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허락하고 관객의 기다림이 있어야만 볼 수 있어요.”
오는 9월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서 계속되는 ‘헤일로’(Halo)를 두고 손미미 작가(사진 왼쪽)는 이렇게 설명했다. 장르를 확장하고 영역 간 경계를 허물기 위한 융복합 프로젝트인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다. ‘헤일로’는 ‘해와 달에서 내려온 빛이 얼음 결정에 반사돼 하늘에 둥그런 모양의 띠를 형성하는 광학현상’이다. 빛을 반사해 헤일로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품의 소재로 99개의 로보틱 거울모듈과 미스트, 태양, 바람이 사용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어두운 실내에서 프로젝터 빛과 실안개로 정교하게 구현된 이미지를 볼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자연에서불어오는 바람과 태양의 조건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보인단다.
“그간의 작품들이 작가에 의해서 정교하게 컨트롤됐다면, 이번엔 태양과 바람 등 자연의 비정형적인 반복 안에서 똑같은 원이 그려질 수 없는 차이가 있어요. 다시 말해, 작가가 만들었으나 자연의 협조가 없으면 결코 완성될 수 없죠.”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실험을 이어온 그는 완성된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 인내의 시간이 충족돼야 하는 인간적 요소를 가미했다.
99개의 거울에 비친 빛으로 허공에 원을 그리는 방식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투영하면서 조화를 이끌어내는 김치앤칩스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치앤칩스는 손미미 작가와 영국인 엘리엇 우즈로 구성된 미디어그룹이다. 한국과 영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피시앤칩스의 이름을 본떠 결성한 ‘김치앤칩스’가 앞으로 10년의 바람을 이렇게 밝혔다. “서로 다른 환경과 전공을 10년 넘게 이어오면서 경계선이 허물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뒤를 기대하며 또 다른 작품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사진 박승 제공
■ 디지털 예술을 전공한 손미미는 물리학을 전공한 엘리엇 우즈와 함께 2009년 ‘김치앤칩스’를 결성했다. <라이트 배리어 세 번째 에디션>(Light Barrier Third Edition)으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특별상을, 미디어 건축 비엔날레(2014)에서 미디어아트 부문 대상을 받았다.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2014~2016)와 기술과 예술의 미디어축제 ‘다빈치크리에이티브 2014’에서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