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코로나19 팬데믹도 ‘서울 벤처기업 성장’ 막지 못한다
등록 : 2021-07-29 14:57 수정 : 2021-07-29 17:15
중기부 ‘아기 유니콘 선정’ 때 서울시 지원 벤처 다수 뽑혀
서울창업허브 중심의 해외진출 지원, 자금투자 등 큰 역할
고미코퍼레이션, 한국 기업 최초로 베트남 ‘이커머스’ 20위권 진출
그린바이오
90일 만에 녹는 일회용품 개발 성과
비트센싱
레이더 센서 개발 대기업들과 협력중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20위권에 진출한 ‘고미코퍼레이션’, 90일만에 녹아 없어지는 일회용 용기 생산업체 ‘그린바이오’, 자동차 자율주행 등에서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는 ‘비트센싱’. 언뜻 보기에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벤처기업 3곳의 대표가 지난 7월23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 모였다. 이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은 지난 5월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과 서울시 대표 창업지원시설인 ‘서울창업허브’(서울산업진흥원 운영)다.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위한 케이(K)-유니콘 프로젝트 중 첫 번째 시행 사업이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으로 클 수 있는 ‘아기 유니콘’을 선정해 지원하는 이 사업에는 155개 기업이 신청해 모두 60개 기업이 선정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50% 넘는 33개 기업이 서울창업허브 등 서울시의 맞춤형 공간, 사업화, 자금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었다. 이날 서울창업허브에 모인 3개 기업이 바로 서울창업허브의 지원 등에 힘입어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기업들이다. 아기 유니콘기업이란 기업가치 1천억원 미만 기업으로, 누적 투자실적이 2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인 기업이다. 서울창업허브의 ‘활약’은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7월2일 발표한 ‘예비 유니콘’ 기업 선정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예비 유니콘은 기업가치 1천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의 벤처기업을 가리키는데, 선정된 20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서울시의 발굴, 연구개발(R&D), 자금, 기술인력 인건비 등 맞춤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서울시의 어떤 맞춤 지원책이 이렇게 서울을 ‘스타트업 특별시’로 만든 걸까? 3명의 아기 유니콘 기업 대표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봤다. 먼저 고미코퍼레이션의 장건영 대표. 2018년 4월 설립된 고미코퍼레이션은 베트남에서 D2C(다이렉트 투 커스터머) 방식으로 한국산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파는 물류회사다. D2C는 백화점·마트 등 중간도소매를 거치지 않고 자체 판매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설립 다음해인 2019년에는 매출이 5억9천만원이었지만, 지난해 6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목표는 매출 250억원,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 350만 명으로 잡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 4월에는 IBK기업은행, KB인베스트먼트, F&F파트너스 등에서 모두 5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장건영 대표는 외국 기업들이 정착하기 쉽지 않은 베트남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배경으로 서울창업허브의 ‘우수 스타트업 베트남 진출 프로그램’을 통한 글로벌 진출 지원을 꼽았다. 서울창업허브는 2019년 우수 스타트업 글로벌 현지화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첫 대상국으로 베트남을 선정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기관인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과 협력채널을 구축했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정통부 산하 국영방송 채널인 ‘VTC Online’을 통해 베트남 현지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현지 안정화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장 대표는 “서울창업허브의 해외정부 협력채널을 통해 베트남과의 문화적 차이 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고미코퍼레이션은 2019년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하면서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2020년에는 서울창업허브 입주기업 중매 분기마다 지표별 우수기업(매출, 투자, 고용, 해외진출)을 선정하여 공간·자금·홍보 등의 다방면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창업허브 입주기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2천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그린바이오의 한상훈 사장은 판매활동에 주력할 판매조직을 서울에 두게 된 것을 무엇보다 의미 있는 지원으로 꼽았다. 2016년 11월 창립한 그린바이오는 애초 경기도 판교에 본사를 둔 시스템 에어컨 설치 사업체였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수지로 일회용품을 만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환경친화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옥수수 전분 전문가를 영입해 2년간의 연구 끝에 특허와 친환경 인증을 딴 결과다. 그린바이오에서 만든 일회용품의 특징은 90일 만에 완전히 분해돼버린다는 점이다.한 사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그룹의 식음료를 담당하는 삼성웰스토리에 제품을 납품한 데 이어 앞으로 농협 하나로마트 등 여러 기업에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린바이오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부터 창업허브에 입주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사장은 “본사를 광주과학기술원 내에 두고 있는 탓에 창업허브에 마련된 서울사무소가 서울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판매 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바이오는 제품의 차별성 등을 토대로 지난 3~5월 11개 기관 투자를 통해 9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한 대표는 “이 가운데 서울산업진흥원 투자펀드도 15억원 정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전문적인 레이더 센서 개발업체인 비트센싱의 이재은 대표는 서울창업허브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매칭을 통해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이해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레이더 센서는 주변 물체에 레이더를 쏴서 반사되는 것을 감지해 물체의 위치와 특성 등을 파악하는 장치다. 가령 자동차를 예를 들면 레이더 센서가 범퍼 등에 여러 개 탑재돼 앞차와의 거리 등을 계산하면서 크루즈 운행을 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이재은 대표는 2008년 주식회사 만도에 입사해 국내 최초 차량용 레이더 센서를 개발했고, 2018년 독립해 비트센싱을 설립했다.
