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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인공지능로봇…동시대성 다룬 국립극단 연극 4편 무대 올라

셋업202(19일~5월10일)

등록 : 2021-04-15 15:40 수정 : 2021-04-15 15:42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이 문구는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데 적합한 장르가 연극’이라는 것을 설명할 때 종종 언급된다. 특히 한국 연극계의 동시대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평가받은 남산예술센터가 지난해 문을 닫으면서 이러한 연극을 볼 기회가 좀처럼 없어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빨간 지붕의 극장’ 국립극단이 5월10일까지 ‘지금의 시대’를 비춰볼 수 있는 네 편의 연극을 공개한다. ‘셋업(Setup) 202’는 소재부터 관람 방식까지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된 페스티벌이다. 성소수자, 로봇 배우, 예술과 기술 등 요즘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를 소재로 했다.

먼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자이툰 파스타>(사진)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박상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성소수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청춘의 일상 속에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원작의 말맛을 살리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무대 위에 앉아 360도로 몸을 돌려가며 극장 곳곳을 가로지르는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실험적 공간 사용도 돋보인다.

이어서 로봇 배우를 내세워 인간다움과 예술의 본질을 묻는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배우>가 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자의식없이’ 손쉽게 연기하는 로봇 배우가 등장해 인간 배우의 설 곳이 좁아진 미래를 말한다. 백상예술대상 젊은 연극상을 받은 성수연 배우의 1인극이기도 하다. 고전 <햄릿>을 패러디한 대사 “켜느냐 끄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새삼 ‘웃프’(웃기면서 슬픈 상황)다.

마지막으로 극장 마당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 공연 <당클매다>는 각양각색의 빛을 발하는 나무 오브제를 중심으로 빛과 소리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다. 전통 굿의 장단을 재해석해 미디어 아트를 입혔다. 배우도 대사도 존재하지 않지만 관객은 블루투스 헤드폰을 착용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에 잠식돼 불안한 요즘, 현재를 알리는 동시대성을 연극으로 만나보면 어떨까.

장소: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 3시 30분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