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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체육·힐링…고가하부의 재탄생

성북구 종암 박스파크

등록 : 2021-04-29 16:24

방치된 채로 외면받던 고가 하부가 도심 속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성북구 종암사거리 내부순환로 아래 ‘종암 박스파크’가 바로 그곳이다. 그늘지고 삭막했던 교통섬에 어떤 흥미로운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종암 박스파크가 자리 잡은 종암사거리는 내부순환도로와 북부간선도로의 고가가 두 군데로 나뉘는 지점에 있다. 월곡동과 종암동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는 인접한 거리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을 단절되게 했다. 주위로 많은 차량이 교차하며 시끄러운 소리와 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된 교통섬이다. 그간 간이 무대나 분수 등을 설치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보려 했지만 제대로 활용되기 어려웠고, 그저 목적지에 가기 위해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성북구는 외면받고 버려졌던 고가 하부공간의 잠재적 가치에 주목했다. 방치된 공간은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공간 수요에 대응할 넓은 가용지가 될 수 있었다. 시끄러운 교통섬은 누구나 쉽게 찾아와서 문 두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고가 하부의 유휴공간에 주민을 위한 다목적 시설을 구상하며 때마침 서울시에서 추진 중이었던 고가 하부공간 활용사업 후보지에 선정돼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날개를 달았다. 수차례 공청회를 열어 시설 조성과 운영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정밀안전진단을 해 안전 문제도 꼼꼼히 챙겼다. 교통섬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정릉천 산책로 등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이어지도록 목재를 이용한 미니멀 디자인의 박스파크는 이렇게 탄생했다.

종암 박스파크는 단층 건물로 크게 두 공간으로 구성됐다. 함께 어울려 누리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어울마루에서는 단체 위주 체육활동과 각종 행사와 공연을 할 수 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다락(樂)마루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소규모 체육활동과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 공간을 잇는 통로와 마당은 자유롭게 사람들이 박스파크를 드나들며 소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종암 박스파크는 5월부터 임시운영을 하고, 이른 여름쯤 주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임시운영 기간에는 생활 체육 연습 공간으로 개방하고, 인근 주민자치회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열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하는 비대면 체육 활동 영상 촬영도 한다.

정식 개관 전이지만 벌써 이용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며 지역주민들의 눈이 종암 박스파크로 모이고 있다. 주민 생활 체육 공간으로, 지역을 연결하는 축제의 장으로, 주변 환경과 연계한 쉼과 힐링의 장소로 가변적이고 탄력적인 공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박스파크의 의미를 다채로운 방향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종암 박스파크의 주인공은 주민이다. 단절을 잇고 침체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고가 하부의 변신에 마지막 퍼즐을 끼워줄 주인공들의 입장을 기다린다.

정수임 성북구 문화체육과 문화기획팀 주무관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