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코로나 속 ‘다문화 지원 공백’ 최소화”

‘14회 세계인의 날’ 상 받은 동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미영 사무국장

등록 : 2021-06-17 15:37
서울 자치구 센터 중 유일하게 수상

2006년부터 다문화 지원 사업 펼쳐

코로나 맞아 온라인 전환 적극 추진

“다문화·비다문화 구분 없이 함께해야”

동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코로나19 속 다문화가족 지원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해 5월20일 세계인의날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진은 4일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센터 프로그램실에서 한미영 사무국장이 화상으로 다문화합창단 ‘행복메아리’ 참여자들에게 수상 소식과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활짝 웃는 모습이다.

“여러분이 열심히 참여해줘 우리 센터가 이번에 큰 상을 받았어요.”

지난 4일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동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실. 한미영(46) 사무국장이 화상으로 참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활짝 웃었다. 센터는 지난달 20일 세계인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세계인의 날은 2007년 시행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 국가기념일이다. 2008년부터 벌써 14년째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세계인의 날에 주는 정부포상은 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정착지원과 사회통합에 기여한 기관에 주는 상이다. 전국 246곳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가운데서는 동대문구 센터를 포함해 3곳이 받았다. 서울 25곳 가운데는 동대문구 센터가 유일하다.


동대문구 센터는 2006년부터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을 해왔다. 직원 4명으로 시작했다. 한 국장은 그중 한 명이었다. 현재 직원 31명과 활동가 38명이 일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경희대가 수탁했고, 이후엔 ㈔한국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법인이 바뀌어도 한 국장은 센터와 함께 성장해왔고, 지금은 운영책임자로 역할을 한다.

한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문화가족 지원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동안 지원사업 운영 노하우가 쌓여 적극적으로 비대면 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활동가, 강사, 봉사자 등이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도왔고, 외국인 주민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교육하고 지원했다. 센터 안팎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등 지속해서 정보도 제공했다. 활동가들은 대응 활동일지를 기록하고, 온라인으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못 가고 부모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겪는 갈등이나 우울감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했다.

10년 넘게 해온 다문화 문화예술 자조 모임도 비대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문화합창단 ‘행복메아리’는 매주 금요일 화상으로 합창 연습을 한다. 참여자들은 “비대면으로라도 참석하면서 생활 속 스트레스 풀 수 있어 힘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 행복메아리 단원들은 수어를 배워 합창 공연을 온라인으로 했다. 비대면 공연 준비 과정에서 각자의 수어노래를 녹화해 하나로 합쳐 영상물을 만들었다. 한 사무국장은 “수어 합창 공연을 거치면서 온라인 합창 연습에 자신감이 붙어 올해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 청소년들의 그룹 활동인 오케스트라, 연극단 등의 사업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다문화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다양한 종류의 악기 활동으로 화음을 통한 곡 연주를 이뤄내기 위해 지휘자·강사진과 베이스 연주 영상 자료를 만들었다. 각자 연습 과정을 영상으로 찍는 과제를 내게 했더니 아이들 연주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사무국장은 “온라인으로 하면서 출석률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대문구 센터가 시범으로 시작해 전국의 다문화 특성화 사업으로 정착해 퍼져나간 사업이 적잖다. 통번역 서비스, 언어발달지원, 방문교육 등이다. 그는 “센터가 전국 다문화가족 지원 기관의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할을 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외국인 주민·다문화가족의 반응이 가장 좋았고, 지역 주민들도 참여해온 세계축제도 온라인으로 열었다. 지난해엔 1700여명이 참가했다.

외국인 주민이 직접 가르쳐주는 세계 요리 조리와 한국원예치료 체험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올해도 그간 온라인 활동의 성과물로 나온 각종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자체 자원을 활용해 영상으로 만들었다. 유튜브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어려운 점도 있다. 여가부 등의 기본 사업 이외엔 주로 공모나 외부지원 사업으로 운영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한 사무국장은 “다문화가족 지원은 무엇보다 외국인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주민 리더들이 후배들을 돕는 방식의 자발적 조직이 퍼져나가도록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다문화, 비다문화 구분 없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