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쳐로 느리게 살기

물 아껴 지구 살리기

등록 : 2016-07-21 15:31 수정 : 2016-07-22 13:30
 
우리는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많이 쓸까. 조사 자료와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1인당 280∼ 330리터나 된다. 독일 130리터에 견준다면 우리나라는 물 과소비국가다. 물을 낭비하게 하는 주범의 하나는 바로 수세식 변기다. 수세식 변기는 한 번에 14~16리터의 물을 쓰는데, 4인 가족이 하루에 3~4번 변기 레버를 누르면 대략 200리터를 쓰는 셈이다.

수세식 변기는 똥이라는 자원을 강에 버려 수질오염을 일으키면서 물까지 낭비하게 하기 때문에 인류가 만든 최악의 발명품에 오르기도 했다. 도시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예전처럼 퇴비화장실을 쓸 수는 없는 일이지만, 수세식 변기의 물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세수할 때나 손빨래할 때 썼던 물을 모아두었다가 대소변을 배출할 때 쓰는 것이다.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도록 세면대에서 쓴 물이 양변기의 물탱크에 자동으로 모이도록 설계된 것도 있다. 물을 적게 쓰는 변기도 많다. 대소변을 구별하는 레버가 달린 것도 있고, 제트펌프를 이용해 압력을 주어 7리터 이하의 물을 쓰게 하는 변기도 있다. 변기를 바꿀 수 없다면 기존의 양변기 물탱크에 벽돌이나 물을 채운 페트병을 넣어도 된다. 만약 2리터 페트병을 넣어둔다면 변기 레버를 누를 때마다 물을 2리터씩 아끼고 있는 것이라, 실천하는 사람이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물 절약 교육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파트 발코니에 퇴비화장실 만들기를 제안한다. 퇴비화장실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쿠션이 망가져 버려야 하는 의자의 쿠션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철물점에서 파는 변기커버를 단 뒤, 그 아래에 빈 페인트 통을 가져다 놓는 것이다. 소변을 흡수하고 냄새를 막기 위해 톱밥, 쌀겨, 재, 숯가루 등을 준비해놓았다가 변 위에 듬뿍 뿌리면 된다.


물론 도시에서는 모아놓은 오물을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아 퇴비화장실을 만들어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아파트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는데, 2~3일 단수가 되니 가장 곤란했던 것이 대변 처리였고 아파트의 으슥한 공간에 버려진 대소변을 수없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비상용으로도 퇴비화장실은 고려해 볼 만하다.

글·사진 임경수 느린삶학교 대표강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