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버려지는 포인트, 서울시가 재활용해 주세요” 으뜸 제안상

시민 제안 플랫폼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각종 아이디어 봇물

등록 : 2016-07-21 15:43
서울상상마당은 전문가와 서울시 공무원,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우수한 시민 제안을 뽑는 자리다. 윤지혜 기자,
“공감 버튼을 눌러 주세요.”

지난달 21일 서울시청 지하에 자리한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상상마당’.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장내의 시민들이 바쁘게 투표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는 막 발표를 마친 김원민(33) 씨가 긴장된 얼굴로 결과를 기다렸다.

서울상상마당은 전문가와 서울시 공무원,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우수한 시민 제안을 뽑는 자리다. 이날 무대에서는 올 상반기 ‘천만상상 오아시스’(oasis.seoul.go.kr)를 통해 접수된 시민 제안 가운데 실행 가능성과 창의성이 높은 6건을 선보였다.

마지막 여섯 번째로 연단에 오른 김원민 씨는 ‘버려지는 포인트, 이제 서울시가 재활용해 주세요’라는 제안으로 76표의 시민 공감을 얻었다. 앞서 발표된 ‘미세먼지 신호등’ ‘생각하는 횡단보도’ 등의 제안보다 더 많은 표였다. 김씨는 “처음 제안을 올릴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놀라워했다.

김씨가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제안을 올린 것은 지난 3월이다.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지도사로 일하는 그는 “평소 아이들에게 사회에 관심을 갖고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도록 지도해왔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일상생활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들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됐다”고 말한다.

‘버려지는 포인트, 이제 서울시가 재활용해 주세요’라는 제안도 자신이 대형 마트에서 느꼈던 아쉬움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대형 마트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이용할 때가 많은데, 매장 마일리지를 적립하거나 사용하는 데 번거로움이 많아 잘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마일리지가 늘 아깝더라고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서울시 공동 포인트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표를 가장 많이 얻은 김원민 씨가 무대에서 자신의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김씨의 제안은 간단하다.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아깝게 버려지는 마일리지를 서울시 명의로 적립하자는 것이다. 구매 금액이 낮거나 매장 마일리지 카드가 없는 고객은 대부분 마일리지 적립을 포기하는데, 이를 서울시 이름으로 모아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하자는 의견이다.

현재 서울시는 김씨의 제안을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영관 서울시 재무과장은 “서울시가 대형 마트에서 사용하는 금액은 연간 1억~2억 원 정도로, 적립 금액으로 치면 200만~300만 원 수준이다. 적극적으로 대형 마트 등과 협의해 시민들도 서울시 이름으로 적립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나중에 마트에 갔을 때 내 마일리지를 진짜로 서울시에 적립하게 되면 뿌듯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서울상상마당에서는 ‘개천 물막이 보, 교육용 생태계 해설판 설치’ ‘지하보도 정보를 활용한 온라인 길찾기 서비스’ ‘미세먼지 신호등’ ‘서울시 청사 에너지 절약법’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생각하는 횡단보도’ 등 실생활과 밀접한 5개 제안들도 함께 소개됐다. ‘지하보도 정보를 활용한 온라인 길찾기 서비스’를 제안한 김운희(67) 씨는 “외출할 때 포털의 길찾기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지하보도나 지하상가가 지도에 표시되지 않아 빠른 길을 두고도 에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빨간불이 켜지는 신호등을 학교나 노인시설에 설치하자는 ‘미세먼지 신호등’은 학부모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다. 

아이디어 제안, 이런 창구도 있어요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외에도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응답소(eungdapso.seoul.go.kr) 서울시의 모든 민원과 제안을 통합 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인터넷,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화 등으로 신청하는 모든 민원과 제안을 접수해 처리 후 결과를 알려 준다.

정책박람회 서울시 정책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시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다. 해마다 9월에 개최된다. 지난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행사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의 정책 제안에 귀를 기울이며 문턱 없는 행정을 구현하기도 했다.

제안의 날 복잡하고 다양한 행정 수요를 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시민과 관련 공무원이 직접 만나는 소통의 장이다. 연 6회 개최되며, 올 상반기에는 모두 네 차례 열렸다. 하반기에는 10월과 11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올린 제안이 채택될 경우, 최대 2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공무원이 정책을 제안하고 시민이 평가·선택하는 ‘업무혁신 제안마당’도 해마다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