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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 도움받다 도움줘 자긍심 느껴”

발달장애인 근로지원인으로 근무하는 결혼이민자 이다은씨

등록 : 2021-07-08 15:06 수정 : 2021-07-09 14:08
송파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개로

바리스타 자격 취득해 카페에서 근무

첫 월급으로 시어머니 빨간 내복 선물

“앞으로 내 가게 운영해 보는 것이 꿈”

송파구 잠실동 잠실청소년센터 1층 카페 사이(4e)에서 장애인 근로지원인으로 근무하는 이다은씨(오른쪽)가 6월16일 바리스타 김민아씨와 함께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남편과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해줘 기뻤죠.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자긍심을 느껴요.”

결혼 이주민 이다은(41·개명 전 에띠 수하에띠)씨는 올해 2월부터 송파구 잠실동 잠실청소년센터 1층 카페 사이(4e)에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돕는 ‘근로지원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근로지원인은 핵심 업무 수행 능력은 있으나 부수 업무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노동자를 돕는 노동자를 말한다. 지난달 16일 카페 사이에서 만난 이씨는 “가족들에게 카페에서 근무하게 된 것을 알리면서 무척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남편과 딸도 기뻐하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손님이 기다리는데 마냥 천천히 할 수만은 없잖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돕고 있어요.” 이씨는 카페 사이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오전과 오후 번갈아가며 일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돕는다.


이씨는 “장애인은 일을 천천히 하면 해낼 수 있지만, 손님들이 기다리니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내가 먼저 나서서 빨리 해결한다”며 “결제라든지 빠른 대응이 필요한 경우 장애인 바리스타를 대신한다”고 했다. 이씨는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와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요즘은 서로 소소한 대화도 나누면서 즐겁게 일한다고 했다. 그는 “먼저 말을 걸어 어제 뭐 했는지, 아침은 뭘 먹었는지, 기분은 어떤지 물어본다”며 “대화가 잘 통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반둥시가 고향인 이씨는 1999년부터 2년 동안 서울에 있는 인형 회사에서 연수생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씨는 연수를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간 뒤에도 집 근처에 있는 한국인 회사에 다니면서 한국과 인연을 쌓아갔다. 이씨는 2005년 3월 남편과 결혼하면서부터 16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다양한 일자리를 알아보았으나 고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얻게 되는 법인지, 때마침 송파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왔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면 발달장애인의 근로지원인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하반기 60시간의 교육을 받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송파글마루도서관에 있는 카페 ‘아이 갓 에브리띵’에서 한 달 동안 실습과 장애인 근로지원을 위한 온라인 교육도 받았다. 실습 시간에는 주문받고 손님 대하는 법 등 카페 실무를 익혔다.

이씨는 인도네시아를 한국에 알리는 일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2013년부터 어린이집 원생과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는 ‘온누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인도네시아 문화를 알리는 일도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 계속할 계획이다. 이씨는 “카페 사이에서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5일 근무하고 있다”며 “월요일 하루는 인도네시아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송파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결혼 이주민의 사회 활동과 경제 참여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취·창업교육을 하고 있다. 다문화 이해 교육 강사 양성, 행정 서포터스 사업, 급식 조리 보조원 양성 등 결혼 이주민 일자리와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송파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서울시 자치구에서는 처음 기초지방자치단체(송파구)의 지원금을 받아 결혼 이주민을 취·창업 전담자로 채용해 결혼 이주민 맞춤 취·창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5명의 결혼 이주민이 바리스타 교육을 마치고 장애인 근로지원인으로 근무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5명이 교육받을 예정이다. 이씨는 “송파구청에서 결혼 이주민을 위해 교육도 해주고 일자리도 만들어줘 다른 구에 사는 친구가 무척 부러워한다”고 했다.

“첫 월급을 받은 날 시어머니, 남편, 딸에게 빨간 내복을 사줬어요.”

이씨는 “한국에서는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 드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시어머니와 남편이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사 왔냐며 무척 기뻐했다”고 했다. 매운 아귀찜을 좋아하는 이씨는 “처음에는 한국살이가 불편했으나 지금은 한국 문화나 음식에 익숙해져 무척 편하다”고 했다.

이씨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바닐라라테, 녹차라테, 스무디 등 모두 잘 만들 수 있지만, 캐러멜마키아토를 제일 잘 만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내 가게를 운영해 보는 게 꿈”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다은씨(왼쪽)가 6월16일 바리스타 김민아씨와 함께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들고 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