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서울 지하철에 시달리다가, 제주 바다 보며 신명나게 일해요”

서울시, 11개 시·도 98개 기업에서 근무할 서울 청년 180명 모집

등록 : 2021-04-01 16:16
부산·제주·강원 등 지역 기업에서 근무

직무경험+사회공헌활동 월 220만원

제조·도소매업·연구개발 등 직무 다양

7일까지 ‘사람인’ 포털에서 접수 진행


서울 청년은 새로운 ‘도전 기회’ 찾고

지역은 새 인력 유입으로 ‘활력’ 얻어

서울시는 2021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로, 창업, 커리어, 취미 등 다양한 주제로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시가 부산에서 진행한 단체 멘토링 프로그램 현장.


“2호선 지하철에서 시달리지 않는다는 게 가장 좋은데요.(웃음) 마음만 먹으면 일하다가 바로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근무환경이거든요. 최근 제가 참여한 콘텐츠는 ‘제주 로컬푸드 정기구독 서비스’예요. 올봄엔 셰프와 함께 제주도 가파도산 뿔소라와 청보리로 만든 밀키트 리소토를 만들어 구독자분들에게 배송했죠.”

3월31일 오후 2시, 제주도에서 송수안(25)씨가 주저 없이 말했다. 전화 너머로 ‘쉭쉭’하며 제주 바람 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송씨는 서울 관악구 출신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지역문화 콘텐츠그룹 ‘재주상회’(iiinjeju.com/about/)에서 지난해 10월 일을 시작했다. 평소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송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재주상회 계정을 눈독 들여 보다가, 마침 공고로 나온 서울시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을 통해 재주상회와 근로계약을 맺고 지난해 10월 비행기를 탔다.

“서울이 일자리도 부족하고 근무환경이 각박하잖아요. 여긴 한적하고 여유로운 게 강점이죠. 시 지원이 있어서 정착 때 두려움은 별로 없었어요. 젊을 때 도전해볼 기회라고 봤죠.”

이처럼 청년의 지역 기업 근로활동을 지원하는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이 올해도 문을 열었다. 이는 서울 청년들이 지역에 직접 살며, 평소 관심이 많았던 지역 기업에서 직무 경력을 쌓고,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모집인원은 180명이다. 최종 선발되면 전국 11개 시·도 98개 지역 기업에서 4월부터 1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근무한다. 모집 대상은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살 이상 39살 이하 청년이다.

9개월 근무 뒤 근로계약을 이어가 지역에 정착할 수도 있다. 서울에 살다가 지난해 4월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에 있는 지역 관광 커뮤니티 센터 ‘고구마쌀롱’에서 일을 시작한 조연실(24)씨는 강원도에서의 여유로운 생활과 회사 문화가 본인과 잘 맞는다고 여겨 올봄 정규직 전환 뒤 속초에 정착했다. 조씨가 말했다.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여행사 취업을 준비했는데, 곧 코로나19가 터져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어요. 서울에선 여행업계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고, 어렵게 취업이 된다고 해도 사무직으로 머무를 확률이 높았던 상황이었죠. 저는 현장에서 직접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웃음) 그런데 이곳에선 제가 여행 콘텐츠 기획을 하고 전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가이드할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해온 여행 업무와 딱 맞아떨어지는 근무환경이더라고요.”

이처럼 서울시는 올해부터 세전 월 220만원의 급여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성공적인 지역 안착을 위해 장기근무수당을 최대 9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과 청년이 서로 동의하면 유급으로 5일간의 사전체험 기간도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유급 사전체험 기간은 청년의 지역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역 기업들은 주로 △제조업(32.4%) △도·소매업(16.7%) △정보통신업(14.7%)에 속해 있다. 해당 기업들은 △홍보마케팅(22.7%) △기획·관리(16.3%) △연구개발·디자인(각 13.6%) 분야에 역량을 갖춘 청년 채용을 희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영지원 △영업 △생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일할 인재를 모집할 예정이다.

사업에 참여한 지역 기업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4월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을 통해 청년 인력을 소개받고 9개월 동안 함께 일했던 전혜인(33) 영초산방 선임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영초산방(instagram.com/youngcho_sanbang/)은 부산 동구에 있는 커뮤니티 공간 기반 로컬콘텐츠 제작소다. 전씨는 “정말 즐거웠던 추억이었다. 일을 해결해나가는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만족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매니저가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지역 인재가 대부분 서울로 가려고 하는 이 시국에, 역으로 부산으로 인재가 유입된 상황 자체가 강점이었죠. 지난해 우리 회사에서 고용한 청년은 아이디어가 뛰어났어요. 함께 ‘동네 굿즈’를 제작해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400% 넘는 성공률을 달성했어요.”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 참여자로 선발된 청년들은 지역에서 근로활동(월 128시간)과 사회공헌활동(월 32시간)을 병행하게 된다. 또한 서울시는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역량 향상과 지역 안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서 주 4일 근무하고 주 1일 8시간은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일자리 사업과 차별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공헌활동은 청년들이 직접 지역의 아이들과 사람들을 만나 필요한 자원을 나누는 과정이다. 청년들이 지역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사회 공헌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지난해엔 유기농법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농장에서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거나, 지역에 사는 발달장애아동들의 미술·체험 활동을 이끌어보고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지도를 하는 등 공헌활동을 이어갔다. 참여자 만족도 조사 결과, 지역공헌기관 89%는 청년들 참여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러왔다고 답했다.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은 2019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경북 5개 지역에 있는 19개 기업에서 청년 45명이 활동한 이후, 2020년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으로 규모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경북, 부산, 강원, 제주를 포함한 13개 지역의 153개 기업에서 266명의 서울 청년이 활동했다. 2020년 만족도 조사 결과 청년 73%, 기업 82%, 사회공헌기관 92%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올해는 민간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의 ‘지역상생 참여기업 공동채용관’에서 채용 원서를 접수한다.

모집 기간은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다. 대상은 만 19~39살 청년으로 2020년 12월25일부터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거나, 2021년 3월 25일 현재 서울 소재 기업·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업 정보와 자세한 지원 자격은 ‘사람인-지역상생 참여기업 공동채용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청년 취업난은 가속화하지만, 지방은 인구 유출이 심각해 청년 인력이 매우 귀한 상황”이라며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이 서울 청년에게는 직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는 젊은 청년 유입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서울과 지역이 균형 발전하는 상생 모델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1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사업 모집 공고.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