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정조 임금도 봤을 멋진 경치 보며 ‘휴식’

오는 5월 자연마당 본격 개방하는 동작구 ‘용봉정 근린공원’

등록 : 2021-04-22 16:42

용양봉저정 자연마당에 오르는 길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저 멀리 석양에 반사돼 반짝이는 황금색 63빌딩과 푸른색 한강이 보인다. 이곳에 올라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로 지친 일상과 마음에 여유와 휴식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시간을 거슬러 가본다. 조선 시대 정약용이 설계·제작한 배다리를 통해 정조가 건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수원 화성 행차를 위해 한강을 건넌 어가 행렬이 용양봉저정에 머문다. 정조는 ‘북쪽의 우뚝한 산과 흘러드는 한강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꿈틀하고 봉황이 나는 것 같아 억만년 가는 국가의 융성을 의미하는 듯하다’고 감탄했으리라.

용양봉저정은 왕의 쉼터였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음식점, 무도장 등 위락시설로 이용되면서 용봉정이라 불린 치욕의 시간을 견뎌냈다. 세찬 바람에 바짝 엎드리지만 다시 꿋꿋이 일어나는 민초와 같이 사라지지 않고 한강을, 그리고 동작을 지켜왔다.

이제는 인근을 자연마당 공원으로 조성해온 가족이 절경을 보며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동작구는 2018년 7월부터 이곳에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수목·초화류를 식재하고, 한강조망데크를 설치해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오후 6시, 지하철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로 나와 500m 정도 걸어 자연마당 입구에 들어섰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막 잎이 돋아난 나뭇잎들이 춤을 춘다. 잘 만들어진 산책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연놀이터, 자연의 신비함을 조명으로 표현한 일루미아트리, 그림자 포토존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리스 원형극장과 같은 멋스러운 벤치에 앉아 고된 하루를 회상해본다.

이곳에는 특수 필름에 빛을 통과시키면 바닥 면에 그림이나 글씨 등의 정보가 표출되는 형태의 조명인 고보조명도 설치돼 있다. 발자국 모양의 고보조명을 따라 걸으며 올라가니 어느덧 어둠이 내려왔다. 하나둘 도시를 밝히는 불이 켜진다. 한강을 따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자부할 수 있는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왼쪽으로는 노량진 일대와 63빌딩부터 정면으로는 노들섬, 저 멀리 남산타워까지 각기 다른 색의 빛을 내며 자리잡고 있다.

동작구는 한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하늘전망데크 포토존을 설치했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사진 찍는 솜씨가 엉망이지만 야경이 워낙 좋아 작품이 나온 느낌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강 바람이 참 좋다.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슴속 깊이 담아둔 근심과 걱정을 모두 내뱉어본다. 머리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용양봉저정 일대 공원이 오는 30일 동작구의 관광 명소로 새롭게 태어난다. 구는 현재 명칭인 ‘용봉정 근린공원’ 대신 새 이름도 공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자연마당을 주민에게 본격 개방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노량진 본동의 청년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연마당과 이어지는 산책로도 연결할 계획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용양봉저정 일대 공원은 서울시의 노들섬 개발과 백년다리 보행교 건립 등과 연계해 오는 12월 역사문화공간으로 ‘2차 변신’한다. 또 내년에 전망대까지 건립되면 명실상부한 동작구의 핵심 관광명소로 탄생할 것이다.

한성욱 동작구 홍보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동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