 김 이사장은 “마이크로크레디트와 함께 청년, 시니어 대상으로 어떤 사업을 해나가는 게 좋은지 조직 차원에서 공감대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며 “직원들과 소통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또한 비영리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은 봉사자가 아니고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뜻있고 역량 있는 사람이 비영리에서 일하게 되고 우리 사회 건강성을 지켜줄 수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금융 전문은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에 60여 곳이 있고, 얼마 전 일본에서도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사회적 금융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학계, 연구자 등 10여 명이 참여해 정기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10년 뒤 사회연대은행이 대표 금융복지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사회적 금융 전문은행과 협업하길 기대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19일 종로구 혜화동 사회연대은행에서 김용덕 신임 이사장이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2012년부터 대표상임이사로 조직을 운영해왔고, 최근 전임 이사장인 김성수 전 성공회 대주교의 이사장직 사임으로 새로 이사장에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대외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이 더 커져 부담감을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말했다. 김성수 대주교라는 큰 울타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2012년부터 대표상임이사로 조직을 운영해와 사회연대은행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안팎의 기대감이 크다. 김 이사장은 30년 넘게 영리기업에서 일했다. 2005년엔 ‘신용위험 관리’ 등을 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만들었다. 개인 신용평가 시장이 활성화되면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조건으로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허무함과 함께 죄책감마저 들었다. 그즈음 한 선배가 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라는 책을 운명처럼 접하면서 답을 찾게 됐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창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전 그라민뱅크 총재의 자서전이었다. ‘우리도 이런 것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6년 사회연대은행 후원의 밤 행사를 신문에서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당시 이종수 대표와 김성수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후원회원이 됐다. 2009년엔 사외이사로 참여했고, 2012년부터 대표상임이사직을 맡았다. 첫 3년을 아주 힘들었던 시기로 그는 기억한다. 조직 안팎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규정과 운영 시스템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사무소 4곳을 정리했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떠나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사업 면에서도 변화를 추구했다. 그는 “자원이 제한된 비영리기관의 역할은 사회문제를 찾아 공공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사회적 인식을 퍼뜨려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해 사업 대상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했다. 사회연대은행은 더디지만, 차근차근 성과를 내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투명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금융복지 부문 ‘삼일투명경영대상’을 받았다. 사회적 금융 기관으로서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추기 위한 기반 작업도 진행했다. 사회적 금융 전문 시스템을 마련하고, 금융 소외 계층 가운데 자립 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찾아 지원하기 위한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금융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출 신청부터 심사, 약정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현재 사회연대은행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과제는 조직 미션 재정립이다. 김 이사장은 “마이크로크레디트와 함께 청년, 시니어 대상으로 어떤 사업을 해나가는 게 좋은지 조직 차원에서 공감대를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며 “직원들과 소통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또한 비영리기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비영리에서 일하는 사람은 봉사자가 아니고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뜻있고 역량 있는 사람이 비영리에서 일하게 되고 우리 사회 건강성을 지켜줄 수 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금융 전문은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에 60여 곳이 있고, 얼마 전 일본에서도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사회적 금융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학계, 연구자 등 10여 명이 참여해 정기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10년 뒤 사회연대은행이 대표 금융복지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사회적 금융 전문은행과 협업하길 기대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