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길을 묻다

“공공 분야 일자리 디딤돌 삼아 재취업 문 두드려라”

신중년, 길을 묻다 ⑤ 일 영역 두 번째 이야기: 김민애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선임컨설턴트

등록 : 2021-05-27 15:17
70살 넘어야 완전히 은퇴하는 현실

신중년 재취업은 생계에 따른 선택

준비과정, 욕구와 경험 객관화부터

동종은 인맥 네트워크 활용이 도움

이종은 적성에 맞는지 꼭 점검해야


공공 지원기관 특성 파악해 활용을

회사 나오기 전부터 준비 시작해야


예전 급여 내려놓고 마인드 바꿔야

지난 14일 마포구 공덕동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김민애 선임컨설턴트가 신중년의 퇴직 뒤 재취업을 위한 준비 방법과 유의점에 관해 설명한 뒤 센터의 홍보 배너 옆에 서서 밝게 웃고 있다.

“5060세대 퇴직자들은 마치 노마드족(유목민족)처럼 여러 일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2년 전 한 민간 은퇴연구소가 내놓은 신중년 퇴직자들의 재취업 조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는 주된 일자리를 50대에 떠난 뒤 20년 이상 더 일하고 70살이 넘어야 완전히 은퇴하는 우리의 현실을 주목했다. 5060세대의 재취업을 ‘선호’가 아닌 ‘생계에 따른 선택’으로 봐야 하기에, 이들의 재취업 시장은 이전의 주된 일자리 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데도 취업할 수 있을까요?” 김민애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선임컨설턴트가 10여년 동안 신중년 재취업을 상담해온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는 “목표가 어떠한지, 얼마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지에 따라서 다르다”고 답한다. 지난 14일 김 선임을 만나 신중년이 재취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정년 뒤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신중년은 늘고 있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구직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자기 탐색을 통해 본인이 잘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나 역할을 찾아보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 선임은 “재취업에 앞서 욕구와 경험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 탐색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워크넷 사이트(www.work.go.kr)의 직업심리검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검사(서비스 가입) 등이 있다. 업무역량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CAR(Challenge, Action, Result의 앞글자)가 있는데, 자신이 직면했던 문제 상황에서 한 행동과 그 과정에서 얻은 결과를 통해 업무 강점을 찾아보는 분석 방법이다.

퇴직 전에 했던 일과 같은 영역에 재취업할 때는? “본인의 경력 점검부터 해야 한다”고 김 선임은 말했다. 그간의 경력으로 고용시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채용의 절반 정도는 비공개로 이뤄지고, 갑자기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구직 의사를 알리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데 많은 사람이 네트워크 활용을 부담스러워한다. 김 선임은 “업계나 기업 상황이 어려워 그만두는 건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꺼려진다는 반응이 많다”며 “경력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정보는 업계에 몸담은 사람이 가장 잘 알기에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활용할지 말지가 아닌 어떻게 덜 부담스럽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새로운 분야로 이종 재취업을 시도할 때에는? “먼저 적성에 맞는지 꼭 점검해야 한다”고 김 선임은 조언한다. “이종 재취업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 자격증을 따고 취업하지 않거나, 취업했다가 금방 그만둔 사례를 여럿 봤다”고 했다. 대부분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망한 자격증이라는 말만 들어 생긴 문제다.

1년 걸려 간호조무사 자격을 따 병원에 취업했지만, 주삿바늘과 피를 무서워해 결국 그만둔 50대,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하다 퇴직해 단순 업무를 하고 싶어 주차관리직에 지원한 60대가 온종일 지하 주차장에 혼자 있는 게 너무 힘들어 일주일 만에 일을 그만둔 사례 등을 그는 들려줬다.

공공 분야 일자리는 어떨까? 김 선임은 “공공 분야 일자리는 신중년 재취업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두드려볼 것을 권했다. 입사 지원과 면접 준비 때 지원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공공 분야 일자리 채용공고는 대개 연말연시에 많이 나온다. 8~10개월짜리가 대부분이지만 중간에 자리가 비면 추가 모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 분야 일자리는 채용 공정성을 위해 지원 서류가 많고 복잡한 편이라 서류 작업 때문에 지원을 포기하기도 한다. “지원기관 상담을 받아 한두 번 써보면 절차를 가늠할 수 있고, 중요 포인트도 알 수 있다”고 그가 귀띔했다. 김 선임은 “연령이 높고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은 경우는 통계조사원(고용노동부)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통계조사원은 60대 중반까지 뽑고 전일 근무다. 다만 계약 기간은 대개 3개월 정도로 짧다.

신중년 재취업에 도움을 주는 공공기관에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지자체 일자리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50플러스캠퍼스, 자치구 시니어클럽 등이 있다. 그는 “각 기관의 특성을 파악해 활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는 구직활동 관련 전반적인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 수급, 국민취업지원제도, 국민내일배움카드, 취업 알선 등이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구직활동 점검과 일대일 취업 상담, 생애경력설계교육, 재취업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에 관심이 있다면 50플러스 캠퍼스나 센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일자리에 참여해보면 좋다. 지자체 일자리센터와 시니어클럽은 취업 알선을 우선으로 지원해준다. 단순 직종이 많아 가능한 한 빨리 취업하기를 원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취업 방향이 정해지면 맞춤 채용 정보도 제공한다. 서울일자리포털(job.seoul.go.kr), 50+포털(50plus.or.kr), 장년워크넷(work.go.kr/senior)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재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재취업 준비는 미리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1천 명 이상 규모 기업에 교육과 상담, 취업 알선 등을 포함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의무화하는 법이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됐다. 김 선임은 “회사의 전직서비스 지원을 사전 작업으로 여기고 참여해 재취업을 위한 전체적인 과정을 미리 알아두는 것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과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는 재취업을 위한 대표적인 정부 지원제도이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은 만 50살 이상 구직자를 신중년 적합직무에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이 신청한 뒤 중장년을 채용해 지원금을 받는 방식이다.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는 만 50살 이상 만 70살 미만 퇴직 전문인력을 자치단체 등에서 직접 채용하는 제도다.

김 선임은 “재취업을 원한다면 예전의 급여를 내려놓고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용 현장에서 기업체 대표는 만족했는데, 막상 함께 일할 직원들이 너무 부담스러워해 채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단다. 그는 “면접 때 자기 말만 쏟아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대부분 중장년층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강점이 있기에 오픈 마인드를 가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