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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선‘ 치료 후 입양’ 시행 뿌듯해”

기초지자체 의회 최초 동물정책 의원연구모임 만든 민영진 관악구의회 의원

등록 : 2021-05-27 15:53
서울대 동물병원과 협약 체결해

전국 최초 ‘치료 후 입양’할 수 있어

‘동물복지지원센터 관악’ 유치 노력

길고양이 급식소 인식 개선 앞장

민영진 관악구의회 의원이 20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지난해 기초지방자치단체 의회 최초로 결성한 동물정책의원연구모임인 ‘동물과 함께하는 관악구의원 연구회’가 이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유기동물보호소에 갔을 때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지하 작은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민영진(56·국민의힘) 관악구의회 의원은 지난해 3월 동료 의원 7명과 함께 기초지방자치단체 의회 최초로 동물정책 의원연구모임인 ‘동물과 함께하는 관악구의원 연구회’를 만들었다. 민 의원은 20일 “동물보호단체의 요구도 있었던 터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며 “구 의원 7명에게 동물정책을 함께 연구해보자고 설득했다”고 했다.

이렇게 결성된 동물과 함께하는 관악구의원 연구회는 지난해 동물 관련 기관 방문, 정책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내놨다.


“관악구만의 ‘선 치료 후 입양 정책’을 전국 최초로 시행할 수 있어 상당히 뿌듯합니다.”

민 의원은 중증 외상 유기동물에 대한 ‘선 치료 후 입양 정책’을 연구모임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관악구와 서울대 동물병원은 지난 17일부터 교통사고 등으로 큰 부상을 당한 유기동물을 먼저 치료한 뒤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관악구는 3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대학동에 있는 서울대 동물병원은 최소한의 재료비(약값)만 받고 유기동물을 치료하기로 협약했다. 민 의원은 “이 정도면 40여 마리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애초에는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동물 중 중증 외상을 입은 유기동물도 치료가 가능했지만, 2019년 서울시 정책 변화로 입양인이 선정돼야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민 의원은 “입양할 사람이 있어야 다친 동물을 치료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먼저 살리고 나서 입양 절차를 진행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했다.

민 의원이 이런 제도를 만든 데는 지난해 7월 겪은 ‘길고양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민 의원은 교통사고를 당한 길고양이를 어떻게 할지 물어보는 캣맘의 전화를 받고 동물보호소로 데려가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입양 대상자가 없었던 고양이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이틀 만에 죽고 말았다. 민 의원은 “동물보호소에서 입양 대상자를 기다릴 게 아니라, 곧바로 큰 수술도 가능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동물보호소에 있는 동물보다 동물복지지원센터에 있는 게 훨씬 행복해 보여 동물복지지원센터를 관악구에 유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서울시는 유기동물, 사육동물, 길고양이 문제 해결과 동물보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부터 동물복지지원센터 도입을 추진해, 2017년 10월 마포구에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진료, 교육, 분양, 정책 개발 등 동물복지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가 유일하다. 계획대로라면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5개 자치구에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구 직영 ‘권역별 동물복지지원센터’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동물과 함께하는 관악구의원 연구회’는 서울대 수의대에 권역별 서울동물복지센터 유치와 관련한 연구 용역도 의뢰했다. 지난해 11월 관악구 내에 동물복지를 전담하는 ‘동물복지지원센터’ 건립 필요성과 타당성을 담은 ‘관악구 동물복지지원센터 유치 검토 연구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민 의원은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남권 동물복지지원센터 관악구 유치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했다”며 자신이 평소 주장해온 동물특별사법경찰제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동물과 함께하는 관악구의원 연구회’는 캣맘과 주민들의 다툼을 줄일 수 있는 인식 개선에도 나섰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급식소로 모여든 고양이들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놓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급식소가 있으면 길고양이들이 주위에 있는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아 환경도 깨끗해지고 쥐도 없다. 민 의원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주민들은 막무가내로 주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는 것을 싫어하고 고양이 밥을 주는 캣맘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며 “주민들과 소통해 캣맘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인식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노력으로 관악구는 지난 4월 ‘2020년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공공·지자체 부문 우수상(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다. 동물복지대상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동물복지국회포럼에서 동물권 향상과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발굴해 공로를 격려하고, 올바른 동물복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19년 처음 제정한 상이다.

“관악구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 가장 선도적인 동물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관악구는 4년 연속 유기동물 안락사율 ‘0%’로 전국 최저, 분양·반환율 88.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동물복지 전담조직인 반려동물팀을 신설하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한 도시 만들기’ 조례를 만들어 동물복지를 위한 적극 행정을 펼치고 있다.

민 의원은 10년 전부터 집에서 길고양이 2마리, 강아지 1마리를 키우고 있다. 난곡동에서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민 의원은 테니스장에서도 2018년부터 고양이 1마리, 2019년부터 강아지 1마리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민 의원은 “생명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동물들을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든다”며 “동물과 공존하려는 작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