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 스마트폰’ 전 세계 골머리…바닥신호등 설치한 나라도

등록 : 2016-07-22 16:23
최근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증강현실(AR)을 이용해서 포켓몬을 잡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느라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걷다 보니 해외에서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전체 인구의 90%를 넘어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스마트폰의 역기능과 관련한 문제가 늘고 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안전사고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소위 ‘도로 위의 좀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보행 중 교통사고는 2009년 430건에서 2014년 1000여 건으로 6년 만에 2배가 넘게 늘었다고 한다. 도로교통공단의 연구 결과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걸을 경우 시야각은 평소의 약 120도에서 10도 정도로 크게 줄어들어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한 방송사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하는 사람은 일반 보행자보다 1.2초 느리며, 스마트폰 사용으로 늦어지는 1.2초는 시속 60㎞ 차량이 120m를 달릴 수 있는 시간으로서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사고위험성이 더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시작되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10대 소녀가 트램에 희생된 사고를 계기로 올해 초 바닥신호등을 설치했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도 횡단보도 위에 바닥신호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영국, 스웨덴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주의 표지를 설치했고,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는 스마트폰 보행로를 별도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에서도 지난 6월부터 스마트폰 주 사용층인 10~30대 유동인구가 많은 시청 앞, 연대 앞, 홍대 앞, 강남역, 잠실역 등 5개 지역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주의를 요하는 교통안전표지 50개, 보도부착물 250개를 설치하는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시범 사업 운영 결과에 따라 정식 교통안전시설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교통안전표지 주관 행정기관인 경찰청과 서울시가 검토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현재,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 설치 사업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사료되나 본 사업만으로는 안전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 우선 제도적으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교통안전 규정 마련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경찰청과 지자체, 통신사업과 교육을 각각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등 중앙부처, 통신사업자 등 관계기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014년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등 통신사업자가 걸어가는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를 감지해 경고 화면을 표시하고 사용을 막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한 사례도 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사용자 스스로가 생활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노력일 것이다.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한국ITS학회 회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