비트센싱과 대기업들의 연결은 서울창업허브가 글로벌 창업생태계와 서울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하면서 얻은 결실이다. 서울창업허브는 현재 벤츠, 오비맥주, 에쓰오일, 하이얼 등 다수의 대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창업허브는 먼저 이들 대기업으로부터 필요한 부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요청받은 뒤 이에 적합한 서울의 벤처기업을 찾아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재은 대표는 “카메라 센서 등은 악천후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레이더 센서는 장대비가 시야를 가리더라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 시티 구축 등에도 여러 가지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현재 지식과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변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인공지능, 제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등은 이런 변화를 대표하는 말들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잘 적응해 나가는가, 그러지 못하는가에 따라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미래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서울창업허브 등 서울시 창업지원시설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숨죽인 듯한 상황에서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한 예로 서울창업허브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교류회와 글로벌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다. 온라인 기업설명회(IR) 197회 운영 등을 통해 독일·싱가포르·베트남 등에 44개사가 글로벌 진출을 하는 등 현재까지 총 1068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는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술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꺾이지 않도록 헬스케어, 핀테크, 드론 등 비대면 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자금 지원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일시적인 투자절벽이나 자금위축 등으로 주저앉는 일이 없도록 과감한 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스타트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고 단계별로 맞춤 보육·성장을 집중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5월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에 선정된 벤처기업 대표들이 7월23일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서울시 대표 창업지원기관인 서울창업허브에 모였다. 사진 왼쪽부터 90일 만에 녹아 없어지는 일회용 용기 생산업체 ‘그린바이오’ 한상훈 사장,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20위권에 진출한 ‘고미코퍼레이션’ 장건영 대표, 자동차 자율주행 등에서 핵심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는 ‘비트센싱’ 이재은 대표. 이들은 모두 서울창업허브 등 서울시의 맞춤형 공간, 사업화, 자금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20위권에 진출한 ‘고미코퍼레이션’, 90일만에 녹아 없어지는 일회용 용기 생산업체 ‘그린바이오’, 자동차 자율주행 등에서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레이더 센서를 개발하는 ‘비트센싱’. 언뜻 보기에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벤처기업 3곳의 대표가 지난 7월23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 모였다. 이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은 지난 5월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과 서울시 대표 창업지원시설인 ‘서울창업허브’(서울산업진흥원 운영)다.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위한 케이(K)-유니콘 프로젝트 중 첫 번째 시행 사업이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으로 클 수 있는 ‘아기 유니콘’을 선정해 지원하는 이 사업에는 155개 기업이 신청해 모두 60개 기업이 선정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50% 넘는 33개 기업이 서울창업허브 등 서울시의 맞춤형 공간, 사업화, 자금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었다. 이날 서울창업허브에 모인 3개 기업이 바로 서울창업허브의 지원 등에 힘입어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기업들이다. 아기 유니콘기업이란 기업가치 1천억원 미만 기업으로, 누적 투자실적이 2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인 기업이다. 서울창업허브의 ‘활약’은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7월2일 발표한 ‘예비 유니콘’ 기업 선정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예비 유니콘은 기업가치 1천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의 벤처기업을 가리키는데, 선정된 20개 기업 중 14개 기업이 서울시의 발굴, 연구개발(R&D), 자금, 기술인력 인건비 등 맞춤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서울시의 어떤 맞춤 지원책이 이렇게 서울을 ‘스타트업 특별시’로 만든 걸까? 3명의 아기 유니콘 기업 대표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봤다. 먼저 고미코퍼레이션의 장건영 대표. 2018년 4월 설립된 고미코퍼레이션은 베트남에서 D2C(다이렉트 투 커스터머) 방식으로 한국산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파는 물류회사다. D2C는 백화점·마트 등 중간도소매를 거치지 않고 자체 판매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설립 다음해인 2019년에는 매출이 5억9천만원이었지만, 지난해 6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목표는 매출 250억원,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 350만 명으로 잡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 4월에는 IBK기업은행, KB인베스트먼트, F&F파트너스 등에서 모두 5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장건영 대표는 외국 기업들이 정착하기 쉽지 않은 베트남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배경으로 서울창업허브의 ‘우수 스타트업 베트남 진출 프로그램’을 통한 글로벌 진출 지원을 꼽았다. 서울창업허브는 2019년 우수 스타트업 글로벌 현지화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첫 대상국으로 베트남을 선정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기관인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과 협력채널을 구축했다. 고미코퍼레이션은 정통부 산하 국영방송 채널인 ‘VTC Online’을 통해 베트남 현지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현지 안정화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장 대표는 “서울창업허브의 해외정부 협력채널을 통해 베트남과의 문화적 차이 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고미코퍼레이션은 2019년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하면서 사무공간을 지원받고, 2020년에는 서울창업허브 입주기업 중매 분기마다 지표별 우수기업(매출, 투자, 고용, 해외진출)을 선정하여 공간·자금·홍보 등의 다방면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는 서울창업허브 입주기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2천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그린바이오의 한상훈 사장은 판매활동에 주력할 판매조직을 서울에 두게 된 것을 무엇보다 의미 있는 지원으로 꼽았다. 2016년 11월 창립한 그린바이오는 애초 경기도 판교에 본사를 둔 시스템 에어컨 설치 사업체였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수지로 일회용품을 만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환경친화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옥수수 전분 전문가를 영입해 2년간의 연구 끝에 특허와 친환경 인증을 딴 결과다. 그린바이오에서 만든 일회용품의 특징은 90일 만에 완전히 분해돼버린다는 점이다.한 사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성그룹의 식음료를 담당하는 삼성웰스토리에 제품을 납품한 데 이어 앞으로 농협 하나로마트 등 여러 기업에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맞춤형 공간, 사업화, 자금 지원으로 성장한 ‘고미코퍼레이션’ 장건영 대표(왼쪽부터), ‘비트센싱’ 이재은 대표, ‘그린바이오’ 한상훈 사장이 지난 7월23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IR(인베스터 릴레이션) 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