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대학생과 함께 ‘젊은 맛’ 만들었어요”

광진구와 세종대 캠퍼스타운 사업단, 군자로 상권 활성화 위해 ‘세종소반’ 사업 추진

등록 : 2021-07-22 15:42
식당 15곳 참여, 학생들과 1:1 매칭

메뉴 개발은 전문가 자문으로 완성

‘세종소반’ 현판 걸고 SNS 등 적극 홍보

“지역협의체 만들어 발전시켜갈 터”

세종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이 14일 오후 광진구 군자로에 있는 음식점 ‘능동국시’에서 새 메뉴 ‘사골마라칼국수’를 시식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군자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인과 세종대생, 교수, 전문가들이 함께 메뉴 개발을 하는 ’세종소반’ 사업이 지난 6월 마무리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희진 교수, 김보섭 사무국장, 김남수 능동국시 사장, 김영욱 단장.

“젊은층 입맛에 맞게 진하지 않고 깔끔하네요.”

14일 오후 광진구 군자로에 있는 음식점 ‘능동국시’에서 새 메뉴 ‘사골마라칼국수’ 시식이 있었다. 세종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의 김영욱 단장, 김희진 교수, 김보섭 사무국장이 개인접시에 덜어 맛을 봤다. 김영욱 단장의 평가에 김희진 교수는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능동국시의 김남수 사장은 밝게 웃으며 “땅콩을 넣은 마라소스가 사골국물에 곁들여져 고소하고 얼큰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뉴 개발 뒤 잠깐 팔아봤는데 손님들 반응이 꽤 괜찮았다”고 전했다. 이번 겨울에 정식 메뉴로 팔기 위해 그릇과 숟가락 등을 벌써 준비해놓았단다.


사골마라칼국수는 김 사장과 세종대 학생들의 합작품이다. 지난 6월 세종대 인근 군자로 대학 상권 요식업체 15곳은 젊은이들 입맛에 맞는 새 메뉴를 개발하는 ‘세종소반’ 사업을 마쳤다. 모집부터 메뉴 개발까지 약 6개월 걸렸다. 세종소반 사업은 세종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의 ‘군자로 문화상권 활성화 사업’의 하나다. 캠퍼스타운은 서울시가 2017년부터 대학과 지역 간의 융합을 통해 대학 인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영욱 단장은 “군자로 상권에서 가장 비중이 큰 요식업 분야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가 상인들과 메뉴개발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특화 학과 학생과 교수들이 참여해 상인들과 지역 상생 프로그램으로 추진한 점을 강조했다. “참여자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힘을 쏟았다”고 김 단장은 덧붙였다.

참여 학생들은 현장을 찾아 상인을 만나면서 목표를 ‘사장님이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맛있는 메뉴 개발’로 잡았다. 조리 여건 등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상인과 학생이 일대일 매칭으로 메뉴를 개발하고, 요리전문가 조언을 받아 조리법을 완성했다. 3월엔 주민과 학생 45명을 공모해 시식회를 열어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가게 한 곳당 3명씩 찾아 맛, 그릇 선정과 담기(플레이팅), 위생 등을 평가했다. 치즈 왕창 닭갈비, 갈비카츠, 고구마 프렌치토스트, 들기름 메밀면 등 15개 메뉴가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

학생들은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홍보물 제작, 메뉴판 구성 등 다른 도움도 줬다. ‘바지락칼국수’에서 감자채전, ‘수 숯불직화꼬치’에서 미니 족발 메뉴를 만드는 데 참여한 진병엽(세종대 외식경영학과 4학년)씨는 “함께하는 가게라고 느끼니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드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직접 만든 메뉴다 보니 주위에 더 많이 알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홍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상인회 회장도 맡은 김남수 사장은 “학생들이 기존 메뉴에 젊은층 입맛이나 최신 트렌드를 접목해 색다른 메뉴를 내놓았다”며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준 점도 참 좋았다”고 했다. 처음엔 생소한 사업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상인들은 사업이 진행되면서 적극적으로 변했다. 김 사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세종소반 사업 2기가 언제 시작되는지 물어오는 상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업 추진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업단은 주민들이 지역 활성화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나 진행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각 매장의 메뉴개발 과정을 서로 교류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거라고들 했다. 상인들은 홍대, 건대 맛집처럼 세종대 하면 세종소반이 떠오르는 단계까지 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세종소반 사업을 계기로 지역에 협의체를 꾸리려는 움직임과 지원 사업이 이어지는 추가 성과도 있었다. 광진구, 세종대, 신용보증재단 등은 협약을 맺어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시설 개선비 지원은 대기자가 생길 만큼 반응이 좋다. 세종대 캠퍼스타운사업과 연계해 마케팅, 재무, 세무 등 맞춤형 교육과 상담도 이뤄질 예정이다. 김영욱단장은 “신용보증재단이 들어온 것처럼 다른 지역 자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광진구는 구청, 학교, 주민, 상인회가 함께하는 지역협의체를 만들어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6월29일 캠퍼스타운 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앞으로도 세종대와 함께 지역의 활력 증진을 위한 사업을 지원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월 광진구 군자로 ‘이가한방 삼계탕’ 주방에서 이창열 사장이 세종대생 모다은씨와 ‘치즈 왕창 닭갈비’ 메뉴 개발을 하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