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신중년, 멈추고 머물며 딴 데를 봐라!”
‘신중년 삶의 방향타’ 되어줄 책 ‘생애전환학교’ 공저자 고영직 문학평론가
등록 : 2021-05-06 16:17
10명 공저자와 ‘전환의 삶’ 제안하며
문화예술 활동 통한 실험 사례 소개
‘안 해본 일 도전’ 모험에서 시작해야
“정책사업, 참여자 주도로 바뀌어야”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티브이엔)에서 칠순의 발레리노가 한 말과 온몸으로 보여준 나래짓은 중장년층에게 진한 울림을 안겨줬다. 치매로 기억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어릴 적 품었던 발레리노의 꿈을 다시 찾은 주인공에게 ‘지금 이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다. <나빌레라>처럼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신중년 베이비붐 세대에게 삶의 방향타가 되어줄 책 <생애전환학교>가 지난 3월 나왔다. ‘모험을 디자인하는 신중년 문화예술 수업’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전환의 삶을 제안한다.
지난달 23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공저자인 고영직(53) 문학평론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전문가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신중년 정책사업이다. 신중년 세대가 새 인생을 준비하는 ‘전환’의 기회를 마련하고 주체적으로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2018년과 2019년엔 광역센터 5곳, 지난해엔 7곳이 참여했다. 지난해엔 기초지방자치단체 5곳에서 신중년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처음으로 진행됐다.
그와 10명의 공저자는 생애전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거나 다른 신중년 프로젝트를 운영한 경험을 3가지 주제로 책에 담았다. ‘창의적 전환의 삶을 위하여’ ‘낯선 감각, 이토록 예술적인 전환이라니!’ ‘끝나지 않은 전환의 실험이 남긴 것들’이다. 책은 글쓰기, 연극, 사진 등 문화예술 활동 속에서 전환을 모색해온 여러 실험적 사례를 소개한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비롯해 50플러스 인생학교(서울), 뭐라도 학교(수원), 제멋대로 학교(인천), 괜찮아 마을(목포) 등이다. 고영직씨는 전환의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생애전환 문화예술 교육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썼다. 지난해 인천 연수문화재단이 진행한 의상·주거 프로그램 ‘제멋대로 학교’ 사례도 소개하고 의미도 짚었다. 그는 “경제적 불안과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는 것 같은 ‘고립의 공포감’에 짓눌려 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년 세대 대부분이 경제적 활동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생애전환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다. “삶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관심부터 가져라”라고 그는 말한다. 마음의 준비 없이 유명 인사 강의 등 외부에서 찾아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살던 대로의 관성에서 벗어나 다른 삶의 궤도를 그리기 위한 문화예술적 계기를 접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존 궤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문화예술이나 인문학 공부는 호기심이 생기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위한 공부는 ‘내 안의 감성’을 끌어내 준다. 멈추고 머무르며 뒷걸음질 칠 수 있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그는 ‘멈추기, 머무르기, 딴 데 보기’ 같은 활동을 통해 삶을 전환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본다. 공저자인 백현주 ‘예술과 텃밭’ 대표도 전환의 과정으로 ‘종료, 중립지대, 시작’을 말했다. 종료는 기존에 갖고 있던 인식이나 역할 등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뜻한다. 다음 단계 중립지대는 삶의 방향을 정하기 이전에 머무르는 시간이다. 그와 백 대표는 ‘머무르는 시간, 즉 탐색 시간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은퇴가 전환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방향에 대한 탐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탐색의 과정에선 안 해본 것에 도전하는 모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참여자들은 전환의 계기를 구상하는 계획서에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익혀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담는다. 프로그램 기획자들은 이런 계획서를 받아 들고 ‘전환은 어디 가고 버킷리스트만 남았다’며 안타까워한다. 생애전환학교 추진단장으로서 그가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도 하던 대로의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중년 대상의 문화예술 교육은 문화예술 향수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할 때 머무르며 모험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참여자들이 주도적으로 이끈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신중년 문화예술 활동은 참여자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위주로 이뤄질 수 있게 예산 등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30대와 50대에 두 번의 전환을 가졌다. 30대 후반엔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을 만나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다운 삶’을 찾는 길에 나섰다. 50살엔 뇌경색으로 갑작스레 입원했다. 병과 싸우면서 ‘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신중년들에게 “가지 않은 길을 한번 가보라”고 권한다. “갈 길이 두렵고 외롭다면 책, 예술 등을 길벗 삼아 걸어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신중년 세대에게 삶의 전환을 제안하는 책 의 공저자인 고영직 문학평론가가 4월23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했다.
그와 10명의 공저자는 생애전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거나 다른 신중년 프로젝트를 운영한 경험을 3가지 주제로 책에 담았다. ‘창의적 전환의 삶을 위하여’ ‘낯선 감각, 이토록 예술적인 전환이라니!’ ‘끝나지 않은 전환의 실험이 남긴 것들’이다. 책은 글쓰기, 연극, 사진 등 문화예술 활동 속에서 전환을 모색해온 여러 실험적 사례를 소개한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비롯해 50플러스 인생학교(서울), 뭐라도 학교(수원), 제멋대로 학교(인천), 괜찮아 마을(목포) 등이다. 고영직씨는 전환의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생애전환 문화예술 교육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썼다. 지난해 인천 연수문화재단이 진행한 의상·주거 프로그램 ‘제멋대로 학교’ 사례도 소개하고 의미도 짚었다. 그는 “경제적 불안과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는 것 같은 ‘고립의 공포감’에 짓눌려 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년 세대 대부분이 경제적 활동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생애전환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다. “삶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관심부터 가져라”라고 그는 말한다. 마음의 준비 없이 유명 인사 강의 등 외부에서 찾아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살던 대로의 관성에서 벗어나 다른 삶의 궤도를 그리기 위한 문화예술적 계기를 접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존 궤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문화예술이나 인문학 공부는 호기심이 생기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위한 공부는 ‘내 안의 감성’을 끌어내 준다. 멈추고 머무르며 뒷걸음질 칠 수 있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그는 ‘멈추기, 머무르기, 딴 데 보기’ 같은 활동을 통해 삶을 전환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본다. 공저자인 백현주 ‘예술과 텃밭’ 대표도 전환의 과정으로 ‘종료, 중립지대, 시작’을 말했다. 종료는 기존에 갖고 있던 인식이나 역할 등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뜻한다. 다음 단계 중립지대는 삶의 방향을 정하기 이전에 머무르는 시간이다. 그와 백 대표는 ‘머무르는 시간, 즉 탐색 시간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은퇴가 전환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방향에 대한 탐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탐색의 과정에선 안 해본 것에 도전하는 모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참여자들은 전환의 계기를 구상하는 계획서에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익혀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담는다. 프로그램 기획자들은 이런 계획서를 받아 들고 ‘전환은 어디 가고 버킷리스트만 남았다’며 안타까워한다. 생애전환학교 추진단장으로서 그가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도 하던 대로의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중년 대상의 문화예술 교육은 문화예술 향수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할 때 머무르며 모험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참여자들이 주도적으로 이끈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신중년 문화예술 활동은 참여자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 위주로 이뤄질 수 있게 예산 등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30대와 50대에 두 번의 전환을 가졌다. 30대 후반엔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을 만나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다운 삶’을 찾는 길에 나섰다. 50살엔 뇌경색으로 갑작스레 입원했다. 병과 싸우면서 ‘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신중년들에게 “가지 않은 길을 한번 가보라”고 권한다. “갈 길이 두렵고 외롭다면 책, 예술 등을 길벗 삼아 걸어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