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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페트병=옷 원료’ 주민 인식 높아져”

쓰레기 다이어트 돕는 강서구 ‘쓰레기 감량 컨설턴트’ 유미자·유현숙씨

등록 : 2021-05-13 15:54
코로나19 이후 재활용품 30% 늘어

지역 사정 밝은 주민들 컨설턴트 활약

올해 투명 페트병 배출 안내에 중점

“주민 호응, 인식 많이 바뀌어 보람”

강서구 ‘쓰레기 감량 컨설턴트’인 유미자(왼쪽)·유현숙(가운데)씨가 6일 등촌1동 등촌2차 코오롱오투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서 아파트 주민 조준수(오른쪽)씨가 분리 배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라벨이나 스티커를 제거하고 찌그러뜨린 뒤 압착시켜 별도로 분리 배출하셔야 해요.”

강서구 등촌1동 등촌2차 코오롱오투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 들어섰다. 종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유리병 등 깔끔하게 분리 수거된 재활용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6일 이곳에서 만난 강서구 ‘쓰레기 감량 컨설턴트’ 유미자(66·등촌1동)씨와 유현숙(61·가양3동)씨는 자세하게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요령을 설명해줬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요령은 생수나 음료 등 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전부 비우고 상표띠(라벨)를 제거한 뒤 병을 찌그러뜨리고 뚜껑을 닫아 따로 배출한다. 상표띠는 비닐로 분류해 배출하면 된다. 뚜껑을 닫아 배출하는 것은 부피를 줄이기 위해 찌그러뜨린 페트병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뚜껑은 재활용 공정에서 쉽게 분리된다. 뚜껑에서 분리되는 고정링도 뚜껑과 마찬가지로 재활용 공정에서 쉽게 분리돼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간장통도 깨끗하게 세척했다면 투명 페트병으로 분리 배출하면 된다.


잠시 뒤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 나타난 아파트 주민 조준수씨가 집에서 가져온 재활용품을 대형 분리수거함에 나눠 담았다. 조씨는 “안의 내용물은 다 비우고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말하며 페트병을 발로 퍽퍽 밟았다. 그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 밟아 찌그러뜨려 공기를 빼서 압착해야 한다”며 “별 어려움 없이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강서구는 2015년부터 감량 컨설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민 힘을 빌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점검 등에 나서 구내 슈퍼나 편의점 등 가게 749곳을 대상으로 비닐봉지 유상 제공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올해도 쓰레기 감량과 자원 재활용 지식이 풍부한 주민을 선발해 ‘쓰레기 감량 컨설턴트’를 운영 중이다. 상·하반기로 나눠 운영하는데, 상반기는 20명의 감량 컨설턴트가 4월28일부터 5월12일까지 10일 동안 구내를 돌며 활동을 마쳤다.

감량 컨설턴트는 동별로 1명씩 지역을 잘 알고 평소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 방법 등 활동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받고 공동주택(아파트) 등 쓰레기 감량을 위해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며 활동한다. 코로나19로 최근 택배와 배달음식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분리배출 필요성이 커져 감량 컨설턴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강서구 재활용 폐기물은 2020년 2만9016t으로 2019년 2만5648t보다 3368t이나 증가했다. 김영준 강서구 자원순환과 청소기획팀장은 “코로나19로 재활용 쓰레기양이 많게는 30% 정도 늘어났다”며 “감량 컨설턴트들의 활동을 통해 쓰레기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강서구 감량 컨설턴트는 재활용품 처리현황 확인, 재활용품 분리배출 점검과 홍보, 구내 종량제봉투 판매소 운영 현황 조사 등의 일을 맡아 한다. 특히 지난해 12월25일부터 시행된 공동주택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가 현장에서 잘 시행되는지 점검한다. 제대로 분리배출이 안 된 경우,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또한 종량제봉투 판매소 운영 실태 점검 등 주민 불편 사항을 예방하고 알리는 활동도 한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몰라서 플라스틱과 혼합 배출을 했어요. 지금은 지난해부터 홍보를 계속해서 따로 배출하고 있죠.”

가양3동 한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으로 자리를 옮긴 유미자·유현숙씨는 분리 배출된 내용물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유현숙씨는 “대부분 감량 컨설턴트들이 부녀회, 통장 등 활동을 해서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주민들과 유대관계도 좋다”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소통이 잘되니,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대한 공감대가 훨씬 빨리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아무개 아파트 관리과장은 “수시로 승강기 게시판 등에 알림 전단을 붙이는 등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 방법을 알리고 있어 대부분 사람이 잘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는 이유는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투명 페트병을 플라스틱류와 함께 배출하다보니, 고품질 재활용 원료 확보가 어려웠다. 그래서 해마다 7만8천t의 폐페트와 재생원료를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투명 페트병을 별도 분리 배출하면 연 2만9천~10만t의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연립이나 빌라, 그리고 일반 주택은 올해 12월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옷을 만든다는 것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냥 분리 수거한다는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투명 페트병은 고품질 재활용 자원이 된다고 설명하니까 더 열심히 분리 배출하는 것 같아요.”

유미자씨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도 보전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무척 뿌듯하다”고 했고, 유현숙씨는 “주민들 호응도 있고 인식도 많이 바뀌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