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택배일 하며 건강 챙기고 돈도 벌어요”
‘꽃 배달하는 남자’ 동작거북이택배원 임종하씨
등록 : 2021-07-22 15:15
동작구가 직영하는 시니어 택배회사
70명 근무…일자리·복지 함께 해결해
“월급 30만원, 손주 필요한 것 사줄 때
기분도 정말 좋아지고 보람도 느껴”
“집에만 있으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술 먹는 게 전부일 텐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세상 구경도 하고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돈도 벌 수 있어 무척 좋죠.”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임종하(68)씨는 지난 4월부터 동작거북이택배원으로 일한다. 임씨는 10여 년 전 퇴직 이후 지인들의 일을 조금씩 도와주다가 최근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이제 무료함을 달래줄 작은 일거리가 생겼다. 16일 동작구 노량진동에 있는 동작구어르신일자리센터에서 만난 임씨는 “그렇지 않아도 뱃살을 빼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로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하면서 몸무게를 줄이고 있다”며 “걸어 다니는 택배원 일은 몸무게를 조절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동작거북이택배는 동작구가 지난 4월 시작한 실버 택배사업으로, 동작구 주민인 만 60살 이상 배달원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배달한다. ‘거북이택배’는 조금 느리지만 배달원과 물품 모두 안전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작구에는 지하철 1·4·7·9호선이 지나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매우 편리하다. 서울에는 동작구를 포함해 자치구 12곳에서 대중교통을 활용한 실버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외부 위탁 형태로 운영하는 데 견줘 동작구는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동작거북택배는 4월 시작할 때 46명이던 배달원을 7월부터 70명으로 늘렸다. 동작구청 입장에서는 ‘일하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노인 일자리정책과 복지정책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동작거북이택배는 일반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배송’ 비용과 견줘 50% 정도 저렴해 경쟁력도 높다. 동작구를 기점으로 동작구 내는 7천원, 동작구와 가까운 구는 8천~9천원, 더 멀어지면 1만원~1만3천원까지 받는다. 단골 업체는 1천~3천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한다. 출발지(물품 수령지)나 도착지(물품 배송지)의 거리가 지하철역에서 700m가 넘어갈 경우 각각 1천원씩 추가 요금을 받는다. 꽃이나 케이크 등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물품은 퀵배송보다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배달하면서 한 달에 제일 많이 받은 게 30만원입니다. 그 돈으로 손주들 책도 사주고 간식이랑 장난감도 사줬죠.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합니다.” 동작거북이택배원은 한 달에 8일, 하루 3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급여는 기본급 24만원에 평균수당 3만6천원을 합쳐 총 27만6천원을 받는다. 추가 근무를 희망하면 기본급 없이 배송한 만큼 수당을 더 받는다. 임씨는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면 안 되고 너무 큰 걸 바라도 안 된다”며 “그저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월 12일 근무한 게 가장 많이 일한 달이다. 그는 “추가 일이 생기면 내가 먼저 나서서 일을 더 하는 편”이라며 “열심히 해야 회사도 좋고 나도 좋은 거 아니냐”고 했다. 동작거북이택배가 배달하는 물품은 주로 꽃, 화분, 신발, 서류 등이다. 이 중에서 80% 이상이 꽃 배달인데, 어버이날을 비롯해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많은 5월이 제일 바쁘다. “꽃을 배달하면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게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도 느끼죠.” 임씨는 며칠 전 한 고등학교로 축하 화분을 배달했다. 임씨가 먼저 “좋은 일이 생긴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상대방도 무척 좋아하며 “고맙습니다”라고 응답하더라고 했다. 임씨는 좋은 일이 아닐 때는 위로의 말을 전하는데, 그러면 상대방도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동작거북이택배는 서울뿐만 아니라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도 배달한다. 그렇다고 길이 복잡하거나 멀다고 해서 배송지를 못 찾는 경우는 없다. 임씨는 “동작거북이택배원들이 사용하는 앱이 편리하고 좋아 배송지까지 쉽게 길을 안내해줘 길을 못 찾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는 지금껏 배달하면서 크게 힘든 경우는 없었지만 비가 오는 날은 좀 불편하다고 했다. 꽃이나 화분 등을 한 번에 2개를 배송하는 날에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못하고 비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동작거북이택배는 연 매출 3100만원이 목표다. 현재 월평균 3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어 내년부터는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임씨는 “동작거북이택배 사업이 잘돼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계속 이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동작거북이택배원 임종하씨가 16일 동작구 노량진역 앞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기 전에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멈췄다.
동작거북택배는 4월 시작할 때 46명이던 배달원을 7월부터 70명으로 늘렸다. 동작구청 입장에서는 ‘일하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노인 일자리정책과 복지정책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동작거북이택배는 일반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배송’ 비용과 견줘 50% 정도 저렴해 경쟁력도 높다. 동작구를 기점으로 동작구 내는 7천원, 동작구와 가까운 구는 8천~9천원, 더 멀어지면 1만원~1만3천원까지 받는다. 단골 업체는 1천~3천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한다. 출발지(물품 수령지)나 도착지(물품 배송지)의 거리가 지하철역에서 700m가 넘어갈 경우 각각 1천원씩 추가 요금을 받는다. 꽃이나 케이크 등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물품은 퀵배송보다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배달하면서 한 달에 제일 많이 받은 게 30만원입니다. 그 돈으로 손주들 책도 사주고 간식이랑 장난감도 사줬죠.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합니다.” 동작거북이택배원은 한 달에 8일, 하루 3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급여는 기본급 24만원에 평균수당 3만6천원을 합쳐 총 27만6천원을 받는다. 추가 근무를 희망하면 기본급 없이 배송한 만큼 수당을 더 받는다. 임씨는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면 안 되고 너무 큰 걸 바라도 안 된다”며 “그저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월 12일 근무한 게 가장 많이 일한 달이다. 그는 “추가 일이 생기면 내가 먼저 나서서 일을 더 하는 편”이라며 “열심히 해야 회사도 좋고 나도 좋은 거 아니냐”고 했다. 동작거북이택배가 배달하는 물품은 주로 꽃, 화분, 신발, 서류 등이다. 이 중에서 80% 이상이 꽃 배달인데, 어버이날을 비롯해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많은 5월이 제일 바쁘다. “꽃을 배달하면서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게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도 느끼죠.” 임씨는 며칠 전 한 고등학교로 축하 화분을 배달했다. 임씨가 먼저 “좋은 일이 생긴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상대방도 무척 좋아하며 “고맙습니다”라고 응답하더라고 했다. 임씨는 좋은 일이 아닐 때는 위로의 말을 전하는데, 그러면 상대방도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동작거북이택배는 서울뿐만 아니라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도 배달한다. 그렇다고 길이 복잡하거나 멀다고 해서 배송지를 못 찾는 경우는 없다. 임씨는 “동작거북이택배원들이 사용하는 앱이 편리하고 좋아 배송지까지 쉽게 길을 안내해줘 길을 못 찾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는 지금껏 배달하면서 크게 힘든 경우는 없었지만 비가 오는 날은 좀 불편하다고 했다. 꽃이나 화분 등을 한 번에 2개를 배송하는 날에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못하고 비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동작거북이택배는 연 매출 3100만원이 목표다. 현재 월평균 3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어 내년부터는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임씨는 “동작거북이택배 사업이 잘돼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계속 이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