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소문청사 1층에 있는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 조정실에서 분쟁 당사자와 협의하고 있는 조정위원의 모습. 서울시 제공
“일부러 아이들을 거실에서 뛰어다니게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바닥을 두드려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상대방이 처음부터 역정을 내니까 저도 울화가 치밀었고, 대화로 해결이 안 되어 조정을 신청하게 됐어요.”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분쟁 내용이다. 서울 시민의 83.6%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살고 있지만,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 사소한 갈등이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기보다 내 입장만 말하다 보니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된 분쟁이 법원을 찾게 되거나, 심지어 살인 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서울시는 층간소음과 주차 시비, 쓰레기 투기 등 이웃 간 생활 분쟁을 조정하고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22일 서울시 서소문청사 1층에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02-2133-1380)를 열었다. 문을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15일까지 총 95건의 분쟁이 접수될 정도로 이웃 간 분쟁이 심각했다.
분쟁의 유형은 공사와 에어컨 실외기, 층간소음 등 소음과 관련된 분쟁이 42.6%로 가장 많았고, 화장실의 물이 아래층에 새는 등의 누수 관련 분쟁이 14.9%,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한 시비 등이 9.6%, 동물의 소음과 분비물 관련 반려동물 분쟁이 9.6% 순이었다. 접수된 분쟁 95건 가운데 총 18건이 조정 신청됐고, 지난 15일까지 1건이 조정 종결됐다. 종결된 내용은 위층에서 비둘기 배설물이 떨어져 생긴 분쟁으로, 위층에서 더는 비둘기 모이를 주지 않고 아래층 청소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원만하게 합의됐다.
당사자가 분쟁을 접수시키면 조정에 앞서 전문 상담원이 사전 상담을 진행하고, 조정이 필요한 경우 분쟁 상대방에게 접수 사실을 알리고 조정 절차에 참여할 것인지 의사를 물어본다. 상대방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조정위원이 이해 당사자들과 함께 서울이웃조정센터 조정실에서 조정한다. 필요한 경우 두세 차례 조정이 진행되고, 현장 방문을 함께하기도 한다. 변호사와 변리사, 법무사 등 25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들은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법률 지식을 제공한다.
분쟁이 조정되면 당사자들이 ‘조정안’에 구두로 합의하거나 민법상 화해 계약의 효력이 있는 ‘조정 조서’를 작성한다. 화해 계약은 재판상 화해처럼 당장 효력을 갖지는 않지만 소송이 진행되면 중요한 효력을 갖는다. 분쟁의 해소 과정에 당사자가 참여해 대안 제시와 실현 방법까지 서로 협의하게 되어 조정안에 대한 높은 이행도 기대할 수 있다.
층간소음을 비롯해 건축소음·분진, 쓰레기 투기, 명예훼손, 주차, 반려동물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 이웃 사이 생기는 크고 작은 생활 분쟁과 갈등 모두가 조정 대상이다. 서울이웃분쟁조정센터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분쟁 해결을 원하는 시민은 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02-2133-1380)로 분쟁을 접수시키면 된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